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왕’ 박병호-‘타격왕’ 이정후 “잠실은 내가 간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0월 15일 03시 00분


KT-키움, 내일 고척서 준PO 1차전
키움서 함께 뛰던 ‘띠동갑’ 선후배
박병호, KT로 옮긴 첫해 35홈런… 3년 만에 홈런왕 타이틀 되찾아
이정후, 타격 5관왕 등극하며, MVP도 노리는 최고의 해 보내

“영원한 친구도, 영원한 적도 없다. 영원한 건 우리의 이익뿐이다. 그리고 그 이익을 따르는 것이 우리의 의무다.”

1848년 헨리 존 템플 당시 영국 총리(1784∼1865)는 이렇게 말했다. 이로부터 174년이 지나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준PO)에서 5전 3승제로 맞대결을 벌여야 하는 ‘홈런왕’ 박병호(36·KT)와 ‘타격왕’ 이정후(24·키움)가 딱 이런 상황에 놓였다.

지난해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에 키움 3번 타자로 출전한 이정후는 4-4 동점이던 9회초 2사 1, 2루에서 두산 중견수 정수빈(32)의 키를 넘어가는 2타점 결승타를 쳤다. 이후 키움 4번 타자 박병호가 정수빈의 왼쪽에 떨어지는 적시타로 이정후를 불러들이면서 키움은 결국 7-4 승리를 거뒀다.

그러나 올해 준PO에서 두 선수는 서로 다른 ‘우리의 이익’을 위해 방망이를 휘둘러야 한다. 지난 시즌이 끝나고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박병호가 KT에 새 둥지를 틀었기 때문이다. ‘에이징 커브(노쇠화로 기량이 갑자기 떨어지는 현상)가 찾아왔다’는 의심을 받던 박병호에게 키움이 적극적으로 ‘러브 콜’을 보내지 않은 탓이었다.

이정후는 박병호가 팀을 떠난다는 소식에 전화를 걸어 눈물을 쏟으면서 “보란 듯이 좋은 성적을 냈으면 좋겠다”고 응원했다. 이에 박병호도 “꾸준히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선수가 됐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두 선수는 서로의 덕담을 현실로 만들었다. 박병호는 35홈런을 쳐내면서 2019년 이후 3년 만에 홈런왕 자리를 되찾았고, 이정후도 타격 5관왕(타율 출루율 장타력 안타 타점)에 오르면서 리그를 사실상 ‘접수’했다.

정규시즌에는 웃으며 축하 인사를 건넬 수 있었지만 이제는 상황이 다르다. 상대방의 불방망이야말로 2위 LG 안방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플레이오프(PO) 1차전으로 가는 길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이기 때문이다.

키움은 역시 박병호의 ‘대포’를 조심해야 한다. 박병호는 포스트시즌 통산 타율이 0.235밖에 되지 않는다. 그 대신 홈런을 11개 날렸다. 박병호는 0-3으로 끌려가던 2013년 준PO 5차전 9회말 2아웃 상황에서 두산 ‘에이스’ 니퍼트(41)를 상대로 동점 홈런을 터뜨리는 등 승부처마다 해결사 면모를 자랑했다.

거꾸로 이정후 같은 ‘스나이퍼’도 드물다. 이정후는 포스트시즌 17경기에서 통산 타율 0.370을 남겼다. 포스트시즌 경기에 15번 이상 출장한 선수 가운데 타율이 이보다 높은 건 팀 동료 송성문(0.426)뿐이다.

‘어제의 동지’가 PO행 티켓을 놓고 ‘오늘의 적’으로 만나는 준PO 1차전은 16일 오후 2시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막을 올린다.

#홈런왕#박병호#타격왕#이정후#kt#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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