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키움의 간판타자 이정후(24)는 시즌 중간에 쉼표를 찍는 올스타전 당시 휘문고와 팀 1년 후배인 안우진(23)에 대해 이렇게 평했다. 그러면서 “초등학교 때부터 야구를 하면서 가장 오래 지켜본 동료가 안우진이다. 어릴 때부터 언젠가는 이런 투수가 될 거라고 믿었다”면서 “안우진이 더 성장하려고 하는 선수이기 때문에 앞으로 더 잘할 거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11일 KT-LG 경기를 마지막으로 2022 KBO리그가 마침표를 찍는 동안 이정후의 예언은 현실이 됐다. 안우진은 이번 시즌 30경기에 출전해 시즌 최다인 196이닝을 소화하며 15승(공동 2위) 8패, 평균자책점 2.11(1위), 224탈삼진(1위)을 기록했다.
비록 LG 켈리(16승)보다 1승이 부족해 2011년 윤석민(KIA) 이후 11년 만의 ‘트리플 크라운’에는 실패했지만 탈삼진에서는 1984년 최동원(223개)을 넘어 역대 KBO리그 한국인 투수 한 시즌 최다 기록을 새로 썼다. 또 공식 시상 기록은 아니지만 선발로 나와 6이닝 이상 던지면서 상대 타선을 3자책점 이하로 막은 퀄리티스타트(QS) 횟수(24회)에서도 안우진이 1위다.
그러면서 안우진은 타율(0.349) 출루율(0.421) 장타율(0.575) 안타(193개) 타점(113점)에서 5관왕에 오른 이정후의 가장 강력한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 경쟁 후보로 떠올랐다. KBO 리그에서 타격 5관왕이 나온 건 이대호(롯데)가 2010년 7관왕을 차지한 이후 12년 만이다.
지난해 시상식에서 타격왕을 받으면서 “내년에는 홈런왕을 타겠다”고 했던 이정후는 23홈런으로 홈런왕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데뷔 이후 처음으로 홈런 20개를 넘겼다. 2루타 이상 장타 개수(69개)도 이정후가 가장 많다. 규정 타석을 채운 타자 가운데는 득점권 타율(0.387)이 가장 높은 것도 이정후다.
이정후가 포스트시즌 첫날 진행하는 MVP 투표에서 1위를 차지하면 1994년 MVP 출신인 아버지 이종범 LG 퓨처스리그(2군) 감독과 함께 리그 최초 ‘부자(父子) MVP’로 이름을 올릴 수 있다. 당시 이 감독도 올해 이정후처럼 24세였으며 역시 타격 5관왕(타율 출루율 안타 도루 득점)에 올라 MVP로 뽑혔다.
정규시즌 우승팀 SSG의 에이스 김광현(34)도 이들과 함께 유력 MVP 후보로 거론됐지만 시즌 마지막 등판에서 6이닝 4실점하며 1.99였던 평균자책점이 2.13(2위)으로 올라가면서 MVP 레이스에서 한 걸음 비껴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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