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속에서 마네킹을 옮기며 경주하기, 상대방의 허리에 꼬리처럼 매단 기다란 천 떼어내기, 농구와 비슷하지만 백보드 없는 공중 바스켓에 공 던져 넣기, 배구처럼 공을 쳐 넘기되 손바닥이 아닌 주먹으로만 공치기, 드론 경주, 남녀 혼성 줄다리기…
올림픽에 포함되지 않은 종목들을 대상으로 하는 2022 월드게임이 올해도 눈길을 끄는 여러 경기들을 치렀다.
월드게임은 국제월드게임협회에서 4년 마다 개최하는 국제대회다. 올해는 7일부터 17일까지 미국 앨라배마 주 버밍햄에서 열렸다. 양궁(컴파운드), 당구, 볼링, 댄스스포츠, 핀수영, 수상스키 웨이크 보드 등 34개 종목에 100개국 3600여 명의 선수단이 참가했다.
올림픽에 포함됐다가 빠진 종목이 월드게임에 포함되기도 한다. 또 같은 종목이라도 세부 분류에 따라 올림픽에 참가하기도 하고 월드게임에 참가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양궁의 경우 리커브는 올림픽 종목이지만 컴파운드는 월드게임 종목이다. 리커브는 렌즈 없이 맨 눈과 힘으로 활을 겨냥하고 당겨 쏘는 전통 활쏘기 방식에 가깝다. 컴파운드는 활을 당길 때 도르래처럼 생긴 장치를, 겨냥할 때 렌즈를 사용한다.
한국은 양궁, 볼링, 당구, 댄스스포츠, 체조, 핀수영, 수상스키·웨이크보드, 우슈 등 8개 종목에 25명의 선수를 내보내 금메달 1개, 은메달 3개, 동메달 4개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우슈에 출전한 유원희(대구시청)가 한국에 금메달을 선사했다. 한국의 메달순위는 34위에 해당한다. 독일이 금메달 24개, 은메달 7개, 동메달 16개로 메달 순위 1위에 올랐다. 미국이 금메달 16개, 은메달 18개, 동메달 10개로 2위,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가 금메달 16개, 은메달 12개, 동메달 17개로 3위를 차지했다. 우크라이나는 아크로바틱 체조, 핀 수영, 가라테 등에서 금메달을 땄다.
월드게임은 이색경기들의 등장무대였다. 올해는 미식축구와 비슷하되, 태클을 금지하는 등 상대방과의 신체 접촉을 최소화하는 ‘플래그 풋볼(flag football)’이 월드게임에 처음 참가했다. 득점방식과 경기방식은 미식축구와 비슷하지만 선수들은 허리에 꼬리처럼 생긴 긴 천(플래그)을 매달고 경기한다. 상대방을 저지하기 위해서는 함께 달리며 상대방이 매단 천을 몸에서 떼어내면 된다. 천을 빼앗긴 선수는 전진을 멈춰야 한다. 몸싸움 부담이 덜해 인기를 끌고 있다. 미국에서 시작돼 세계 여러 나라로 퍼져 나가는 중이다. 미국 이탈리아 호주 멕시코 등이 참가했고 미국이 이탈리아를 꺾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배구와 비슷하지만 손바닥이 아닌 주먹으로 공을 쳐 넘겨야하는 ‘피스트볼(fistball)’도 열렸다. 5명씩 2개 팀으로 나뉘어 남자는 2m, 여자는 1.9m 높이의 네트를 사이에 두고 공을 쳐 넘기는 경기다. 다만 손바닥으로 공을 칠 수 없고 주먹으로 쳐야한다. 팔과 주먹을 사용해 공을 다룬다. 배구는 공이 코트 바닥에 닿으면 끝나지만 피스트볼은 공이 바닥에 닿아 튕겨도 된다. 한국의 족구처럼 바닥에 공을 튕긴 뒤 세 번 만에 상대 진영으로 공을 넘길 수 있다. 1세트는 11점까지 이며 5세트 경기이다. 남자경기는 1985년부터 월드게임에서 열렸지만 올해에는 여자 경기가 월드게임에서 처음 열렸다. 남녀 모두 독일이 금메달, 스위스가 은메달을 땄다.
