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MLB) 생활을 접고 전격 KBO리그행을 택했을 때 추신수(40·SSG 랜더스)는 “이기러 한국에 왔다. SSG의 우승 가능성을 봤기 때문에 한국행을 결정할 수 있었다”고 했다.
한국에 온지 2년 만에 추신수는 꿈을 절반 이뤘다. SSG가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하면서다.
SSG는 지난 4일 2위 LG 트윈스의 패배로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했다. 개막 10연승을 달리며 1위 자리를 꿰찬 SSG는 시즌 내내 한 번도 선두를 놓치지 않고 KBO리그 사상 최초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달성했다.
추신수 개인으로 보면 2015~2016년 MLB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우승을 맛본 이후 약 6년 만에 느껴보는 페넌트레이스 우승의 순간이다.
경기가 없는 날 정규시즌 우승이 결정된 탓에 추신수는 우승을 실감하지는 못했다고 했다.
추신수는 “우승이 확정된 후 ‘진짜 한 것이 맞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 와닿지가 않았다”며 “미국에서는 지구 우승을 했을 때 라커룸에서 샴페인을 터뜨리며 세리머니를 한다. 그거에 비하면 조용하게 지나간 것 같다”고 전했다.
“우승 확정 후 선수단 단체 카톡 방에 이모티콘만 한 2000개가 온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떤 추신수는 “하도 휴대폰이 울려서 나중에는 무음으로 해놨다”고 당시 선수단 분위기를 설명했다.
한국에서 처음 경험한 정규시즌 우승에 추신수는 적잖은 의미를 부여했다. 특히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에 의미를 뒀다.
추신수는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은 100년이 넘는 MLB 역사에서도 5번 밖에 없는 것으로 안다. 나는 최초에 의미를 많이 두는 사람”이라며 “한국 프로야구 41년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고, 내가 속한 팀이 해내서 의미가 있다. SK 와이번스에서 SSG로 바뀌고 2년 만에 한 우승이기도 해서 많은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많은 분들이 노력을 하셨다”고 전한 추신수는 “운동장에서 뛰는 선수들만 돋보이는데, 선수들 뒤에 계신 분들이 많다. 우승을 하면서 그런 분들이 노력한 것에 대한 보답을 받는 느낌”이라고 덧붙였다.
추신수는 팀 동료들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전하면서 “정말 한국 오기를 잘했다는 느낌이 든다”며 미소를 지었다.
그는 “‘우승’이라는 두 글자에는 정말 많은 것들이 숨어있다. 우리 팀 선수들이 몸이 아파도 이겨내고, 한 경기라도 더 나가려고 치료를 받는 것을 보면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선수들이 생각하는 것이 많이 변화하는 것 같아서 고마운 마음”이라고 했다.
추신수의 꿈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아직 한국시리즈(KS) 우승이라는 목표가 남아있다.
MLB에서 지구 우승은 맛봤지만, 월드시리즈 우승 꿈은 이루지 못했던 추신수다. 추신수는 월드시리즈에 나서본 적도 없다.
SSG와 계약 당시 추신수는 “미국 지인들은 메이저리그 우승이 더 낫지 않냐고 하는데 나에게는 와닿지는 않았다”면서 한국시리즈 우승 열망을 한껏 드러낸 바 있다.
‘2년만에 꿈을 이뤘다’는 말에 “아직이다”고 답한 추신수는 “정규시즌 우승으로 기분이 좋고 설레지만, 더 중요한 것이 남아있다. 마지막에 우승하는 것이 아무래도 더 중요하지 않겠나”라고 KS 우승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추신수는 지난달 18일 인천 두산 베어스전에서 경기 도중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하다가 늑간근 부상을 당해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병원에서 회복에 3주가 걸린다는 소견을 내놔 추신수는 시즌을 조기 마감헀다.
몸 상태에 대해 추신수는 “부상 직후 재채기를 할 때도 아프고, 침대에서 움직이질 못했다. 그래도 통증이 사라지면서 일주일 만에 운동을 시작했다”며 “웨이트 트레이닝을 2번 정도 했는데 정상적으로는 못하고, 무게를 낮춰서 했다. 웨이트 트레이닝을 정상적으로 할 수 있어야 기술 훈련을 할 수 있다. 일주일 정도 후에 기술 훈련을 시작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한국시리즈는 오는 31일 시작된다. 한 달 넘게 실전 공백이 생기는 추신수는 실전 감각을 걱정했다.
추신수는 “한국시리즈까지 부상에서 회복해 몸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실전 감각이 문제”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도 “시간이 날 때마다 투수들 공을 보면서 눈에 익혀야한다. 몸을 더 잘 만들어야겠다는 책임감을 느낀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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