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키움은 모기업의 지원을 받는 구단이 아니기에 다른 구단보다 매년 어렵게 살림을 꾸려왔다.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도 외부영입은 커녕 내부단속도 쉽지 않다. 올 시즌을 앞두고 거포 박병호(36)가 FA자격을 얻고 KT로 떠나 충격을 안기기도 했다.
4월에는 주축 포수였던 박동원(32)이 트레이드로 KIA 유니폼을 입었다. 이때 키움이 박동원을 보내는 조건으로 KIA로부터 선수 외에 현금 10억 원을 추가로 받기로 해 논란이 일었다. 키움은 2008년 현대의 선수단을 승계해 창단한 뒤 구단 운영자금 확보를 위해 주축 선수들을 많게는 수십억 원을 받고 트레이드한 숱한 이력들이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구단 운영이 어려워지자 키움이 과거처럼 선수장사에 나서 KBO리그의 격을 떨어뜨릴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왔다.
구단을 바라보는 의심의 눈초리와 별개로 키움은 20일 현재 10개 팀 중 2위로 선전하고 있다. 박병호, 박동원 뿐 아니라 팀의 마무리를 맡은 조상우가 입대한 탓에 전문가들은 시즌을 앞두고 중하위권을 예상했지만 이를 비껴나갔다. 키움에서 주축을 빼가며 전력을 보강한 KIA는 4위, KT는 5위에 올라있다.
7년 연속 한국시리즈(KS)에 올라 매년 주축들이 높은 몸값을 받고 팀을 떠나고 그때마다 새 얼굴들이 공백을 잘 메워 ‘화수분’으로 불린 두산 못지않게 키움도 선수육성을 잘 해왔다. 강정호(은퇴), 김하성(샌디에이고)은 현대나 키움에서 데뷔해 KBO리그를 호령하다 미국 메이저리그까지 진출했다. 이정후(24·외야수), 안우진(23·투수)을 비롯해 김혜성(23·내야수) 등 지금 키움을 이끄는 주축들도 신인 때부터 키움에서 성장해온 자원들이다.
최근에는 육성 외에 새로운 전력보강이 눈에 띄고 있다. 한 물 갔다는 평가를 받았던 내부 자원들의 ‘재활용’이다. 올해 키움의 불펜은 문성현(31), 하영민(27) 두 축이 든든히 버티고 있다. 넥센 시절이던 2010년 4라운드 31순위로 지명된 문성현은 데뷔 초반만 해도 선발로 꾸준한 기회를 얻었지만 2014시즌 9승을 거둔 이후 별다른 활약이 없었다. 2014년 1라운드 4순위로 지명됐던 하영민도 데뷔시즌에 거둔 3승이 개인 최다승이었다. 하지만 올 시즌 나란히 불펜투수로 변신해 마운드를 오르는 둘은 문성현이 4세이브 8홀드 평균자책점 1.35, 하영민이 3승 1패 2홀드 평균자책점 2.33으로 맹활약 중이다.
앞서 지난시즌까지 활약하고 키움에서 은퇴한 오주원(37)이 이들과 비슷한 경우였다. 2004년 현대 유니폼을 입고 신인왕에 오른 오주원은 이후 침체기를 겪어오다 원포인트 릴리프 등 불펜으로 변신하더니 2019시즌에 3승 3패 18세이브 3홀드 평균자책점 2.32로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내기도 했다.
키움 출신의 한 선수는 “일단 매년 전력에 빈 곳이 생기다보니 잘 하면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믿음 같은 게 선수들에게 있다. 그래서 신인뿐 아니라 아직 유니폼을 벗지 않은 선임들도 어쨌든 해보자는 분위기 같은 게 있는 것 같다”고 말한다. 키움 표 화수분에 더해 재활용 자원까지 힘을 보태며 키움은 2019년 이후 3년 만의 KS 진출을 정조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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