여러 분야에서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는 드론 경주 대회도 월드게임에 처음 참가했다. 무선으로 조종하며 드론의 스피드 및 장애물 통과 기술을 겨룬다. 때로는 시속 160km 이상의 빠른 속도로 움직인다. 프랑스의 킬리안 루소가 금메달을 차지했다.
꾸준히 사랑을 받고 있는 이색스포츠 대회들도 열렸다. 전통의 힘겨루기 대회인 줄다리기 경기도 그 중 하나다. 우리가 아는 줄다리기와 같은 방식으로 치러진다. 두 팀으로 나뉘어 경기한다. 서로 줄을 당겨 줄의 정 중앙이 기준점을 지나 자기 편 쪽으로 넘어오게 하면 이긴다. 남, 녀 및 연령별 체급별 대회로 치러진다. 팀 당 8명씩 참가하되 몸무게 제한이 있다. 팀 전체의 몸무게 합산이 미리 정해 놓은 기준을 넘으면 안된다. 1981년부터 월드게임에 참가했다. 올해엔 남녀 혼성게임이 월드게임에서 처음 열렸다. 남녀 각 4명씩 한 팀을 이루어 치러졌다. 남자 600kg급 경기에서는 스위스, 여자 540kg급 경기에서는 대만, 남녀 혼성 580kg급에서는 영국이 우승했다.
‘인명구조경기(Life Saving)’도 열렸다. 실내 수영장에서 인체모형(마네킹) 등의 장비를 이용해 경기를 치른다. 수중 장애물을 통과하기도 한다. 인명구조 기술을 향상시키고 인명구조에 대한 동기를 고취시키기 위한 대회다. 생명을 구하기 위한 고귀한 뜻을 담고 있는 종목으로 1985년부터 월드게임에 참가했다. 마네킹을 이동시키며 속도를 겨루는 50m, 100m 경기, 마네킹과 함께하는 수중 릴레이 등 여러 종목이 있다. 독일의 대니 비엑이 남자 50m 마네킹 이동 종목에서 28초96의 기록으로 2위 이탈리아의 프란세스코 이폴리토(29초 16)에 앞서 금메달을 차지했다.
농구와 비슷하지만 백보드가 없는 공중 바스켓에 공을 던져 넣는 ‘코프볼’(korfball)도 성황리에 열렸다. 한 팀은 8명으로 구성되는데, 남자 4명 여자 4명으로 이루어진다. 코트에서 남녀가 함께 뛰는 혼성경기다. 드리블은 할 수 없고 패스를 통해서 움직인다. 1900년대 초 네덜란드에서 시작된 코프볼은 1920년과 1928년 올림픽 종목이기도 했다. 월드게임에는 1985년부터 참가했다. 네덜란드가 월드게임 금메달을 독식해오며 절대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올해에는 네덜란드를 비롯해 독일 중국 벨기에 대만 수리남 체코 포르투갈 등이 참가했다. 네덜란드가 결승에서 벨기에를 꺾고 우승했다.
이 밖에 카누를 타고 노를 저으면서 손으로 공을 던져 물위에 설치된 골대에 집어넣는 ‘카누 폴로’, 모래 위에서 핸드볼 경기를 하는 ‘비치 핸드볼’, 정밀지도를 이용해 목표지점까지 최단 경로를 찾아내며 이동 속도를 겨루는 ‘오리엔티어링’ 등 다양한 경기들이 열렸다.
월드게임은 올림픽처럼 화려하고 집중적인 조명을 받지는 않지만 새롭게 떠오르는 스포츠들을 보여준다. 올림픽 종목 만큼은 아니더라도 세계 곳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스포츠 경기들을 치른다. 이 중에서 점 점 더 인기를 끄는 종목들은 미래의 주요 스포츠로 자리 잡아 새롭게 올림픽 종목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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