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은 “김태형 감독과 재계약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구단 전성기를 이끌어준 김 감독의 노고에 감사드린다. 팀의 장기적인 방향성 등을 고려해 이 같은 결정을 했다”고 11일 발표했다.
현역 시절 포수였던 김 감독은 1990년 전신 OB에 입단해 2001년까지 두산에서만 뛰었고, 은퇴 후에도 10년간 두산의 배터리 코치로 활동했다. SK(현 SSG)에서 3시즌을 보내고 감독으로 친정팀에 돌아온 그는 부임 첫해였던 2015년 곧바로 팀을 한국시리즈 정상으로 이끌었다. 이후 지난해까지 KBO리그 역사상 최초인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 기록을 남기면서 2016년과 2019년에도 우승 축배를 들었다.
‘튼동님’이라는 별명에서 ‘튼’은 OB 주장 시절 팀 분위기를 망치던 외국인 타자 우즈(53)를 커튼 뒤로 불러내 ‘군기’를 잡은 데서 유래한 표현이다. ‘동’은 두산 팬들이 그를 감독님이 아니라 ‘감동님’이라고 부른 데서 왔다.
김 감독이 ‘감동님’이 된 건 주축 선수들이 잇달아 팀을 떠나는 와중에도 주장 시절처럼 강한 카리스마로 선수단을 장악하면서 팀의 경쟁력을 계속 유지했기 때문이다. 두산은 2016년 메이저리그로 떠났던 김현수가 2018년 LG와 자유계약선수(FA) 계약을 맺은 걸 시작으로 민병헌(롯데), 양의지(NC)에 이어 지난해 박건우(NC)까지 FA 자격을 얻은 프랜차이즈 스타들이 줄줄이 팀을 떠났다.
그리고 감동도 8번째 시즌에서 멈췄다. 두산은 올 시즌 9위(60승 2무 82패)로 시즌을 마쳤다. 82패는 OB라는 이름으로 1990년 7위에 그칠 때 남긴 80패(35승 5무)를 넘어선 구단 최다 기록이다.
김 감독은 “계속 두산에만 있다가 SK 코치로 갔을 때 마음이랑 비슷한 것 같다”며 “시즌이 끝나가도 얘기가 없어 재계약은 안 하겠구나 싶긴 했다. 성적은 죄송하지만 마지막까지 제가 할 일은 다 한 것 같다”고 소회를 전했다. 김 감독은 두산 지휘봉을 잡고 645승 19무 485패를 남겼다. 한 팀에서 600승 이상을 올린 건 해태 김응용(1164승), 현대 김재박(778승)에 이어 김 감독이 세 번째다.
김 감독은 향후 거취에 대해 “일단 좀 쉬면서 생각해 보려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야구계에서는 현역 최다승 감독인 그가 곧 새 감독석을 구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삼성과 NC는 시즌 중반부터 감독 자리가 비어 있는 상태고 키움 홍원기, LG 류지현, SSG 김원형 감독 계약 기간도 올해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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