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거 우즈도 울고 갈 골프 진기록[장환수의 수(數)포츠]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7월 5일 11시 30분


골프 공화국이라 할 만하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가 발간한 레저백서 2022에 따르면 우리나라 골프 인구는 지난해 사상 최고인 564만 명을 찍었다. 1년 전보다 49만 명, 2년 전보다 94만 명이 늘었다. 해마다 약 10%씩 증가했다. 15세 이상 국민 8명 중 1명이 골프장을 찾았다는 얘기다. 연간 골프장 평균 이용횟수는 8.8회로 총 내장객은 전체 인구에 맞먹는 5000만 명에 육박한다.

일본의 골프 인구는 2020년 520만 명이다. 이제 우리가 역전했다. 일본은 1992년 1480만 명으로 최고를 기록한 뒤 전후 베이비부머인 단카이(團塊) 세대의 은퇴와 함께 계속 감소세다. 세계 골프장의 절반 가까이를 보유한 미국에선 지난해 한 번이라도 골프장을 이용한 사람은 2510만 명으로 집계됐다. 인구 비율로 따지면 우리나라가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인 셈이다.

타이거 우즈. 사진출처 타이거 우즈 홈페이지
타이거 우즈. 사진출처 타이거 우즈 홈페이지

●푹푹 찌는 날씨에 복잡한 통계 얘기를 하려던 게 아닌데 또 서론이 길어졌다. 이번 칼럼에선 골프를 치든, 안 치든 누구나 가볍게 감상할 수 있는 골프 진기록을 살펴보자. 먼저 홀인원이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는 홀인원을 몇 번 했을까. 답은 20번이다. 물론 비공식 라운드 포함 기록이다. 8세 때 첫 홀인원을 한 그는 24세인 1999년까지 19개를 했지만 2000년대 들어 홀인원 가뭄에 시달렸다. 그러다가 2018년 11월 24일 추수감사절 때 아들 찰리, 역시 골프의 전설인 프레드 커플스와 라운드를 하다가 210야드 2번 홀에서 한 5번 아이언 샷이 바로 홀컵에 들어갔다. PGA(미국프로골프) 투어에서 우즈는 1996년, 97년, 98년 각 한 차례 홀인원을 했다.

PGA 최다 홀인원은 할 서튼과 로버트 앨런비가 동시에 갖고 있는 10개. EPGA(유럽프로골프) 투어에선 미구엘 앙헬 히메네스가 역시 10개로 동률을 이뤘다. 히메네스는 2015년 기록을 세운 뒤 “내 아이언은 다트와 같다”는 말을 남겼다. LPGA(미국여자프로골프) 투어에선 1962년부터 85년까지 88승을 거둔 캐시 휘트워스가 11개의 에이스를 기록했다.

●눈이 휘둥그레지고 우즈도 넘볼 수 없는 기록은 이제부터다. 기네스북에 따르면 2홀 연속 홀인원은 20번 이상 있었는데 그 중 노먼 맨리란 아마추어는 1964년 파4 330야드와 파4 290야드 홀에서 연속 홀인원을 해 더블 알바트로스를 기록했다. 최장거리 홀인원은 숀 리치가 1995년 기록한 496야드. 기네스북에 파4인지 파5인지는 나와 있지 않은데 휘어진 도그레그 홀이라고만 기록돼 있다. 직선 홀에선 로버트 미테라가 1965년 기록한 파4 447야드가 최고 기록이다. 핸디캡 2의 실력자인 그는 시속 80km의 강풍을 이용해 비거리 290야드의 드라이버 샷을 날렸는데 공이 150야드 이상을 굴러가 홀인했다. PGA 최장 홀인원은 2001년 피닉스오픈 1라운드 파4 17번 홀에서 앤드류 매지가 기록한 332야드. 최연소 홀인원은 1999년 크리스찬 카펜터(4세 195일), 최고령 홀인원은 1985년 오토 버처(99세 244일)가 했다. 2018년 11월 대만여자골프 모바일 레이디스오픈에선 148야드 파3 16번 홀에서 이틀간 4명의 선수가 홀인원하기도 했다.

존 댈리. 출처 존 댈리 홈페이지
존 댈리. 출처 존 댈리 홈페이지


●홀인원은 아마추어가 프로를 이길 수도 있지만 드라이버 평균 비거리와 퍼트, 스코어 메이킹 능력은 넘사벽이다. 비거리를 레이저로 측정한 2003년 이후 PGA에서 가장 멀리 친 드라이버는 476야드다. 데이비스 러브 3세가 2004년 하와이 카팔루아 플렌테이션코스에서 열린 시즌 개막전 메르세데스 챔피언십 파5 18번 홀(663야드)에서 기록했다. 더스틴 존슨은 2018년 델 테크놀로지 매치플레이에서 489야드를 날렸지만 매치플레이 통계는 비공식으로 처리돼 인정되지 않았다.

