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MLB 도전 선언, 지표로 보니
타격 포인트 6년새 19cm나 앞으로
빠른 공 대처능력 확연히 좋아져
타구 속도 데뷔 때보다 10km 늘어… 시속 150km 이상 공 타율 0.338
이정후(24·키움)가 프로야구에서 어떤 기록을 새로 써도 이제 팬들은 큰 감흥을 느끼지 않는다. 이정후는 프로 데뷔 6년 차인 올해 장효조(0.331)를 제치고 통산 타율 1위(0.341)에 올라선 것은 물론이고 역대 최연소(23세 11개월 8일) 및 최소 경기(747경기) 1000안타, 6년 연속 150안타를 달성하면서 KBO리그를 ‘접수했기’ 때문이다.
이제 팬들 관심은 ‘이정후가 메이저리그(MLB) 무대에서도 통할까’로 옮겨가고 있다. 이정후는 내년 시즌이 끝나고 해외 진출 자격을 얻으면 MLB 무대에 도전하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힌 상태다. 이정후가 MLB 무대에 연착륙하려면 스즈키 이치로처럼 ‘안타 생산 능력’을 증명할 필요가 있다,
MLB 무대에서 통산 3089안타를 친 이치로는 이정후가 아버지 이종범 LG 퓨처스리그(2군) 감독보다 더 ‘롤모델’로 꼽는 선수다. LA 다저스 간판 선수 무키 베츠 역시 ESPN에서 KBO리그 경기를 중계하는 걸 본 뒤 “이정후가 MLB 무대로 건너온다면 이치로 같은 선수가 될 것”이라고 인터뷰하기도 했다.
이치로는 2001년 MLB에 진출하면서 자기 트레이드마크였던 ‘시계추 타법’을 포기했다. 오른발을 높게 들어올리는 이 타격 자세로는 MLB 투수가 던지는 빠른 공에 적응하기가 불가능하다고 결론을 내렸던 것. 이치로는 중학생 때부터 피칭 머신을 타석 쪽으로 당겨 빠른 공에 대처하는 능력을 키우려 애썼지만 MLB는 차원이 달랐다. 지금은 더하다.
샌디에이고 김하성의 개인 타격코치를 맡고 있는 ‘더 볼 파크’의 최원제 코치는 “MLB에서는 커브도 시속 140km대로 온다. 한국에서처럼 변화구에 타이밍을 잡고 칠 수가 없다”면서 “타격 포인트가 앞에 있으면 어느 정도 대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치로를 따라 우투좌타를 선택한 이정후도 이에 맞게 진화해 왔다. 이정후는 데뷔 시즌에는 포수 쪽에 있는 홈플레이트 꼭짓점을 기준으로 평균 51.4cm 지점에서 공을 때렸다. 해가 갈수록 이 숫자는 점점 늘어나 올 시즌에는 70.1cm가 됐다. 그만큼 공을 앞에서 때리게 된 것이다. 그사이 타구 평균 속도도 시속 129.2km에서 139.3km까지 늘었다.
이정후는 그러면서 빠른 공에도 강점을 보이게 됐다. 이정후는 KBO리그 무대에서 시속 150km 이상으로 날아온 투구를 받아쳐 평균 시속 139.4km짜리 타구를 만들어 내면서 타율 0.338, OPS(출루율+장타력) 0.929를 남겼다. 타율은 통산 기록과 사실상 차이가 없고 OPS는 통산 기록(0.896)보다 결과가 더 좋다.
국가대표 타격 코치를 지낸 이종열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일반적인 레벨(level) 스윙을 할 때 공을 방망이에 맞힐 수 있는 포인트가 2.5개 정도라면 이정후의 어퍼(upper) 스윙 궤적은 포인트가 7개 정도다. 최근에는 상체를 더 기울여 살짝 높은 공도 정타를 때려내더라”면서 “지금처럼 빠른 공에 대처할 수 있다면 MLB에서도 통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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