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번호는 매년 늘어” “남편 등번호와 합쳐” “늦게 입장하려고”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0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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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번으로 제한된 배구 등번호
KOVO 규정 바꿔 99번까지 가능
팀 이적하며 새로운 각오 담거나
개성 드러내려는 등 사연도 다양

등 번호는 선수의 또 다른 이름이다.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의 23번이나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 인종 차별을 무너뜨린 재키 로빈슨의 42번은 선수 이름만큼이나 유명하다. 선수도 당연히 자기 등 번호를 아낀다. 프로야구 두산 지휘봉을 새로 잡은 ‘라이언 킹’ 이승엽 감독은 휴대전화 번호도 선수 시절 등 번호였던 36으로 끝난다.

그동안 프로배구 선수는 이런 등 번호를 전부 선택할 수 없었다. 한국배구연맹(KOVO)이 등 번호를 1∼20번으로 제한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22∼2023시즌부터 1∼99번으로 범위를 넓히면서 프로배구 선수들도 보다 다양한 두 번째 이름을 가질 수 있게 됐다.

한국배구연맹(KOVO)은 그동안 1∼20번으로 제한해 왔던 선수 등 번호를 2022∼2023시즌부터 1∼99번에서 선택할 수 있도록 허용 범위를 넓혔다. 선택지가 넓어지자 등 번호를 바꾸며 새 시즌 각오를 다지는 선수들도 많다. 한국전력 신영석. KOVO 제공
한국배구연맹(KOVO)은 그동안 1∼20번으로 제한해 왔던 선수 등 번호를 2022∼2023시즌부터 1∼99번에서 선택할 수 있도록 허용 범위를 넓혔다. 선택지가 넓어지자 등 번호를 바꾸며 새 시즌 각오를 다지는 선수들도 많다. 한국전력 신영석. KOVO 제공
한국 남자배구를 대표하는 미들블로커(센터) 신영석(36·한국전력)은 새 시즌을 맞아 등 번호를 20번에서 22번으로 바꿔 달았다. “2022년엔 22번을 달고 최고의 한 해를 보내겠다”는 각오를 드러낸 것. 신영석은 다음 시즌에는 23번, 그다음 시즌에는 24번으로 등 번호를 바꿔 달 생각이다. 신영석은 “2030년에도 선수로 30번을 달 수 있도록 최대한 오래 뛰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카드 김지한. 우리카드 제공
우리카드 김지한. 우리카드 제공
한국전력에서 뛰다가 올 8월 우리카드로 건너온 아웃사이드 히터(레프트) 김지한(23)도 이적과 함께 등 번호를 10번에서 99번으로 바꿔 달았다. 김지한은 1999년생이다. 동갑내기인 대한항공 오퍼짓 스파이커(라이트) 임동혁, 현대캐피탈 리베로 박경민 등과 함께 한국 배구를 이끌 유망주로 거론되는 김지한은 “99번 하면 모두가 김지한을 떠올릴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GS칼텍스 한수지. KOVO 제공
GS칼텍스 한수지. KOVO 제공
여자부 GS칼텍스의 미들블로커 한수지(33)는 새 시즌 34번을 새로 달았다. 학창 시절 자신이 주로 달았던 3번에 남편이 농구 동호회에서 달고 있는 4번을 더해 코트 위에서도 남편을 생각하며 뛰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GS칼텍스 오세연. KOVO 제공
GS칼텍스 오세연. KOVO 제공
같은 팀의 3년 차 미들블로커 오세연(22)은 자신의 생일(5월 4일)에서 따온 54번을 새 시즌 등 번호로 정했다. 두 숫자를 더하면 국가대표팀 주장 박정아(29)의 소속팀(한국도로공사) 등 번호(9번)와 같다는 숨은 의미도 있다. 오세연은 어린 시절부터 박정아의 팬이었다.

현대건설 정시영. KOVO 제공
현대건설 정시영. KOVO 제공
현대건설의 아웃사이드 히터 정시영(29)은 데뷔 후 줄곧 달고 뛰던 1번을 떼어 내고 대신 21번을 새로 단 케이스다. 정시영은 “경기 때 선수 소개를 하면 등 번호 순서대로 입장을 하는데 어릴 땐 가장 먼저 코트에 들어가는 게 많이 부담스러웠다. 그래서 뒤쪽 번호를 가져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배구#등번호#kovo 규정#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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