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의 다지는 인삼공사 새 사령탑
‘트럭시위’ 등 자격시비 잘 알아… 항의한 팬들도 PS 초대하고파
먼저 움직여야 속 편한 행동파… 이숙자 코치 영입도 직접 ‘섭외’
체육관도 1등, 본의 아니게 원성
“스스로에게 부담을 주고 있습니다. 여기에서도 성적을 못 내면 제 경력이 끝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27일 대전 대덕구에 있는 프로배구 여자부 KGC인삼공사 체육관에서 만난 고희진 신임 감독(42)의 목소리는 진지했다. 새로운 시작을 앞둔 설렘보다는 ‘좋은 성적을 내야 한다’는 부담감이 더 크게 느껴졌다.
4월 11일 KGC인삼공사 사령탑으로 부임한 직후 고 감독은 배구 인생에서 한 번도 해보지 못한 경험을 했다. 남자부에서 지난 두 시즌 연속 하위권에 그친 삼성화재 감독이었던 그를 새 사령탑으로 영입했다는 소식에 일부 팬이 항의했다. 트럭 시위까지 이어졌다. 고 감독은 취임 사흘 만에 팬들을 향해 입장문을 발표해야 했다. 팬들과 직접 만나기도 했다.
고 감독은 “(자격 논란과 관련한) 주변의 우려를 알고 있다. 전적으로 나 고희진이라는 사람이 책임져야 할 부분”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다가오는 시즌 봄 배구에 꼭 진출해 팬들을 초대하고 싶은 마음뿐”이라고 강조했다.
2003년 삼성화재에 입단한 뒤 선수, 코치로 17년을 보냈지만 감독으로서의 시간은 남달랐다. 고 감독은 “(감독 첫 시즌에는) 열정만 넘쳐 한 수밖에 내다볼 줄 몰랐다. 동전에도 양면이 있듯 내가 미처 보지 못한 여러 수가 있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한 번 더 기회를 얻은 고 감독의 철학은 한 단어로 ‘앞장’이다. 고 감독은 “감독이라고 뒤에 물러나 있는 건 내 체질에 안 맞는다. 나는 무조건 내가 앞장서야 한다. 올해도 앞장서서 우리 선수들의 파이터 기질을 일깨울 생각”이라고 했다.
고 감독은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주는 행동파다. ‘내가 먼저 움직이면 내 마음이 편하다’는 주의다. 동갑내기지만 일면식도 없던 이숙자 전 해설위원(42)을 코치로 데려오기 위해 발 벗고 직접 나섰던 것도 이런 기질 때문이다. 이 코치의 전화번호를 주변에 물어 직접 ‘섭외’에 나섰다. 팀에 수석코치를 두지 않은 것도 중간 단계를 두지 말고 감독과 스태프가 직접 소통하자는 취지에서다.
선수와도 직접 소통한다. 고 감독은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참가 도중 부상을 당한 노란(28·리베로), 이선우(20·레프트)의 귀국 때 공항으로 마중을 나갔다. 훈련 때도 맨 앞이다. 매일같이 가장 먼저 체육관에 출근해 팀 스태프와 청소 직원의 원성 아닌 원성을 사고 있다. 팀 최고참 선수인 한송이(38·센터)는 “훈련 때마다 감독님이 옆에서 직접 뛰고 시범도 보이다 보니 집중도가 높아졌다. 한계를 모르고 열정을 불어넣는 감독님 덕에 믿기 어렵겠지만 선수들이 웨이트트레이닝 중량도 꽤 늘렸다”고 웃으며 말했다.
최근 다섯 시즌 동안 봄 배구를 경험하지 못한 KGC인삼공사는 고 감독과 함께 변화를 외치고 있다. 고 감독은 “당장 선수들의 서브만 봐도 변화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며 “고희진은 왜 맨날 서브 타령만 하냐 싶겠지만 이번엔 제대로 고희진의 배구를 보여주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지난주 1박 2일 워크숍을 진행한 KGC인삼공사는 7월 8∼10일 여자부 4개 팀이 강원 홍천군에서 대결을 벌이는 서머매치에 출전한다. 이어 제주도 전지훈련을 통해 새 시즌 준비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고 감독은 “노란과 이선우뿐 아니라 (VNL 일정을 소화 중인) 정호영(21·센터)의 발목 상태도 좋지 않아 걱정”이라며 “시즌 개막 때까지 백업 선수들의 실력을 키워 선수층을 두텁게 만드는 게 목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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