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예고한 윌리엄스 출전에 최다 관중-최고가 티켓
타이슨-클린턴 등 관전… 열띤 응원속 1회전 2-0 통과
30일 미국 뉴욕 빌리진킹 내셔널 테니스센터의 아서 애시 코트에서 열린 올해 마지막 메이저 대회인 US오픈 여자 단식 1회전엔 2만9402명의 팬들이 몰렸다. 역대 US오픈 한 경기 최다 관중이다. 이날 1회전 티켓은 2차 티켓 시장에서 평균 987달러(약 133만 원)에 팔렸다. 티켓 판매 가격 집계를 시작한 2011년 이래 US오픈 개막전 티켓의 최고가 기록이다.
스탠드에는 ‘핵 주먹’ 마이크 타이슨과 ‘스키 여제’ 린지 본 등 스포츠 스타를 비롯해 할리우드 스타 스파이크 리, 맷 데이먼, 휴 잭맨 등도 함께했다. 정계에서는 빌 클린턴 전 미 대통령과 뉴욕시 두 번째 흑인 시장인 에릭 애덤스가, 패션계에서는 애나 윈터 보그 편집장, 디자이너 베라 왕 등이 자리를 지켰다.
이번 대회를 마지막으로 은퇴할 수도 있는 ‘코트의 여제’ 세리나 윌리엄스(41·미국)를 지켜보려는 팬들의 열기가 코트를 뜨겁게 달궜다. 윌리엄스의 마지막 경기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결코 놓칠 수 없었다. 부상 공백으로 세계랭킹이 407위까지 떨어진 윌리엄스는 80위 단카 코비니치(28·몬테네그로)를 2-0(6-3, 6-3)으로 제압했다. 이날 승리로 윌리엄스는 US오픈 1회전 무패 기록(21전 21승)을 이어갔다. 오픈 시대(1968년 시작된 테니스 프로 시대) 이후 10대, 20대, 30대, 40대에 모두 US오픈에서 승리를 거둔 역대 4번째 여자 선수가 됐다.
윌리엄스는 1회전부터 결승전을 방불케 한 응원을 펼친 홈팬들에게 “US오픈은 늘 편한 무대지만 오늘은 여러분이 정말 대단했다”며 “여러분이 무엇을 하든, 얼마나 어렵든, 절대 포기하지 마세요. 저도 정말 많이 무너졌고 이렇게 다시 왔습니다. 저를 보고 여러분도 뭐든 해내시길 바랍니다”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US오픈은 1999년 윌리엄스가 18세 나이로 첫 메이저 대회 우승을 일구며 메이저 통산 23승 역사의 시작을 알렸던 대회다. 1승만 더하면 마거릿 코트(은퇴·호주)의 메이저 최다 단식 우승 기록(24회)과 타이를 이룰 수 있지만 그는 “이제는 만족한다”고 했다.
대회가 열린 경기장 이름의 주인공인 미국 테니스의 아이콘 빌리 진 킹(79)도 경기 후 직접 코트에 나와 윌리엄스와의 추억을 나눴다. 킹은 “세리나가 6세 때 서브하는 것을 처음 보고 ‘절대, 아무것도 바꾸지 마’라고 말했었다. 여러분도 오늘 보셨다. 테니스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서브”라고 극찬했다.
코트에서 실력과 패션을 선도했던 윌리엄스는 이날도 자신이 직접 디자인한 검정 드레스 스타일의 테니스복을 입고 나섰다. 윌리엄스는 “US오픈 통산 6회 우승의 의미를 담아 치마를 6개 레이어(겹)로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피겨스케이팅 선수들의 경기복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상의는 크리스털로 장식했다. 함께 신은 검정 운동화에는 400개의 다이아몬드 장식이 박혔다. 올해 5세가 된 딸 올림피아는 윌리엄스가 1999년 US오픈에서 우승했을 때처럼 흰색 비즈로 머리를 장식해 많은 이들을 향수에 젖게 했다.
이날 관중은 윌리엄스가 코트를 떠나기 전 저마다 자리에서 파란색, 흰색, 빨간색 카드를 들어 ‘WE ♡ SERENA’ 카드섹션 메시지를 만들어 보이기도 했다. 내달 1일 열리는 2회전에서 세계 2위 아네트 콘타베이트(27·에스토니아)를 만나는 윌리엄스는 “오늘 승리도 기대하지 않았던 결과다. 이제 남은 경기는 보너스나 마찬가지다. 지금 이 순간을 즐기는 것도 좋은 일인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윔블던 대회 1회전 중 다리 부상으로 기권했던 윌리엄스는 1년의 재활 후 올 6월 윔블던 복귀전에서 1회전에 탈락했다. 이후 패션잡지 보그에 은퇴 가능성을 내비쳤지만 특정 대회를 끝으로 은퇴한다고 명시하진 않았다. 윌리엄스는 ‘이날 US오픈이 마지막 대회냐’는 질문에 “내가 조금 모호하게 표현했다. 어떻게 될지 모르니 앞으로도 계속 모호하고 싶다”며 여운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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