평균 드라이버 비거리는 브라이슨 디셈보가 2019~20시즌 322.1야드의 최고 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진정한 장타왕은 누가 뭐래도 존 댈리다. 그는 1991년부터 2002년까지 12년간 1994년을 제외하고 11개의 비거리 타이틀을 차지했다. 사상 처음으로 300야드 고지를 밟은 그는 2002년 최고인 306.8야드를 기록했다. 골프 장비가 비약적인 발전을 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동시대라면 디셈보를 능가했을 것이란 평가다.

●PGA에서 성공한 가장 긴 퍼트는 크레이그 발로우가 2008년 뷰익오픈에서 달성한 34m다. 그는 당시 로브 웨지를 사용했지만 그린에서의 모든 샷은 사용한 클럽에 관계없이 퍼트로 분류돼 진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기네스북에 등재된 비공식 기록으로는 브레트 스탠포드가 호주 포인트 월터 골프코스에서 세운 120.6m이다. 설명이 없지만 아마 이 기록은 그린 밖에서 퍼트를 사용한 것으로 골프 룰에 의하면 퍼트로 인정받을 수 없을 것 같다. 한 라운드 최저 퍼트는 18개로 모두 12명의 선수가 기록했다. 보통 아마추어 평균 퍼트가 30대 중반이니 그린에서만 15타 이상 차이가 난 셈이다.

PGA 한 라운드 최저 스코어는 짐 퓨릭이 2016년 트래블러스 챔피언십 4라운드에서 기록한 58타(파70)이다. 그는 3번 홀 이글에 이어 6번 홀부터 12번 홀까지 7개 연속을 포함해 10개의 버디를 잡았다. 2013년 BMW 챔피언십에서 59타를 기록한 그는 투어에서 2번의 서브 60타를 기록한 유일한 선수가 됐다. 1개의 클럽만 사용한 18홀 최저 스코어는 태드 데이버가 1987년 클럽대회에서 6번 아이언만 사용해 달성한 2언더파 70타다.

지난해 도쿄올림픽에 출전한 김세영(왼쪽)과 고진영.동아일보 DB
지난해 도쿄올림픽에 출전한 김세영(왼쪽)과 고진영.
동아일보 DB

●한국 선수들도 의외로 진기록 보유자가 많다. 김세영은 2018년 손베리 크리크 클래식에서 보기 없이 버디 31개를 잡으며 나흘간 63-65-64-65타(합계 257타)를 쳤다. 버디 31개와 31언더는 모두 LPGA 신기록이다. 2001년 애니카 소렌스탐의 27언더를 4타나 경신했다. PGA 기록은 2001년 마크 캘커베키아의 버디 32개와 올해 카메룬 스미스의 34언더.

고진영은 2019년 8월 3일부터 29일까지 114홀 연속 보기 이하를 하지 않아 2000년 우즈가 세운 110홀 연속 기록을 깼다. 그는 이 기간 41언더를 기록하며 한 달 전 처음 오른 여자 세계 1위 자리를 굳게 지켰다. 세계 투어에서 연속 버디는 9개로 남녀 7명의 선수가 달성했는데 이 가운데는 2015년 KEB 하나은행 챔피언십에서 달성한 양희영이 있다.

리디아 고. 동아일보 DB
리디아 고. 동아일보 DB


한국계로는 리디아 고가 남녀 통틀어 최연소 우승과 세계 1위 기록을 갖고 있다. 그는 2012년 8월 26일 캐나다 여자오픈에서 우승(15세 124일)했고, 2015년 2월 2일 세계 1위(17세 284일)에 올랐다.

케빈 나(왼쪽), 김시우. 스포츠동아 DB·사진제공 CJ
케빈 나(왼쪽), 김시우. 스포츠동아 DB·사진제공 CJ

●케빈 나와 김시우는 불명예 기록 보유자다. 케빈 나는 2011년 텍사스오픈 파4 9번 홀에서 티샷 OB에 이어 숲속에서 2벌타를 받는 등 무려 16타 만에 홀아웃했다. 그는 다음 홀로 이동하면서 “손에 감각이 없을 지경이다”고 말했다. PGA에서 최다 타수 기록은 따로 집계하고 있지 않다. 레인 아이슬리는 1938년 19타, 댈리가 1998년 18타를 친 게 파4 홀 기록으로 남아 있다. 김시우는 지난해 세인트 주드 인비테이셔널 최종 라운드 파3 11번 홀에서 13타 만에 홀아웃했다. 티샷에 이어 드롭존에서 친 2~5번째 샷을 모두 연못에 빠뜨렸다. 김시우는 경기 후 인스타그램에 “오늘 파3홀 최다 타수 신기록을 세웠다”며 손가락 3개를 들어 올리는 사진을 올렸다. 옆에서 케빈 나는 손가락 4개를 치켜세웠다.

세계 최대 골프연습장은 2005년 9월 300개의 타석을 갖춘 SKY72 골프클럽 드림골프연습장이 기네스북에 올라 있다. 원형 연습장으로 지름이 392야드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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