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니 쇼헤이(28·LA 에인절스)와 에런 저지(32·뉴욕 양키스) 가운데 누가 메이저리그(MLB) 아메리칸리그(AL) 최우수선수(MVP)가 되더라도 다른 선수는 ‘역대급으로 억울한 2위’로 남을 수밖에 없다.
지난해 AL MVP 오타니는 올해도 27일 현재 투수로 14승 8패, 평균자책점 2.47을 기록하면서 타자로도 34홈런을 치는 등 투타에 걸쳐 맹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여느 시즌이라면 2년 연속 MVP 수상이 떼어 놓은 당상인 수준이다.
저지도 마찬가지다. 2001년 이후 양대 리그를 통틀어 처음으로 60번째 홈런을 날린 저지는 타율(0.314), 타점(128점)에서도 1위를 지키면서 ‘트리플 크라운’을 노리고 있다. 트리플 크라운에 성공하고도 MVP를 타지 못한 사례는 1947년 테드 윌리엄스(1918~2002·보스턴)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윌리엄스는 ‘성적’이 아니라 ‘성격’이 문제였다. 윌리엄스는 MVP 투표권이 있는 기자들을 ‘키보드의 기사(knights of keyboard)’라고 부를 만큼 언론과 사이가 좋지 못했다. 윌리엄스는 결국 1947년 AL MVP 투표 때 양키스의 조 디마지오(1914~1999)에게 201-202로 졌다. 보스턴 기자들마저 디마지오에게 표를 던진 탓이었다.
홈런 신기록도 MVP를 보장하는 건 아니다. 마크 맥과이어(59·세인트루이스)는 1998년 MLB 역사상 처음으로 시즌 70호 홈런을 날렸지만 내셔널리그(NL) MVP 투표에서는 272점을 받아 새미 소사(54·시카고 컵스)에게 166점 뒤진 2위에 그쳤다.
두 선수를 가른 건 팀 성적이었다. 당시 컵스는 타점 1위(158점)에 오른 소사의 활약을 앞세워 NL 중부지구 2위로 와일드카드 자격을 얻어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반면 세인트루이스는 같은 지구 3위로 ‘가을 야구’ 무대에 나서지 못했다.
그렇다고 오타니와 저지 사이에 대안이 없는 건 아니다. 1979년 NL MVP 투표 때는 윌리 스타겔(1940~2001·피츠버그)과 키스 에르난데스(69·세인트루이스)가 나란히 216점을 받으면서 MLB 역사상 유일하게 공동 MVP를 차지한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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