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단측 “수개월간 공들여 성사”
급여 상한선 총액 7억 1년 계약… 6위 머문 팀성적도 상승 기대감
한 시즌만 뛰면 국내팀 이적 가능
‘배구 여제’ 김연경(34·사진)이 다시 흥국생명 유니폼을 입는다. 그러나 2023∼2024시즌에도 핑크빛 유니폼을 입게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프로배구 여자부 흥국생명은 김연경과 1년 총액 7억 원(연봉 4억5000만 원, 옵션 2억5000만 원)에 계약했다고 21일 발표했다. 7억 원은 한국배구연맹(KOVO) 규정에 따라 여자부 선수가 받을 수 있는 최고 금액이다. 김연경은 해외 리그에서는 이미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이 있지만 국내로 복귀할 때는 무조건 흥국생명과 계약해야 하는 신분이었다.
계약 과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김연경이 해외 팀에서도 오퍼를 받았지만 친정팀 흥국생명으로부터 ‘돌아와 달라’는 이야기를 듣고 한국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다. 4월에 미국으로 개인 훈련을 떠나기 전부터 계약 논의가 오갔다”면서 “단, 흥국생명에서 이동국 단장이 물러나고 (올해 2월 물러났던) 김여일 단장이 다시 돌아오면서 협상 진행 속도가 좀 늦어졌다. 그러다 20일 밤 첫 만남에 바로 도장을 찍었다”고 전했다.
그렇다고 마냥 훈훈한 것만은 아니다. 배구계 다른 인사는 “김연경은 어차피 국내에서는 몸값이 7억 원으로 고정된 선수다. 김연경이 흥국생명에서 계속 뛰겠다는 의사가 확고했다면 다년 계약을 맺었을 것”이라면서 “시즌 종료 후 국내에서도 FA 자격을 얻으면 다른 팀으로 옮길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1년 계약을 맺은 것으로 봐야 한다”고 풀이했다.
더 먼 미래는 아직 알 수 없지만 김연경이 2022∼2023시즌 흥국생명 선수라는 건 확실하다. 4월 1일부터 흥국생명 지휘봉을 잡은 권순찬 감독은 “우리 팀에는 어린 선수들이 많은데 김연경이 중심을 잡아줄 것”이라고 기대를 드러냈다. 흥국생명 2년차 레프트 정윤주(19)도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기쁘다. 옆에서 많이 보고 배우겠다”고 말했다. 팬들 사이에서도 “김연경은 프로배구 흥행을 위해 돌아온 애국자”라는 이야기가 들렸다. 흥국생명은 지난 시즌 여자부 7개 팀 중 6위에 그쳤지만 김연경이 돌아오면서 단숨에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터키 리그 등에서 뛰던 김연경은 2020∼2021시즌을 앞두고 11년 만에 흥국생명으로 복귀했다. 당시 흥국생명은 이재영(레프트·26), 다영(세터) 쌍둥이 자매와 김연경이 함께 뛰면서 ‘흥벤져스’(흥국생명+어벤져스)를 구축했다는 평을 들었다. 그러나 결말이 좋지 못했다. 흥국생명은 쌍둥이 자매의 학교 폭력 전력이 드러나기 전까지 17승 4패로 선두를 달렸지만 이후 2승 7패로 일정을 마무리하면서 GS칼텍스에 우승 트로피를 내줬다. 쌍둥이 자매는 자필 사과문을 남긴 채 시즌 중 코트를 떠났고, 김연경도 시즌 종료 후 중국 팀 광밍과 계약하면서 흥국생명을 떠났다.
두 시즌 만에 핑크빛 흥국생명 유니폼을 다시 입게 된 김연경은 구단을 통해 “(2020∼2021시즌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때문에 팬들과 만나기가 어려워 아쉬웠다. 좋은 모습을 직접 보여드릴 수 있는 기회가 생겨 기대된다”면서 “팀 동료들과 함께 잘 준비해서 팬들께 즐거움을 드릴 수 있는 배구를 하고 싶다”고 밝혔다. 김연경은 별도 입단식 없이 다음 달 초부터 팀 훈련에 참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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