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G 랜더스가 한국 프로야구 출범 40년 만에 처음으로 정규시즌에서 ‘와이어 투 와이어(Wire to Wire)’ 우승을 달성했습니다. 개막과 함께 단 한 번도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은 대단한 기록입니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도 5번밖에 나오지 않은 그 진귀한 기록이지요.
사령탑 2년째 맞은 김원형 감독의 지도력, 끈끈하게 서로를 챙기며 플레이에 헌신한 선수들, 음으로 양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은 프런트, 여기에 인천 연고 팀으로 올해 최다 관중을 기록한 열성적인 팬들까지…. 랜더스의 위업을 일군 요인들을 대충 이 정도로 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올해 SSG 선전은 ‘특별한 선수들’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이 특별한 선수들이 만든 ‘기울어진 운동장’이야말로 SSG 정규시즌 우승의 기반이 되었습니다. 우승의 가치를, 특히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의 가치를 폄하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습니다. 다만 SSG는 시작부터 다른 팀들과는 확연히 앞선 선수단 구성으로 시즌을 맞이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KBO리그에서는 각 팀이 3명의 외국인 선수를 보유 및 기용할 수 있습니다. 사실 어떤 외국인 선수를 뽑느냐에 따라 팀 성적이 극명하게 엇갈리곤 합니다. 외국인 원투 펀치의 효과를 제대로 본 LG 트윈스와, 외국인 때문에 폭망한 두산 베어스가 대표적이지요. KBO리그 모든 팀의 오프시즌 전력 강화 우선순위의 가장 높은 곳엔 외국인 선수 선발이 있는 것도 그런 이유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SSG 랜더스는 나머지 9개 구단과는 시작부터 달랐습니다. 기존 3명의 외국인 선수에, 메이저리그 경력이 있는 실력이 검증된 초특급 외국인 선수라 할 수 있는 추신수와 김광현이 가세했기 때문이죠. 과장되게 표현하면 다른 팀이 3명의 외국인 선수를 기용할 때 SSG는 5명의 외국인 선수를 동원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먼저 작년 시즌을 앞두고 메이저리그에서 16년간 뛴 추신수를 영입한 것은 ‘신의 한 수’ 였습니다. 선수 생활의 마지막을 국내에서 마무리하고 싶어 하던 추신수를 과감한 베팅과 열린 비전으로 데려온 것이지요.
그리고 올 시즌을 앞두고 SSG는 왼손 에이스 김광현마저 데려오는 데 성공합니다. 원래 SK 와이번스의 에이스로 뛰었던 김광현은 구단을 허락을 얻어 2020년 메이저리그 세인트루이스에 진출했습니다. 김광현은 구단과의 2년 계약이 끝나 새 구단을 찾고 있었는데 SSG가 다시 한 번 과감한 베팅을 했습니다. 당초 미국 잔류에 좀더 마음이 기울어있던 김광현을 4년 총액 151억 원에 데려온 것이지요.
이후 결과는 모두가 아는 대로입니다. 원래부터 KBO리그를 지배했던 김광현은 메이저리그를 통해 얻은 관록까지 더해 팀의 에이스 구실을 톡톡히 해냈습니다. 10월 5일 두산전에서 6이닝 4실점으로 부진해 1점대 평균자책점은 날아갔지만 13승 3패, 평균자책점 2.13의 빼어난 성적을 올렸습니다. 추신수 역시 16홈런에 58개의 타점을 기록하며 공격에서 쏠쏠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타율은 0.259로 평범했지만 역시 주무기랄 수 있는 OPS에서 0.812로 수준급 활약을 했습니다. 도루도 15개나 기록했지요.
앞서 언급했듯 이들은 원래는 전력에서 없어야 할 선수들입니다. 그런데 극적인 영입으로 이들은 투타의 기둥 역할을 한 것이지요. 수치로는 드러나지 않지만 이들이 타선과 선발진을 맡아주면서 SSG는 선수단 운영에 한층 여유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SSG가 데려온 외국인 투수 이반 노바와 거포 기대주 케빈 크론은 시즌 내내 부진에 시달렸습니다. 결국 시즌을 다 채우지 못하고 7월 중에 짐을 쌌지요. 만약 김광현, 추신수가 없었으면 SSG역시 외국인 선수들이 부진한 다른 팀들처럼 훨씬 어려움을 겪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들이 버티는 사이 SSG는 대만 리그에서 숀 모리만도를 데려왔고, 메이저리그 골드글러브 외야수 우한 라가레스를 영입했습니다.
추신수와 김광현의 영입은 사실 프런트의 작품입니다. 어느 팀이든 새로운 전력을 구성하는데 애를 쓰지만 SSG 프런트는 보다 큰 그림을 그렸습니다. 그리고 과감한 베팅으로 이들을 데려와 즉시 전력으로 활용했습니다. 프런트를 보고를 받고 아낌없이 돈주머니를 푼 정용진 구단주의 결심이 든든한 배경이 되었던 건 당연한 얘기지요. 이제 남은 것은 한국시리즈까지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이어가는 것 뿐입니다. 남들보다 한 발 앞서 시즌을 시작했던 SSG가 마지마까지 1위로 시즌을 마무리할지 사뭇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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