한화와 SSG가 맞붙은 11일 프로야구 문학 경기. 4회말 SSG 선두 타자로 나온 전의산(22)이 3루 쪽으로 굴러가는 시속 57km짜리 땅볼 타구를 때렸다. 평소 같았으면 충분히 아웃으로 처리할 수 있는 공이었다. 그러나 2루와 3루 사이가 비어 있던 덕에 전의산은 2루까지 뛰어 세이프 판정을 받았다. 한화 수베로 감독(사진)이 내야수 전원을 2루 오른쪽에 배치하는 수비 시프트 작전을 구사했던 것이다.
이날이 데뷔 후 네 번째 1군 경기 출장이었던 전의산은 “데뷔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수비 시프트가 나와서 놀랐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수베로 감독은 “시프트를 걸 때는 선수 이름이 아니라 타구 분포도를 본다”면서 “퓨처스리그(2군) 기록을 참고해 시프트를 구사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 타구 분포도가 수베로 감독 생각처럼 잘 맞지 않는다는 데 있다. 수비 시프트 작전을 구사하는 건 상대 타자가 ‘홈런이 아닌 페어 타구’(인플레이 타구)를 쳤을 때 이를 최대한 아웃 카운트로 연결하겠다는 의도다. 그런데 인플레이 타구 가운데 몇 %를 아웃으로 연결했는지 알려주는 ‘범타 처리율(DER·Defensive Efficiency Ratio)’을 보면 한화는 13일 현재 0.663으로 롯데와 함께 공동 최하위다. 야구는 아웃 카운트를 ‘창의적으로’ 빼앗는 팀이 아니라 ‘많이’ 빼앗는 팀이 이기는 경기다.
수베로 감독은 “수비 시프트에는 수치 이상의 의미가 있다”면서 “2루타나 3루타 등 장타를 충분히 칠 수 있는 선수들도 (빈자리가 있는 곳으로 공을 보내려고) 스윙을 바꾼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현재 한화가 허용한 2루타와 3루타는 경기당 평균 2.21개(총 135개)로 10개 구단 가운데 가장 많다. 아웃은 제일 적게 잡고 장타는 가장 많이 허용하다 보니 자연스레 경기당 평균 실점(5.62점)도 리그 최다다. 이 부문 2위 두산(4.71점)과 비교해도 경기당 0.9점 넘게 차이가 난다.
실점이 많으니 성적도 좋을 리가 없다. 지난주 1승 5패에 그친 한화는 NC와 자리를 바꾸면서 최하위(10위)로 내려앉았다. 한화가 올해도 10위에 그치면 창단 후 9번째 최하위 기록을 남긴다. 현재까지 프로야구에서 최하위를 9번 기록한 건 롯데 한 팀뿐이다.
한 해설위원은 “감독은 작전이 실패해도 ‘나는 좋은 작전을 지시했다. 선수들이 따르지 못한 것뿐’이라고 스스로 위안할 때가 있다. 수베로 감독이 수비 시프트 효과를 과대평가하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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