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에서 지난시즌 창단 첫 통합우승에 성공한 KT는 올 시즌 초반 우승후유증을 앓는 듯 부진했다. 이달 11승 2무 6패(승률 0.647·월간 승률 3위)로 상승세를 타며 8위였던 순위를 포스트시즌(PS) 진출권이 주어지는 5위까지 끌어올렸다.
투수 조련사로 명성이 높던 이강철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는 만큼 마운드의 힘이 KT의 상승을 이끌고 있다. KT의 평균자책점은 3.51로 10개 팀 중 2위인데, 6월 19경기에서 3.17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PS에서 맹활약한 에이스 쿠에바스(32)가 부상으로 2경기 만에 퇴출당했음에도 KT 마운드는 동요하지 않았다. 마운드 곳곳에 균열이 생길 때마다 오른손 사이드암 엄상백(26)이 이를 완벽하게 메웠다.
KT 엄상백.팀 계획상 불펜투수로 시즌을 시작했지만 쿠에바스의 공백으로 4월부터 임시선발 역할까지 했던 엄상백은 올 시즌 6승 2패 평균자책점 3.74를 기록 중이다. 이중 선발로 11경기에 나서 5승 무패 평균자책점 4.04를 기록하며 웬만한 팀의 4, 5선발 역할을 든든히 해줬다. 6월 승률 1위를 달리던 NC와의 21일 주중 3연전 첫 경기에 선발로 나서 6이닝 동안 안타 2개만 내주고 1실점하며 강한 인상을 남기기도 했다. 6월에 선발로 3경기에 나서 2승 평균자책점 3.00을 기록하며 점차 선발 체질다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KT 엄상백.쿠에바스의 대체 외국인으로 영입한 벤자민(29)이 복귀를 앞둬 엄상백은 21일 선발 등판을 끝으로 원래 보직인 불펜투수로 돌아갔다. 외국인 1, 2선발에 국내 자원으로 고영표(31), 소형준(21), 배제성(26)이 선발 5자리를 든든히 지키고 있어 불가피한 상황이다. 엄상백을 불펜으로 돌리려는 순간 이강철 감독이 외국인 투수 데스파이네(35)를 두고 행복한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지난 2년 동안 28승을 거둔 데스파이네가 올 시즌 3승 7패 평균자책점 4.48로 부진한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부상, 부진 등으로 선발 자원이 부족해져 ‘오프너’(선발이 아닌 첫 번째 투수)를 앞세워 ‘버티는’ 경기를 치르고 있는 몇몇 팀들로서는 입맛을 다실 수밖에 없을 상황이다.
선발로도 준수한 활약을 펼친 엄상백은 기존 선발들이 부진해지거나 로테이션 상 휴식이 필요할 때 ‘대기 1번’의 역할이 주어질 예정이다. 21일 마지막 선발 임무를 완수한 엄상백은 “어떤 보직으로 나가든 최선을 다해 내 공을 던지고 팀 승리에 보탬이 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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