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번으로 제한된 배구 등번호
KOVO 규정 바꿔 99번까지 가능
팀 이적하며 새로운 각오 담거나
개성 드러내려는 등 사연도 다양
등 번호는 선수의 또 다른 이름이다.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의 23번이나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 인종 차별을 무너뜨린 재키 로빈슨의 42번은 선수 이름만큼이나 유명하다. 선수도 당연히 자기 등 번호를 아낀다. 프로야구 두산 지휘봉을 새로 잡은 ‘라이언 킹’ 이승엽 감독은 휴대전화 번호도 선수 시절 등 번호였던 36으로 끝난다.
그동안 프로배구 선수는 이런 등 번호를 전부 선택할 수 없었다. 한국배구연맹(KOVO)이 등 번호를 1∼20번으로 제한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22∼2023시즌부터 1∼99번으로 범위를 넓히면서 프로배구 선수들도 보다 다양한 두 번째 이름을 가질 수 있게 됐다.
한국 남자배구를 대표하는 미들블로커(센터) 신영석(36·한국전력)은 새 시즌을 맞아 등 번호를 20번에서 22번으로 바꿔 달았다. “2022년엔 22번을 달고 최고의 한 해를 보내겠다”는 각오를 드러낸 것. 신영석은 다음 시즌에는 23번, 그다음 시즌에는 24번으로 등 번호를 바꿔 달 생각이다. 신영석은 “2030년에도 선수로 30번을 달 수 있도록 최대한 오래 뛰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전력에서 뛰다가 올 8월 우리카드로 건너온 아웃사이드 히터(레프트) 김지한(23)도 이적과 함께 등 번호를 10번에서 99번으로 바꿔 달았다. 김지한은 1999년생이다. 동갑내기인 대한항공 오퍼짓 스파이커(라이트) 임동혁, 현대캐피탈 리베로 박경민 등과 함께 한국 배구를 이끌 유망주로 거론되는 김지한은 “99번 하면 모두가 김지한을 떠올릴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여자부 GS칼텍스의 미들블로커 한수지(33)는 새 시즌 34번을 새로 달았다. 학창 시절 자신이 주로 달았던 3번에 남편이 농구 동호회에서 달고 있는 4번을 더해 코트 위에서도 남편을 생각하며 뛰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같은 팀의 3년 차 미들블로커 오세연(22)은 자신의 생일(5월 4일)에서 따온 54번을 새 시즌 등 번호로 정했다. 두 숫자를 더하면 국가대표팀 주장 박정아(29)의 소속팀(한국도로공사) 등 번호(9번)와 같다는 숨은 의미도 있다. 오세연은 어린 시절부터 박정아의 팬이었다.
현대건설의 아웃사이드 히터 정시영(29)은 데뷔 후 줄곧 달고 뛰던 1번을 떼어 내고 대신 21번을 새로 단 케이스다. 정시영은 “경기 때 선수 소개를 하면 등 번호 순서대로 입장을 하는데 어릴 땐 가장 먼저 코트에 들어가는 게 많이 부담스러웠다. 그래서 뒤쪽 번호를 가져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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