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는 김 감독 천하다. 1982년 원년부터 지난해까지 40시즌동안 김 씨 성을 가진 사령탑이 우승한 횟수는 25회에 이른다. 우승 확률은 62.5%다. 우리나라 성(姓) 가운데 김 씨는 21.51%로 가장 많긴 하다. 김 감독들은 그 세 배에 가까운 우승컵을 가져갔다. 표본수가 적지만 누가 봐도 의미 있는 수치다. 두 번째로 많은 이 씨(14.70%)는 4번 우승(10%)해 그런대로 수지를 맞췄다. 2020년 이동욱(NC), 2021년 이강철(KT) 감독이 잇달아 우승한 결과다. 반면 3~5대 성 씨인 박(8.43%), 최(4.70%), 정(4.33%) 씨 성을 가진 감독은 아직 무관이다.
● 김 감독 우승 확률은 62.5%
수포츠에서 난데없이 성명학을 논하려는 게 아니다. 프로야구가 김 감독들의 발자취로 채워져 있음을 보여주기 위함이다. 여러분도 잘 알다시피 김영덕(2회), 김응용(10회), 김성근(3회)의 초창기 3김을 비롯해 김인식(2회), 김재박(4회)과 현역인 김태형(3회·두산)까지 6명의 김 감독은 KBO리그를 지배했다. 그동안 한 번이라도 우승 축배를 든 사령탑은 17명에 불과하다. 이 가운데 멀티 우승을 한 감독은 9명이다. 우승 경험이 있는 김 감독은 2017년 김기태(KIA)까지 7명밖에 안 되지만 앞에서 말한 6명이 24승을 합작했다.
감독의 역량이 팀 전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어떤 이는 제로에 가깝거나, 팀을 망쳐놓지만 않으면 다행이라고 한다. 누군가는 3~10승, 또는 그 이상이라고 한다. 정해진 답은 없다. 하지만 위의 통계를 보면 분명 연관성은 있어 보인다. 그게 플러스이든 마이너스이든. 올해 현역 감독들의 관전 포인트를 수포츠로 살펴보자.
● 김태형 한국시리즈 8회 연속 진출?
프로야구는 대략 5개의 왕조시대로 분류된다. 김응용의 해태는 1983년부터 1997년까지 우승컵 9개를 휩쓸며 장기 집권했다. 특이한 것은 준우승이 없다. 한국시리즈에 올라가기만 하면 100% 우승을 거둔 결과다. 김재박의 현대는 창단 첫 해인 1996년부터 2004년까지 우승 4회, 준우승 1회를 이뤘다. 오랜 감독 생활에도 23년간 무관이었던 김성근의 SK는 2007년부터 2012년까지 한국시리즈에 6회 연속 진출(마지막 해는 이만수 감독)해 우승 3회, 준우승 3회를 기록했다. 류중일의 삼성은 2010년부터 2015년까지 역시 6회 연속 한국시리즈에 나가 우승 4회, 준우승 2회(첫 해는 선동열 감독)의 성적을 거뒀다.
그리고 현재는 제5대 왕조 두산의 시대다. 김태형은 감독 데뷔 첫 해인 2015년 우승을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7년 연속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는 신기록을 세웠다. 우승 3회, 준우승 4회로 현재진행형이다. 그러나 올해 두산은 27일 현재 김 감독 취임 후 최저인 7위에 머물러 있다. 한국시리즈가 아닌 포스트시즌 진출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 김종국 데뷔 첫 해 우승?
프로야구에서 감독 데뷔 첫 해에 우승한 사령탑은 5명이다. 이 가운데 1983년 김응용(해태), 1984년 강병철(롯데)은 이미 그 전에 실업팀 감독을 지냈다. 초보 사령탑으로 보기 힘들다. 그런 점에서 2005년 선동열(삼성)이 사실상 1호이다. 선 감독은 2006년까지 2년 연속 우승을 이끌며 선수뿐만 아니라 사령탑으로서도 전성기를 누렸다. 역시 스타 출신인 류중일(삼성)은 감독 첫 해인 2011년부터 4년 연속 우승을 거두는 신기록을 세웠다. 김응용(1986~89년)에 이은 타이기록. 김태형(두산)도 2015년부터 2년 연속 우승했다.
김종국(KIA)은 올해 10개 구단 가운데 유일한 신인 감독이다. KIA는 4월까지만 해도 7위에 머물렀지만 이후 상승세를 타기 시작해 4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충분히 우승을 노려볼 만한 전력이란 평가다.
● 김원형 누가 뭐래도 결론은 김 감독?
김종국 김태형이 있지만 올해 강력한 우승 후보는 김원형(SSG)이다. SSG은 개막 10연승을 비롯해 시즌 첫 날부터 단 하루도 선두를 내주지 않았다. 평균자책 1, 2위에 올라 있는 김광현-윌머 폰트의 원투펀치에 김택형 서진용의 불펜, 최정 한유섬이 이끄는 타선까지 탄탄한 전력을 자랑한다.
지난해 우승한 이강철(KT)은 자칫하면 불명예 기록을 세울 뻔했다. KT는 4월 15일 꼴찌인 10위로 추락했고, 이달 초까지만 해도 8위에 머물렀다. 현재 성적은 반등에 성공해 포스트시즌 데드라인인 5위. 우승팀이 다음해 꼴찌로 추락한 것은 1996년 OB(8위·김인식)가 유일하다. 반대로 꼴찌팀이 바로 우승한 것은 1984년 롯데(강병철)가 역시 유일하다. 롯데는 1983년 전후기 통합 승률 최하위인 6위였다.
● 외국인 감독의 성적표는?
프로야구에 용병으로 불린 외국인 선수가 들어온 것은 1998년. 당시 구단들은 외야수나 1루수 거포와 선발투수 위주로 영입했다. 이유는 의사소통 문제 때문. 내야 키스톤 콤비나 그라운드의 안방마님인 포수는 금기였다. 이후 2004년 앙헬 페냐(한화)를 시작으로 5명의 포수가 그라운드를 밟았지만 예상대로 성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외국인 사령탑은 달랐다. 1호인 제리 로이스터는 암흑기 롯데의 한 줄기 빛이었다. 2008년 취임한 로이스터는 롯데를 3년 연속 가을야구(3-4-4위)로 이끌며 구도 부산을 뜨겁게 달궜다. 트레이 힐만(SK)은 취임 첫 해인 2017년 5위에 이어 2018년에는 외국인 감독으로는 유일하게 정상에 올랐다. 힐만은 일본에서도 2006년 니혼햄 시절 우승 축배를 들었다. 두 감독은 재임기간 내내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그러나 2020년대 들어 외국인 감독의 성적표는 하한가다. 지난해에는 3명의 외국인 감독이 동시에 지휘봉을 잡았는데 래리 서튼(롯데)이 8위, 매트 윌리엄스(KIA)가 9위, 카를로스 수베로(한화)가 10위였다. 메이저리그 홈런·타점왕 출신 윌리엄스는 첫 해인 2020년 6위, 2021년 9위에 그친 뒤 짐을 샀다. 9위는 KIA의 역대 최저 순위다. 지난해 취임한 서튼과 수베로는 올해도 하위권을 맴돌고 있다. 롯데가 8위, 한화가 10위로 지난해 순위와 판박이다. 과연 이들은 하반기 반등에 성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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