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가 고향으로 돌아왔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디 오픈 챔피언십’(총상금 1400만 달러·약 184억 원)이 14일부터 나흘간 열린다. 150회를 맞은 올해 대회가 열리는 영국 스코틀랜드 파이프주 세인트앤드루스 링크스 올드코스(파72)는 골프의 발상지로 불리는 곳이다.
1860년 창설된 디 오픈은 투어 4대 메이저대회 중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출범 162주년이지만 올해 대회가 150회인 건 제1, 2차 세계대전 등으로 대회가 열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1871년엔 우승자에게 줄 트로피가 없다는 이유로, 2020년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여파로 대회가 열리지 못했다.
디 오픈은 영국 내 10개 코스(스코틀랜드 5곳, 잉글랜드 4곳, 북아일랜드 1곳)를 순회하며 개최하는데 올해 대회 장소인 세인트앤드루스 링크스 올드코스에서 가장 많은 30번의 대회가 열렸다. 1990년부터 2015년까지는 5년 주기로 열렸고, 올해는 150회를 맞아 특별히 이곳에서 대회를 치른다.
디 오픈을 상징하는 은제 주전자 모양의 우승 트로피 ‘클라레 저그(claret jug)’의 향방에 관심이 쏠린다. 이번 대회 참가자 156명 중 가장 주목받는 선수는 단연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7·미국)다. 우즈는 시즌 두 번째 메이저대회인 5월 PGA 챔피언십에서는 교통사고 부상 부위 통증이 심해져 기권했다. 세 번째 메이저대회인 6월 US오픈은 건너뛰었다. 보다 나은 몸 상태로 디 오픈엔 반드시 출전하고 싶어 했기 때문이다. 지난주 이벤트 대회인 JP 맥매너스 프로암 대회에 출전해 컨디션과 샷 감각을 점검한 우즈는 10, 11일 이틀에 걸쳐 19시간 동안 디 오픈 대회장 36홀을 도는 강행군을 소화했다.
우즈는 디 오픈에서 3번(2000, 2005, 2006년) 정상에 올랐다. 앞선 두 차례 우승을 세인트앤드루스 링크스 올드코스에서 했다. 우즈가 이곳을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코스”라고 말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세인트앤드루스 링크스 올드코스는 5월 PGA 챔피언십 대회장이었던 서던힐스나, 4월 마스터스가 열린 오거스타내셔널에 비해 언덕이 많지 않다. 교통사고로 다친 오른쪽 다리가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우즈로서는 부담을 덜 수 있다. 스코틀랜드 해안 근처 모래언덕 지대를 말하는 링크스의 경우 강한 바람, 변화무쌍한 날씨가 변수가 되는 만큼 샷 비거리보다는 정교함이 중요하다. 미국 ‘골프 다이제스트’는 우즈의 예상 순위를 29위로 매겼다.
우즈는 대회를 이틀 앞둔 12일 기자회견에서 “다시는 (투어 시즌) 전체 스케줄을 소화하지 않을 것이다. 내 몸이 허락하지 않는다. 그게 나의 현실이다”라며 “(세인트앤드루스에서) 한 번 더 플레이할 기회가 있으면 좋겠지만 장담할 수 없다”고 간절한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작년 대회 우승자 콜린 모리카와(25·미국), 세계랭킹 1위이자 마스터스 챔피언인 스코티 셰플러(26), US오픈 1위 매슈 피츠패트릭(28·잉글랜드) 등도 나선다. 세계랭킹 톱10이 모두 출전하는 등 세계적인 골퍼들이 총출동한다. PGA투어는 홈페이지를 통해 이번 대회 파워랭킹을 매기면서 로리 매킬로이(33·북아일랜드)를 1위에 올렸다. 국내 선수로는 이번 주 스코티시 오픈에서 투어 개인 최고 성적(3위)을 거둔 김주형(20)을 비롯해 임성재(24), 김민규(21) 등이 출전한다.
사우디아라비아 자본이 주도하는 ‘LIV 골프 인비테이셔널 시리즈’ 합류파와 PGA투어 선수들 간의 자존심 대결 ‘2라운드’도 관전 포인트다. 앞서 6월 US오픈에선 공동 24위를 한 더스틴 존슨(38·미국)이 최고 성적일 정도로 LIV 소속 선수 대부분이 체면을 구겼다. 우즈는 12일 LIV 출전 선수들에 대해 “나는 이해하지 못한다”며 반대의 목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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