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 포수 김태군(33)이 13일 발표된 2022 신한은행 SOL KBO 올스타전 ‘베스트12’ 팬 투표 1차 중간집계에서 최다 득표 1위에 올랐습니다. 33만4057표를 받으며 전체 120명의 후보 중 1위에 오른 것이지요.
소식을 들었을 때 문득 들었던 생각은 “은퇴한 한화 레전드 김태균이 아니고?”였습니다. 김태군이 수준급 포수이긴 하지만 인기 투표에서 1위를 할 정도의 전국구 스타는 아니라는 게 일반적인 생각이니까요. 김태군은 NC 다이노스 소속이던 2014년과 2015년에 베스트12에 선정된 바 있습니다. 그렇지만 전체 득표 1위와 올스타 포수 부문 1위와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입니다.
김태군 밑에 있는 선수들의 면면을 보면 더욱 그렇습니다. KIA 타이거즈 왼손 에이스 양현종, 메이저리그에서 뛰다 올해 SSG 랜더스에 복귀한 김광현 등이 그의 아래입니다. 올해를 마지막으로 은퇴하는 ‘조선의 4번 타자’ 이대호도 김태군 밑에 있습니다.
김태군의 아내는 올스타 투표 첫 날 남편이 1위로 나서자 인스타그램을 통해 “잘못 본 줄…살다보니…이런 날도…”라고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을 표했습니다. 김태군은 스스로도 “야구를 오래 하다 보니 ‘이런 날도 있구나’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습니다. 본인과 아내조차 믿기 어려울 정도이니 다른 사람들은 오죽할까요.
김태군은 삼성의 푸른색 유니폼을 입은 지 6개월 밖에 되지 않습니다. 지난 연말 트레이드를 통해 오랫동안 몸담았던 NC를 떠나 삼성에 왔지요. 한 때 NC의 주전 포수였던 그는 대한민국 최고 포수 양의지가 2019년 NC 유니폼을 입으면서 백업으로 밀려났습니다.
삼성에서도 처음 그의 자리는 백업이었습니다. 또 다른 대한민국 대표 포수 강민호가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백업으로 출발한 김태군은 얼마 지나지 않아 삼성에서는 없어선 안 될 선수가 됐습니다. 견고한 수비에 비해 방망이가 약점으로 지적됐지만 삼성에서 타격도 무시 못할 선수가 됐습니다. 14일 경기 전까지 그는 타율 0.340(103타수 12)을 기록 중입니다. 2008년 1군 무대에 데뷔한 뒤 통산 타율 0.243에 불과했던 그가 3할 타자가 된 것이지요. 아직 규정 타석을 채우진 못했지만 그의 야구 인생 최고의 타격감입니다.
원래 잘했던 수비는 여전합니다. 주전 강민호가 부상 등으로 포수 마스크를 쓰지 못하는 때가 적지 않은 가운데 김태군이 그 공백을 깔끔히 메워주고 있습니다. 허삼영 삼성 감독이 “우리 팀에는 주전 포수가 두 명”이라고 말할 정도지요.
하지만 이걸로도 인기투표 전체 1위를 설명하긴 부족합니다. 팬들의 김태군의 어떤 매력에 빠져든 것일까요. 삼성 관계자는 “김태군이 이전 삼성에서 좀처럼 없던 캐릭터”라고 설명했습니다. 예전 LG시절이나 NC시절에도 김태군은 서글서글한 성격에 파이팅 넘치는 모습을 종종 보이곤 했습니다. 흔히 말하는 세리머니가 좋은 선수입니다. 예전 NC에서 외국인 선수 테임즈가 홈런을 치고 들어오면 하던 ‘수염뽑기 세리머니’가 대표적이지요. 낯선 삼성에 와서도 그는 자신의 성격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습니다. 안타를 치고 나간 뒤 베이스에서 펼치는 세리머니나 더그아웃에서 보이는 파이팅은 팀에 엄청난 활력소가 되고 있습니다.
김태군은 또 ‘포수거지론’으로도 화제를 모은 적이 있습니다. 창단 후 얼마되지 않은 NC로 옮겨 입에서 단내 나는 훈련을 할 때 그는 한 방송사 인터뷰에서 “투수는 귀족, 외야수는 상인(상민), 내야수는 노비, 포수는 거지. 포수가 제일 많이 고생해요” 라는 명언을 남겼습니다. 이 멘트는 이후 여러 곳에서 패러디 됐었지요. 그의 말대로라면 거지로 출발했던 그가 누구나 선망하는 프로야구 최고 인기 선수가 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김태군이 마지막까지 1위를 유지할 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당장 양현종은 32만8486표를 얻어 김태군은 5500여 표 차로 ¤고 있습니다. 최종 개표까지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 역전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하지만 주전보다는 백업, 공격형 포수보다는 수비형 포수, 스타플레이어 보다는 궂은일을 도맡아 했던 김태군으로서는 잠시마나 최다 득표 1위에 오른 것을 가문의 영광으로 여겨도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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