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으로 참가한 대회가 3년 전 서울국제마라톤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이런 메이저 대회가 열리지 않아 정말 아쉬웠다. 오늘 한풀이처럼 뛰러 왔다.”
2019년 마지막 레이스 이후 18일 3년 만에 대면 행사로 열린 2022 공주백제마라톤에 나선 마라톤 마니아 서주식 씨(49)는 이렇게 말했다. 이날 오전 9시 출발을 앞두고 기온은 27도, 습도는 75% 가까이 올라 가만히 서 있어도 땀이 나는 날씨였다. 하지만 출발지인 공주시민운동장에 모인 7000여명의 참가자들은 저마다 경기장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며 오랜만에 마련된 축제를 기념하기 바빴다.
2020년 행사가 취소되고 2021년 행사는 비대면으로 열렸지만 여러 사람들과 부대껴 달리는 기쁨을 대체하지는 못했다. 10km에 참가한 유숭제 씨(40) “언택트로 뛴 적도 있지만 오프라인으로 뛸 때가 더 재밌다. 이렇게 사람 많은 곳에서 같이 부딪히고 경쟁하며 뛰고 싶었다”고 했다.
그간 코로나 19로 마라톤 대회들이 연달아 취소면서 이번 대회에는 마라톤 첫 출전을 기다려온 이들이 유독 많았다.
아프리카 짐바브웨에서 올 2월부터 KDI 국제정책대학원 석사과정 유학 중인 린제이 치스웨 씨(31)는 5월부터 세종마라톤클럽 동호회 활동을 시작해 4개월 만에 첫 하프코스 실전 도전에 나섰다. 치스웨 씨는 “코로나 19로 (짐바브웨에서) 락다운(폐쇄)이 됐을 때 정말 답답했다. 유학도 늦어졌는데 이렇게 대회에 나설 수 있어 너무 신난다”고 했다. 더운 날씨에도 첫 도전을 완주해낸 치스웨 씨는 “짐바브웨도 이렇게 덥지는 않다. 16km 때부터 걸은 것 같다(웃음). 그래도 첫 대회 출전 치고는 괜찮았던 것 같다. 다음번 대회에서 더 좋은 기록에 도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마라톤클럽에서 뛰며 역시 이번에 첫 하프코스 도전에 나섰던 김영인 KDI 연구원 역시 목표로 했던 제한시간 내 완주에 성공했다. 마라톤 첫 도전부터 섭씨 30도에 달하는 더운 날씨를 이겨낸 김 씨는 “(남자)풀코스 1등이랑 같이 들어왔다”며 부끄러워했지만 “그래도 이제 10km는 수월하게 달릴 수 있을 것 같다”며 웃었다.
다음달 출산을 앞둔 예비엄마 진수진 씨(30)도 만삭의 몸으로 남편의 첫 10km 도전 응원을 위해 직접 대회장을 찾았다. 남편 김창연 씨(32)는 “늘 마라톤을 해보고 싶었는데 (대회가 없어) 못하다 (대회) 현수막을 보고 참여하게 됐다. 헬스장 러닝머신으로만 뛰다가 직접 뛰는 건 처음”이라고 말했다. 마라톤 출전 경험이 있는 예비엄마 진 씨는 “아들이 태어나면 가족이 함께 뛰고싶다”고 말했다.
이재근 씨(39)는 온 가족과 함께 이번 대회 5km에 참여했다. 막내 딸은 유모차에 태우고 이 씨가 직접 밀며 뛰었다. 아들이 공주백제마라톤 개막식 시범공연을 한 ‘태어로즈 태권도영웅단’ 소속으로 자연스럽게 동참하게 됐다. 이 씨는 “마라톤 자체가 처음이다. 혼자 뛴 적도 없다. 공주마라톤처럼 큰 대회가 열린다고 해서 가족이 다 같이 오면 좋을 것 같아서 함께 왔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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