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더러 “GOAT 논쟁? 종결불가…은퇴 후에도 나달·조코비치 지켜볼 것”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9월 22일 17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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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41·스위스)는 자신과 라파엘 나달(36·스페인), 노바크 조코비치(35·세르비아) 등 ‘빅3’를 두고 테니스 팬들이 벌이는 ‘GOAT’(the Greatest Of All Time·역사상 최고) 논쟁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팀 대항전인 레이버컵을 끝으로 은퇴하는 로저 페더러(맨 앞)이 팀 21일 대회가 열리는 런던의 랜드마크 타워브릿지 앞에서 한 팀으로 대회에 나서는 유럽 팀 동료들과 셀피를 찍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 페더러는 라파엘 나달, 노바크 조코비치 등 \'BIG3\'를 포함해 유럽 선수들과 한 팀으로 나선다. 나달은 현지에 22일 오전 합류해 이날 함께 사진을 찍지 못했다.

영국 런던에서 23일 막을 올리는 레이버컵에서 은퇴 경기를 준비 중인 페더러는 22일 AP 인터뷰에서 “솔직히 재미있는 논쟁이긴 하다. 아마 얘기하자면 끝이 없을 것”이라면서도 “그런데 대체 어떻게 비교할 수 있겠나? 나이를 먹고 우승하는 것과 어려서 우승하는 것, 클레이코트냐 잔디냐, 수년간 지배적인 경기력을 보이는 것과 부상에서 돌아온 것, 이 중에 뭐가 더 나은 것인지 따지기는 정말 불가능하다(impossible to grasp)”고 했다.

21일 영국 런던 O2 아레나에서 열린 레이버컵 연습 세션에서 훈련 중인 로저 페더러.

13살 딸 쌍둥이, 8살 아들 쌍둥이 총 네 자녀를 둔 페더러는 “사람들은 늘 비교를 좋아한다. 나도 우리 쌍둥이들을 보며 매일 느끼는 건데, 비교는 절대 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오랜 농구팬인 페더러는 GOAT 논쟁을 이야기하며 농구계의 오래된 GOAT 논쟁인 마이클 조던(은퇴)과 르브론 제임스(LA 레이커스) 얘기를 꺼내기도 했다. 그는 “누가 가장 위대하냐고 물으면 아마 조던이 꼽히겠지만 몇몇 지표상으로는 제임스가 앞서기도 한다”고 했다.

다만 페더러는 최근 GOAT가 남발되는 경향이 있다고도 했다. 페더러는 “모두가 서로를 ‘GOAT’라 부른다. 아마 소셜미디어 때문인 것 같다. 그런데 GOAT가 그렇게 많을 수는 없다”며 “GOAT(염소)가 많은 곳은 스위스다. 들판에 가면 천지”라는 ‘아재개그’도 덧붙였다.

페더러는 은퇴 후에도 나달, 조코비치의 경기 결과를 계속 지켜볼 것이라고 했다. 나달과 조코비치는 페더러가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사이 메이저대회 우승횟수를 각각 22승, 21승으로 늘리며 페더러의 기록(20승)을 넘어섰다.

자신이 떠난 코트에 남아 우승횟수를 늘리기에 도전하는 이들에게 페더러는 “하고 싶은 것을 다 해보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도 했다. 다만 그는 “행복한 선에서(as long as it makes them happy)”라는 말을 덧붙였다.

그는 최고 레벨의 선수들 역시 테니스에 ‘정내미가 떨어지는’ 순간들이 있다고 했다.

“선수로서의 삶을 매 순간을 모두 좋아할 수만은 없는 일이다. 어려서는 투어가 멋지기만 할 것 같다. 하지만 투어를 돌면 ‘이 정도로 힘들다고?’라고 느낄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모르는 부분이지만 투어 레벨의 모든 선수들이 겪어야 할 일이다. 그렇다고 ‘불쌍한 사람들’이라는 얘기는 아니다. 엄청난 돈을 벌고 수백만 사람들을 기쁘게 할 수 있는 기회도 얻는다. 그저 스스로 ‘내가 마땅히 즐기고 있는가’를 자문해야 한다는 것이다. 꿈을 이루고, 꿈을 살고 있는데 그 꿈이 어느덧 일상이 되면 더 이상 특별하다고 느껴지지 않게 된다. 익숙함은 위험하다.”

페더러는 자신 역시 수년간 여러 코치와 팀원들의 도움 덕에 동기부여를 하고 스스로를 몰아붙일 수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사람들은 코트 위에 나를 보고 ‘와, 천재다! 혼자 다 할 수 있어’라고 말하지만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우리도 동기부여와 영감이 필요하다. 우리 엉덩이를 걷어 차며 ‘신발 신고 뛰자, 연습하자. 하고싶지 않겠지만 그래도 해야 된다. 하고 쉬자’라고 말해줄 사람들이 필요하다”고 했다.

1998년 투어무대에 데뷔해 1526번의 단식 경기에서 1251번의 승리, 그 중 메이저 대회에서 369승(역대 1위)을 거둔 뒤 코트를 떠나는 페더러는 “힘들었지만 좋았던 기억이다. 모두 다시 하라고 해도 다시 할 것”이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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