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19세 129일에 첫 메이저 제패
10대 선수 랭킹 1위 사상 최초
“어렸을 때부터 꿈꿔 왔던 것들”
많은 이들이 그가 머지않아 세계 테니스 정상에 설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렇게 일찍 정상에 오를 것으로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스페인의 카를로스 알카라스가 만 19세 129일에 자신의 메이저대회 첫 우승컵을 들어 올리면서 역대 최연소 남자 세계랭킹 1위 자리까지 올랐다.
알카라스는 12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 US오픈 남자 단식 결승전에서 카스페르 루드(24·노르웨이·5위)를 3-1(6-4, 2-6, 7-6, 6-3)로 물리쳤다. US오픈 남자 단식에서 10대 챔피언이 나온 건 1990년 당시 19세 29일에 우승한 피트 샘프러스(51·미국)에 이어 알카라스가 역대 두 번째이고, 4대 메이저대회(호주오픈, 프랑스오픈, 윔블던, US오픈) 전체로 따지면 2005년 프랑스오픈 챔피언 라파엘 나달(당시 19세·스페인·3위) 이후 17년 만에 처음이다.
US오픈 우승으로 랭킹 포인트 2000점을 더한 알카라스는 남자프로테니스(ATP)에서 이날 새로 발표한 세계 랭킹에서도 생애 처음으로 1위에 올랐다. 10대 선수가 랭킹 1위를 차지한 건 랭킹 시스템을 도입한 1973년 이후 처음이다. 이전에는 레이턴 휴잇(41·호주)이 20세 268일에 1위에 오른 게 최연소 기록이었다. 2003년생인 알카라스는 21세기에 태어난 선수로는 처음으로 랭킹 1위에 오르는 기록도 남겼다.
결승전이 끝난 뒤 알카라스는 메이저대회 첫 우승과 랭킹 1위를 동시에 차지하게 된 소감을 묻는 질문에 “지금의 이런 일상은 결코 쉽지 않았다. 여러분과 9·11 희생자를 기리고 싶다”는 뜻을 먼저 전했다. 이날 경기는 현지 시간으로 11일 열렸고 경기장 코트 한쪽 바닥에는 테러 발생일을 가리키는 ‘9/11/01’이 새겨져 있었다.
알카라스는 “세계 1위, (메이저대회) 챔피언이 되는 것은 어렸을 때부터 꿈꿔 왔던 것들이다. 진짜 열심히 노력했다”면서 “이 자리를 오래 지킬 수 있도록 더욱 열심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선수 시절에 8주간 랭킹 1위를 지켰던 후안 카를로스 페레로 코치(42)는 “알카라스가 15세 때 처음 만났다. 당시만 해도 빼빼 마른 게 완전 멸치 같았는데 이제 제법 선수 티가 난다”면서 “선수로서 완성해야 할 부분이 아직 많은데 벌써 랭킹 1위에 올랐다는 점에서 더욱 기대된다”고 말했다.
전날 여자 단식 결승에서는 세계 1위 이가 시비옹테크(21·폴란드)가 온스 자비르(28·튀니지·5위)를 2-0(6-2, 7-6)으로 꺾고 개인 통산 세 번째 메이저 우승컵을 안았다. 메이저대회 남녀 단식 우승자 나이를 합쳐 40세 이하인 건 1991년 프랑스오픈 이후 31년 만이다.
‘테니스 여제’ 세리나 윌리엄스(41·미국)의 선수 생활 마지막 대회로 많은 관심을 받기 시작해 세대교체까지 화제를 모았던 이번 US오픈은 총 77만 관중을 넘겨 대회 역대 최다 관중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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