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인트앤드루스 링크스 올드코스의 코스 전략은 벙커를 존중하는 것이다. (이곳에선)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
닉 팔도(65·잉글랜드)는 1987년, 1990년, 1992년 세 차례 디 오픈 챔피언십에서 우승했다. 그는 1990년 우승 당시 대회장이었던 영국 스코틀랜드 파이프주 세인트앤드루스 링크스 올드코스(파72)를 두고 이같이 말했다. 14일 같은 장소에서 막 올린 제150회 디 오픈에 출사표를 낸 156명에게도 해당되는 숙제다. 벙커를 넘어서는 자만이 클라레 저그(은제 주전자 모양의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릴 수 있다.
골프의 발상지로 불리는 이곳 올드코스에는 무려 112개 벙커가 있다. 첫 1번홀(파4)과 마지막 18번홀(파4)을 제외한 모든 홀 곳곳에 벙커가 도사리고 있다. 그것도 대부분이 탈출하기 까다로운 깊은 ‘항아리 벙커’다. 바닷가 특유의 변화무쌍한 날씨 탓에 벙커를 피하기도 쉽지 않다. 잠시라도 집중력을 잃으면 여지없이 벙커에 공이 빠진다. 세계 골프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코스 설계가 앨리스터 매켄지(1870∼1934)가 “세인트앤드루스의 벙커는 선수들의 공이 가장 쉽게 갈 만한 곳에 배치돼 있다”고 했을 정도다. 반대로 벙커를 피할 경우 그만큼 우승에 가까워진다. 이번 대회에 출전한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7·미국)는 2000년 디 오픈에서 나흘간 단 한 차례도 공을 벙커에 빠뜨리지 않으며 우승했다.
사자의 입, 고양이 덫, 무덤, 관 등 이름만 들어도 험난한 경기가 예상되는 벙커도 많다. 교장의 코, 7자매, 안경 등 독특한 이름을 단 벙커들도 있다. 그중에서 악명이 높은 건 14번홀(파5) 페어웨이 근처 자리 잡은 ‘지옥(Hell)’ 벙커다. 약 250m²의 넓은 규모에 높이도 약 2.1m나 돼 쉽게 빠져나오기 어렵다. 1995년 대회 당시 지옥 벙커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4차례나 스윙을 해야 했던 ‘황금곰’ 잭 니클라우스(82·미국)는 “다시는 이곳에 오고 싶지 않다. 사람들이 이곳을 왜 지옥이라 부르는지 이해한다”며 혀를 내둘렀다.
난이도로 치면 17번홀(파4)에 있는 ‘로드(Road) 벙커’를 예의 주시해야 한다. 페어웨이와 그린을 따라 난 도로 때문에 이 같은 이름이 붙은 로드 벙커는 그린 왼쪽을 파고든 형태로 피하기가 까다롭다. 1978년 토미 나카지마(68·일본)가 네 차례 스윙 끝에 탈출해 ‘나카지마의 모래’라는 별명이 붙었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 따르면 2015년 대회 당시 17번홀의 평균 타수는 4.66타로 그해 투어 전체에서 최고 난도를 기록했다.
PGA투어닷컴은 13일 전문가에게 설문을 실시한 결과 6명 중 3명이 로리 매킬로이(33·북아일랜드), 2명이 잰더 쇼플리(29·미국), 1명이 조던 스피스(29·미국)를 각각 우승 후보로 꼽았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우즈를 주요 컷 탈락 후보로 거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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