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두 베테랑 투수의 글러브 색을 두고 심판진의 엇갈린 판단이 나오면서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키움의 선발 투수 정찬헌(30)은 2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한화와의 안방경기에 녹색 글러브를 들고 등판했다. 이날 주심을 맡은 권영철 심판은 2회말 공수교체 시간에 홍원기 키움 감독을 불러 정찬헌의 글러브 색 교체를 주문했다. 정찬헌은 3회초 주황색 글러브를 바꿔들고 마운드에 올라야 했다.
규정상 문제될 게 없는 요구였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야구 규칙에 따르면 투수는 심판이 ‘타자의 집중을 저해한다’고 판단하는 색상의 글러브를 사용할 수 없고, 심판은 해당 글러브의 사용을 금지할 권한도 있다. 권 심판은 구장 잔디 색과 비슷한 녹색 글러브가 타자의 집중력을 방해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문제는 심판진이 전직 메이저리거 김광현(34·SSG)의 녹색 글러브는 허용했다는 점이다. 정확히 1주 전인 지난달 25일 김광현은 문학구장에서 열린 NC전에 구단 이벤트인 ‘스타벅스 데이’에 발맞춰 녹색 유니폼에 어울리는 녹색 글러브를 끼고 선발 등판했다. 그는 이날 심판의 제지 없이 6회까지 24명의 타자를 상대하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정찬헌은 “저번 경기 때 ‘녹색 글러브는 안 된다’고 해서 다른 걸로 바꿔 쓰고 있었는데 최근 (김)광현이 형이 녹색 글러브를 쓰기에 ‘다시 허용이 되는구나’라고 생각했다”며 “그런데 (오늘 나에게는) 바꾸라고 해서 ‘광현이 형은 되고 나는 안 되나’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정찬헌은 4월 19일 문학 SSG전에도 녹색 글러브를 지적받아 2회 공수교체 때 글러브를 바꿔야 했다.
투수 글러브 색상 규정에는 심판의 자의적 판단이 개입될 여지가 있다. 허운 한국야구위원회(KBO) 심판위원장은 “결국은 심판 판단의 몫이다. 규정에 흰색과 회색을 제외하고는 상황에 따라 주심들이 판단해서 결정하게 돼 있다”며 “모든 심판이 특정한 상황을 두고 다 똑같은 판단을 할 수는 없다. 심판마다 판단 기준이 다르다보니 김광현은 제재하지 않는 상황이 생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SSG 관계자는 “김광현은 구단 이벤트를 위해 녹색 글러브를 맞춰 꼈던 것뿐”이라며 “김광현은 정찬헌이 녹색 글러브를 끼고 나왔다가 제지당했던 데 대해서 전혀 알지 못했다”라고 설명했다.
정찬헌은 앞으로 녹색 글러브를 꺼내지 않을 생각이다. 그는 “(녹색 글러브에) 특별한 스토리가 있는 건 아니다. 그렇게 즐겨 쓰는 글러브도 아니다. 다만 생각보다 길이 잘 들어서 한 번 더 써보고 싶었다”라며 “그냥 놔두기에 좀 아까워서 다시 한 번 껴봤는데 여전히 더 아끼라고 하니까 그래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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