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윈덤 챔피언십서 우승… 타이거 우즈보다 빠른 기록
9개월만에 세계랭킹 22위로
최연소지만 실력-정신력 강해…투어 강행군 이겨낼 능력 갖춰
《‘골프 유목민’ 김주형(20)이 이제 꿈의 무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 뿌리를 내린다.
2022∼2023시즌 PGA투어가 19일 끝난 포티넷 챔피언십을 개막전으로 대장정의 막을 올렸다. 지난 시즌과 같은 총 47개의 대회가 이어지는 가운데 올 시즌에는 그 어느 때보다 국내 팬들의 가슴을 뛰게 하는 ‘무서운 막내’가 있다.
지난 시즌 막판 PGA투어 정회원 자격을 획득하면서 꿈의 무대에서 본격적으로 뛰놀게 된 김주형이다.》
2000년대생 최초 투어 우승
등장부터 화려했다. 초청선수로 출전한 7월 제네시스 스코티시오픈에서 3위를 한 김주형은 특별 임시회원 자격을 얻었다. 같은 달 열린 로켓 모기지 클래식에서 7위로 페덱스컵 포인트를 끌어올리며 사실상 다음 시즌 정회원 자격을 획득했다.
이어 정규시즌 최종전 윈덤 챔피언십에서 기어이 일을 냈다. 지난달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그린즈버러 세지필드CC(파70)에서 열린 대회에서 최종합계 20언더파 260타로 정상에 섰다. 2002년 6월 21일생인 김주형은 20세 1개월 17일 나이로 우승하며 2013년 조던 스피스(당시 19세 11개월 17일)에 이어 투어 역대 두 번째로 어린 우승자가 됐다. 심지어 자신의 우상인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7)의 첫 우승(20세 9개월 6일)보다 빠른 기록이다.
투어 한국 선수 최연소 우승은 물론이고 2000년대생으로는 투어에서 최초로 우승을 차지한 선수가 됐다. PGA투어는 김주형의 우승에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태어난 세대)가 도착했다”고 알렸다. 또 1983년 이후 첫 번째 홀에서 쿼드러플 보기 이상을 기록하고 우승한 최초의 선수, 투어 사상 두 번째로 낮은 9홀 스코어(4라운드 전반 9홀 8언더파 27타) 등 갖가지 진기록도 세웠다.
향후 2시즌 동안 투어 시드도 획득한 김주형은 내친김에 플레이오프 1, 2차전인 페덱스 세인트주드 챔피언십, BMW 챔피언십 무대도 밟았다. 최종전인 투어 챔피언십까진 진출하지 못했지만 세계랭킹은 올해 초 132위에서 9개월 만에 22위(25일 기준)까지 끌어올렸다. 이어 유럽을 제외한 인터내셔널팀과 미국팀 간의 단체 대항전인 2022 프레지던츠컵에도 합류했다. 막내의 합류에 이번 대회에는 역대 가장 많은 한국 선수(4명)가 출전했다.
새 시즌 판타지 랭킹 19위 “투어에 최적화된 선수”
새 시즌 김주형의 성적은 어떨까. 긍정적인 활약을 기대하는 장밋빛 전망이 많다. PGA투어는 10일 2022∼2023시즌 선수들의 판타지 랭킹을 선정하면서 김주형을 임성재(24·11위)에 이어 한국 선수 중 두 번째로 높은 19위에 올렸다. “20세의 김주형은 21세기에 태어난 최초의 PGA투어 우승자다. (김주형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스위트 스폿(클럽 페이스의 중심점)에 가까이 있다”며 긍정적인 전망을 했다.
물론 새로운 투어에 적응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구나 미국 전역은 물론이고 영국 등을 돌며 매주 강행군을 펼치는 PGA투어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단순히 골프 실력 외에도 빼어난 정신력, 적응 능력 등이 필요하다.
김주형에겐 이 또한 큰 문제가 되지 않으리란 평가다. 김재열 SBS골프 해설위원은 “많은 한국 선수들이 해외 무대에 도전하며 골프 실력 외에도 문화적 차이 등에서 어려움을 겪는다. 어려서부터 전 세계를 돌며 골프를 쳐온 데다 영어에도 능통한 김주형에게는 적용되지 않는 문제다. 김주형은 이미 투어에 최적화된 선수”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로 두 살 때 티칭 프로인 아버지를 따라 한국을 떠난 김주형은 중국, 호주, 필리핀, 태국 등을 돌며 생활했다. 이미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아시안투어 등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었다.
PGA투어는 프레지던츠컵을 앞두고 김주형에게 주목하며 “톰 김(김주형의 영어 이름)은 아직 스무 살이지만 CEO(Chief Energy Officier·최고에너지책임자)가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동안 언어, 문화의 차이로 소통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아온 인터내셔널팀의 활력소가 되길 기대한 것. 실제로 프레지던츠컵에 출전한 김주형은 세계 톱랭커들이 즐비한 미국 팀 앞에서 주눅 들지 않고 화끈한 세리머니로 인터내셔널팀 분위기를 이끌었다. 인터내셔널팀 내 샷별 최고의 선수를 꼽아달라는 질문에 아이언 샷과 퍼트에서 자신을 언급하는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김주형 외에 안병훈(31), 김성현(24)도 새 시즌 PGA투어에 합류한다. 두 선수는 지난 시즌 콘페리(2부)투어 정규시즌 포인트 25위 안에 들면서 투어 무대에 올랐다. 안병훈은 2년 만의 재입성, 김성현은 투어 첫 진출이다. 웨이트 트레이닝 외에도 권투를 병행하는 훈련으로 화제가 된 안병훈은 복귀전에서 최종합계 12언더파 276타로 공동 4위를 하며 새 시즌 전망을 밝혔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