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 번째 IOC 위원은 누가 될까[장환수의 수(數)포츠]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8월 3일 14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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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은 무보수 명예직이다. 행정 지원비와 회의 참석 수당으로 연간 2000만원 안팎을 받지만 이들에게 큰돈은 아닐 것이다. 대신 이들은 IOC의 대표로서 전 세계 회원국에서 국빈급 대우를 받는다. 공무일 경우 교통과 숙박비가 무상 지원된다. 비자 없이 입국하며, 전용차와 안내 요원이 배정된다. 머무는 호텔과 탑승하는 차량에는 국기가 게양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올림픽 개최지 선정 등 IOC의 여러 현안을 결정할 권한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국가의 이익을 대변하는 자리다. 현재 우리나라는 이기흥 대한체육회장과 유승민 대한탁구협회장이 IOC 위원으로 활약 중이다. 문제는 이들의 임기가 2년 안팎이면 만료된다. 미리 대비하지 않으면 2016년 같은 암흑기가 재연될 수도 있다. 당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투병 중이었고, 문대성 위원은 직무정지를 당한 상태였다. IOC 위원과 관련된 궁금증을 문답으로 풀이해본다.

▶IOC 위원 구성은?

개인 자격은 70명, 국가올림픽위원회(NOC)와 국제경기연맹(IF) 대표, 선수위원은 각 15명으로 최대 정원은 115명이다. 현재 숫자는 102명. 정년은 1999년 이전에 선출된 20명은 80세, 이후는 70세다. 임기는 8년으로 선수위원은 단임이지만 나머지는 연장이 가능하다. 위원장은 8년 후 4년을 더 할 수 있다. 1991년 위원이 된 뒤 2013년 당선된 토마스 바흐 위원장은 지난해 연임에 성공해 2025년까지 임기를 보장받았다.

IOC 위원을 3명 이상 보유한 국가는 프랑스(4명), 중국 일본 이탈리아 스페인(이상 3명) 5개국에 불과하다. 2명인 우리나라는 미국 영국 독일 러시아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다른 게 있다면 1999년 이전 선출된, 사실상 종신직 위원이 없다는 점이다. 이들은 오래 한 만큼 국제 스포츠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반면 전체 102명의 위원 중 71명은 취임 10년 이내이다. IOC가 복마전에서 벗어나 변화를 꾀하고 있다는 신호이다.

▶역대 한국 IOC 위원은?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 사진 AP 뉴시스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 사진 AP 뉴시스
IOC 위원을 배출하려면 회원국이 먼저 돼야 한다. 우리나라는 정부 수립 1년 전인 1947년 6월 IOC에 가입했다. 1948년 7월 런던 올림픽에는 아직 미군정 중이었지만 독립국가로 첫 출전했다. 이를 주도한 이가 2대 IOC 위원인 이상백이다. 일본 와세다대를 졸업한 그는 손기정보다 4년 먼저인 1932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 출전한 농구선수 출신이자 학자였다. 일본농구협회 부회장과 일본체육회 전무이사를 역임했으니 어떤 이들의 눈엔 친일파로 비춰질지도 모르겠다. 나머지 5대까지 위원은 정치인들이 돌아가며 맡았다.

6대 김운용, 7대 이건희 위원이 동시에 활약할 때가 스포츠 외교의 황금기였다. 김운용 위원은 1988년 서울 올림픽 성공 개최와 2000년 시드니 올림픽 태권도 정식종목 채택, 남북 공동입장을 이끌었다. IOC 수석 부위원장까지 올라간 그는 2001년에는 유색인종 최초의 위원장에 도전했지만 뜻을 이루지는 못했다. 이건희 위원은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 유치 주역이었고, 삼성그룹은 올림픽 공식 스폰서이다. 8대 박용성 위원은 국제유도연맹 회장 자격으로, 9대 문대성 위원과 10대 유승민 위원은 선수위원으로, 11대 이기흥 위원은 대한체육회장 자격으로 IOC에 입성했다.

