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범 주니어’ 이정후, 아빠도 못해본 MLB 진출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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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년 7월 18일 08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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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가 16일 열린 KBO 올스타전에서 1회초 선두타자로 나와 헬멧을 벗고 있다. © News1
이정후가 16일 열린 KBO 올스타전에서 1회초 선두타자로 나와 헬멧을 벗고 있다. © News1
올스타전에서 ‘종범 주니어’를 등에 새기고,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샌디에이고 파드리스)처럼 머리를 땋았던 이정후(24·키움 히어로즈). 팬서비스 차원의 이벤트였지만, 그와 별개로 이정후의 마음 속엔 이미 ‘메이저리그(MLB)’의 꿈이 자리잡은 것 같다.

이정후는 지난 16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 올스타전에서 특별한 시간을 보냈다.

이미 여러차례 올스타에 선발됐기에 올스타전 자체의 의미는 크지 않았는데, 이번 올스타전에선 아버지 이종범 LG 트윈스 퓨처스(2군) 감독과 함께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이번 올스타전 본 경기를 앞두고 KBO 40주년 레전드 투표 1~4위 결과를 공개했다. 그 결과 이종범 감독은 선동열 전 야구 국가대표팀 감독, 고(故) 최동원 전 한화 이글스 2군 감독에 이어 전체 3위로 선정됐다.

트로피를 받은 이 감독은 환하게 웃어보였고, 올스타로 뽑힌 이정후는 아버지를 끌어안으며 축하했다.

이정후는 “올스타전에서 아버지와 함께 하는 게 어렸을 때 2009년 광주 올스타전 이후로 처음”이라면서 “그 때는 그냥 어려서 따라온 거였다. 다른 선배들이 자녀를 데려 오시는 거 보면 어렸을 때 생각이 나기도 한다”고 말했다.

2009년 당시 초등학교 3학년이던 ‘어린이’ 이정후는 어느덧 성장해 프로무대에 입성, KBO리그를 대표하는 타자가 됐다. 프로 데뷔시즌인 2017년부터 5년 연속 3할 이상의 타율을 기록했고, 지난시즌엔 0.360의 타율로 타격왕을 차지해 1994년 타격왕에 올랐던 아버지의 뒤를 이어 사상 최초의 ‘부자 타격왕’이라는 진기록을 달성하기도 했다.

이종범 LG 2군 감독이 16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올스타전’에 앞서 열린 KBO리그 40주년을 빛낸 레전드 행사에서 아들 키움 이정후의 축하를 받고 있다. /© News1
이종범 LG 2군 감독이 16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올스타전’에 앞서 열린 KBO리그 40주년을 빛낸 레전드 행사에서 아들 키움 이정후의 축하를 받고 있다. /© News1
그는 ‘투고타저’ 양상의 올 시즌에도 0.331의 타율로 팀을 이끌고 있다. 여기에 더해 올 시즌들어 부쩍 파워가 늘어나면서 전반기까지 15홈런으로 이 부문 공동 4위에 올라 있다. 15개의 홈런은 이정후가 2020년 기록한 개인 최다 홈런과 같은 개수로, 올 시즌 이 기록을 넘어 20개 이상의 홈런을 터뜨릴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매년 거듭하는 이정후의 성장에 현역 시절 최고의 타자로 명성을 날렸던 아버지도 엄지를 치켜세웠다. 이 감독은 최근 이정후를 두고 “이미 20대의 나를 뛰어 넘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정후는 고개를 저었다. 그는 “20대 때의 아버지는 너무 잘하셨다. (내가 도저히) 넘볼 수 없는 기록들을 많이 보유하고 있어 그건 불가능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정후의 말대로 20대의 ‘선수 이종범’은 화려했다. 그는 20대 시절이던 1990년대 4번의 골든글러브(1993·1994·1996·1997년)를 차지했고,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를 차지했던 1994년에는 시즌 막판까지 4할에 육박하는 타율을 오가며 최종 0.393의 압도적인 타격왕에 오르기도 했다.

또 같은해 무려 84개의 도루를 기록하며 KBO리그 단일시즌 최다 도루 기록도 가지고 있다. 이 모든 것을 수비 부담이 가장 큰 유격수 포지션에서 기록한 그는 ‘바람의 아들’이라는 수식어가 부족하지 않은 야구 그 자체였다.

이정후는 기록으로는 감히 아버지의 것을 넘볼 수 없다면서도, 아버지를 넘어설 수 있는 다른 방법을 머리에 그리고 있다. 바로 메이저리그 진출이다.

그는 “아빠가 못 해본 걸 제가 할 수도 있지 않겠나”라며 “아빠는 일본 프로야구에 진출하셨는데 제가 잘 해서 좋은 리그에 가고, 거기서 잘 하면 제가 이기는 게 아닐까”라며 웃어보였다.

이 감독은 현역 시절 1998년부터 2000년까지 주니치 드래건스에서 활약했다. 진출 초창기엔 센세이셔널한 활약을 펼쳤지만 몸 맞는 공으로 부상을 당한 이후 상승세가 꺾였고, 결국 국내로 돌아왔다.

이정후는 아버지도 해보지 못했던 메이저리그를 조심스럽게 목표로 삼고 있다. 이미 국내무대를 평정했기에 큰 무대로 나가고 싶은 열망이 커졌고, 또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가지고 있다.

이정후의 도전은 빠르면 내년 시즌이 끝난 뒤 진행될 수 있을 전망이다. 이정후는 올해와 내년까지 마치면 KBO리그에서 총 7시즌을 마치게 돼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수 있는 자격을 얻게 된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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