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승1패. 표면상으론 균형을 이루고 있지만 짐짓 미소를 짓고 있는 쪽은 KT 위즈다. 3·4차전 선발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KT는 가벼운 마음을 안고 홈인 수원으로 향한다.
KT는 지난 17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 준플레이오프(5전 3선승제) 2차전 키움 히어로즈와의 경기에서 2-0으로 이겼다.
1차전 4-8의 패배를 설욕한 KT는 1승1패 균형을 맞추며 홈에서 3, 4차전을 준비하게 됐다.
KT로선 성공적인 원정길이었다. 상대 에이스 안우진이 등판한 1차전에서 석패했지만 상대 2선발 에릭 요키시가 나선 2차전을 잡아냈기 때문이다.
KT는 선발 운용에 여유가 있다. 외국인투수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를 불펜에 대기시키면서도 4선발을 쉽게 꼽을 정도로 기본적으로 마운드 높이가 높다.
4명의 선발 중 4선발이라 할 수 있는 엄상백을 1차전에 안우진에 맞붙였고, 더 이상 밀릴 수 없었던 2차전에 ‘키움 킬러’ 웨스 벤자민을 등판시켜 잡아냈다.
3, 4차전엔 아껴뒀던 에이스 고영표와 와일드카드전에 나섰던 소형준이 차례로 등판할 수 있다. 2차전 승리 과정도 벤자민과 박영현 두 명으로만 경기를 끝내면서 지쳐있던 불펜투수들에게도 휴식을 줄 수 있었다.
반면 키움은 안우진과 요키시의 ‘원투펀치’가 강력하지만 3선발 이후로는 경쟁력이 다소 떨어지는 편이다.
당장 3차전 선발로 나서는 타일러 애플러만 해도 외국인투수긴 하지만 정규시즌 성적이 6승8패 평균자책점 4.30이다. 홍원기 키움 감독은 애플러에 대해 “우리 팀에서 3번째로 강한 투수”라고 했지만 다른 팀과 비교했을 때 3선발 감으로는 약한 측면이 있다.
애플러는 정규시즌 소화 이닝도 140⅓이닝으로 규정이닝을 채우지 못했고 후반기엔 불펜투수로 나선 적도 많다. 팀 사정이 아니라 애플러 스스로 선발로 안정감을 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가 3선발로 낙점됐다는 것은 그만큼 키움의 선발진이 두껍지 못하다는 것을 드러낸다.
키움의 4차전 선발은 예상도 쉽지 않다. 현재로선 한현희, 정찬헌, 최원태의 가능성이 있는데 이들 모두 불안감이 있다. 정규시즌 평균자책점만 봐도 한현희 4.75, 정찬헌 5.36, 최원태 3.75였다. 그나마 나은 최원태는 준플레이오프 1, 2차전에서 모두 불펜으로 등판해 4차전 선발 가능성이 높지 않아 보인다.
3차전까지 밀리며 벼랑 끝에 몰린다면 에이스 안우진이 준비할 수도 있지만 휴식일이 사흘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역시나 쉬운 선택은 아니다.
이강철 KT 감독은 안우진과 맞붙을 1차전 선발로 엄상백과 벤자민을 저울질하다 엄상백을 선택했다. 구위가 더 좋은 벤자민을 2차전 선발로 결정한 것인데, 1차전을 내주더라도 2차전을 확실히 잡겠다는 의중이었다. 1차전을 내주자 2차전에 고영표까지 불펜에 대기시킨 이유이기도 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이 선택은 맞아 떨어졌다. 1승1패의 균형을 이뤘지만 시리즈의 주도권은 KT가 쥐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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