▶포스트 유승민은 누가?


유승민 위원은 2024년 8월 파리 올림픽 때 8년 임기가 끝난다. 이기흥 위원은 2025년 1월이면 만 70세가 된다. 마침 체육회장 임기도 이때까지다. 가장 먼저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은 문대성 유승민에 이은 세 번째 선수위원을 파리에서 배출하는 것이다. 선수위원 출마 자격은 국가당 1명으로 직전 올림픽에 출전한 선수까지로 제한돼 있다. 출전 선수들의 투표로만 진행돼 이변이 연출될 수 있다. 실제로 글로벌 스타는 아니었던 문대성(태권도)은 1위, 유승민(탁구)은 2위로 당선됐다.

선두주자로 평가받는 진종오(사격)는 2016년 후보 경쟁에서 유승민에 밀렸지만 지난해 도쿄 올림픽에도 출전해 자격을 갖췄다. 구본길(펜싱)과 박인비(골프)도 하마평에 오르내린다. 파리에서 안 될 경우 2026년 밀라노 겨울올림픽이 대안이다. 이상화(스피드스케이팅)가 가능성이 있다. 김연아(피겨스케이팅)와 장미란(역도)은 출마 자격은 없지만 IOC 위원장이 갖고 있는 지명직 선수위원 3명(지역, 성별, 종목 균형)의 빈자리를 노려볼 수도 있다. 2024년 뉴질랜드의 사라 워커(사이클)가, 2026년 중국의 장홍(스피드스케이팅)이 임기가 끝난다.

▶한국 스포츠 외교를 이끌 차기 리더는?


이기흥 회장에 이어 취임한 대한체육회장이 바로 IOC 위원이 되는 것은 쉽지 않다. 선수위원과는 달리 형평성을 고려할 IOC 총회 투표로 최종 결정되기 때문이다. 현재 가장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것은 6월 취임한 김재열 국제빙상경기연맹 회장이 IF 대표 자격으로 IOC의 문을 두드리는 것이다. IF 회장 겸임 위원은 13명으로 2명의 쿼터가 남아 있다.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 회장인 이탈리아의 이보 페리아니만이 겨울종목 수장이다. 빙상과 스키는 여름으로 치면 육상과 수영에 비교되는 메이저 종목이다. 삼성이 2028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까지 스폰서십을 연장한 것도 강점이다. 1988년 서울 올림픽부터 무려 40년째다. 다만 김 회장은 이제 갓 취임해 관례상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최태원 SK 회장 등도 IOC 위원 후보로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이건희 회장의 뒤를 이어 올림픽을 공식 후원하고 있다. 정의선 회장은 아시아양궁연맹 회장을, 최태원 회장은 대한핸드볼협회 회장을 맡고 있다. 누가 되든 한국 스포츠 외교력은 급상승할 게 분명하다.

▶앞으로 과제는?


IOC를 움직이는 힘은 국력, 스폰서십, IOC 위원의 역량이다. 국가와 기업이 손을 맞춰 적극 지원하는 것은 언제든 하면 된다. 그러나 IOC 위원의 역량을 키우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전화 한 통화로 상대를 움직일 수 있는 친화력과 협상력, 그리고 전문성이 요구된다. IOC 통용 언어인 영어 프랑스어 등에 능통하면 금상첨화다. 굳이 IOC 위원 혼자서 모든 것을 갖출 필요는 없다. 사람을 적재적소에 잘 쓰면 된다. 김운용 위원은 원맨쇼를 했지만 이건희 위원은 팀으로 움직였다.

그러려면 스포츠 외교전문가를 제대로 키워야 한다. 선수 출신이면 더욱 좋다. 정부가 예산을 지원해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 국내 최고의 IOC 전문가인 윤강로 국제스포츠연구원장은 “스포츠 외교는 총성 없는 전쟁이다. IOC가 변화를 추구하는 만큼 우리도 이에 맞춰 과거 불도저식 밀어붙이기에서 벗어나 체계화된 스포츠 외교력을 키워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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