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외야수에 이어 올해는 포수가 연쇄이동하는 일이 벌어질까. 아직 포스트시즌이 끝나지 않았지만 두산 베어스의 신임 사령탑 이승엽 감독이 먼저 불을 당기면서 프리에이전트(FA) 시장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
이 감독은 지난 18일 두산 사령탑 취임식에서 취약 포지션으로 ‘포수’를 꼽았다.
그는 “현재 가장 필요한 포지션은 포수”라면서 “포수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팀에 좋은 포수가 있다면 야수와 투수가 편안하게 경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포수는 ‘안방마님’이라는 별칭이 붙으며 투수의 리드는 물론 수비 조율의 역할까지 하는 중요한 포지션이다. 이 감독 또한 현역 시절 삼성 시절엔 진갑용, 일본 요미우리 시절엔 아베 신노스케와 같은 걸출한 포수들과 한솥밥을 먹은 경험이 있다.
이 감독의 말이 의미심장한 이유는 두산의 사정이다. 두산은 2018년을 끝으로 양의지를 떠나 보낸 뒤 2019년부터 박세혁을 주전 포수로 기용하고 있다. 2019년엔 박세혁과 함께 통합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그런데 박세혁은 올 시즌을 끝으로 FA 신분이 된다. 두산이 박세혁과의 재계약을 추진할 수도 있겠지만 상황에 따라선 떠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더구나 올 시즌 FA 시장엔 대어급 포수들이 쏟아져나온다. 두산을 떠난 지 정확히 4년이 된 양의지(NC)를 비롯해 유강남(LG), 박동원(KIA), 이재원(SSG) 등이다.
두산의 입장에선 기존의 박세혁을 잡는 것보다 새로운 FA 영입을 통해 포수 포지션의 업그레이드를 꾀할 수도 있다.
박세혁은 풀타임 첫 해였던 2019년 0.279의 타율과 4홈런 63타점 등을 기록하며 활약했지만 지난해엔 0.219, 올해엔 0.248의 타율로 저조한 타격을 보였다. 장타력이 부족한 대신 정확한 콘택트 능력이 장점이었는데 최근엔 이 부분이 크게 부각되지 않고 있다.
여기에 수비에서도 썩 만족스럽진 않다. 올 시즌 박세혁의 도루 저지율이 22.1%에 그쳤는데 이보다 수치가 낮은 주전급 포수는 유강남(17.3%)과 이재원(9.8%) 뿐이다.
박세혁이 자리 잡았던 포수를 취약 포지션으로 꼽은 이 감독이 말이 의미심장하게 느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가장 주목되는 이는 역시나 양의지다. 양의지는 내년이면 만 36세가 되는 베테랑이지만 여전한 실력을 과시하고 있다. 올 시즌에도 시즌 초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후유증에 시달렸음에도 중반 이후 치고 올라오며 타율 0.283 20홈런 93타점으로 활약, 골든글러브 수상이 유력하다. 후반기 NC의 주장을 맡으면서 팀 성적이 상승 곡선을 타는 등 뛰어난 리더십도 돋보인다.
만 30세로 포수 FA 중 나이가 가장 어린 유강남이나 장타력이 뛰어난 박동원도 고려할 수 있지만 만일 두산이 포수 보강을 염두한다면 1순위는 양의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양의지의 현 소속팀인 NC는 이미 지난해 FA 시장에서 프랜차이즈 스타인 나성범을 KIA에 빼앗긴 경험이 있다. 이후 박건우와 손아섭 등 2명의 외야 FA를 영입하며 급하게 공백을 메웠다. 이번에도 양의지의 이동을 시작으로 포수들의 연쇄 이동이 시작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NC 입장에서도 쉽게 빼앗길 수는 없는 노릇이다. NC는 지난해 시즌 후 백업포수 김태군을 삼성과의 트레이드로 보냈는데 시즌 내내 백업포수 부재에 시달렸다. 유망주 김형준의 성장을 염두에 두고 있기도 하지만 김형준의 어린 나이 등을 감안하면 양의지의 존재가 절실하다.
NC는 양의지 외에도 박민우, 노진혁, 권희동, 이명기, 원종현, 이재학, 심창민 등 무려 7명이 FA가 된다. 양의지에게만 신경쓸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이를 감안해도 NC의 협상 1순위는 양의지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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