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년 만에 흑인 없는 월드시리즈…‘흑인 명장’ 베이커 “자랑스럽지 않은 일”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0월 28일 13시 51분


베이커 휴스턴 감독=AP 뉴시스
베이커 휴스턴 감독=AP 뉴시스
재키 로빈슨(1919~1972)이 1947년 브루클린 다저스(현 LA 다저스)에 입단하면서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의 인종 차별 정책이 막을 내렸다. 다저스가 그해 곧바로 내셔널리그 우승을 차지하면서 월드시리즈도 아프리카계 미국인에게 문을 열었다. 이후 1950년 딱 한 차례 예외를 제외하면 아프리카계 미국인이 뛰지 않은 월드시리즈는 없었다.

71년간 이어졌던 이 기록이 올해 막을 내린다. 올해 시리즈 개막을 하루 앞둔 28일 양 팀이 제출한 월드시리즈 출전 명단에 아프리카계 미국인 선수가 없기 때문이다. 휴스턴 외야수 마이클 브랜틀리(35)가 아프리카계 미국인으로는 유일하게 양 팀 40인 로스터에 포함된 상태였지만 부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면서 전력에서 빠진 지 오래다.

미국에서 태어난 아프리카계 미국인으로는 유일하게 MLB 사령탑에 앉아 있는 더스티 베이커 휴스턴 감독(73)은 “야구계가 걱정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베이커 감독은 백인계 미국인들이 아프리카계 미국인들과 악수하는 걸 꺼리는 데 대한 반발로 아프리카계 미국인 사이에서 유행했던 ‘하이파이브’를 MLB 경기장에서 처음 선보인 인물이기도 하다. 아프리카계 미국인 가운데 MLB 팀 지휘봉을 잡고 있는 건 베이커 감독과 일본 오키나와가 고향인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50) 둘뿐이다.

미국야구연구협회(SABR)에 따르면 베이커 감독이 하이파이브를 처음 선보인 1977년에는 전체 메이저리거 가운데 17.9%가 흑인이었다. 올해 개막일 기준으로 이 비율은 7.2%로 줄었다. 미국 언론은 “아프리카계 미국인 유망주 대부분이 야구 대신 농구나 미식축구를 선택하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 이 때문에 아프리카계 미국인 사회에서도 야구 인기가 떨어지면서 MLB 전체 인기가 떨어진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20일 열린 뉴욕 양키스와의 아메리칸리그 챔피언결정 1차전에서 선발로 나선 저스틴 벌렌더가 1-1로 맞선 6회초 세 번째 아웃카운트를 잡아낸 뒤 포효하고 있다. 휴스턴=AP 뉴시스
20일 열린 뉴욕 양키스와의 아메리칸리그 챔피언결정 1차전에서 선발로 나선 저스틴 벌렌더가 1-1로 맞선 6회초 세 번째 아웃카운트를 잡아낸 뒤 포효하고 있다. 휴스턴=AP 뉴시스
한편 베이커 감독은 저스틴 벌랜더(39)를 1차전 선발 투수로 예고했다. 이로써 벌랜더는 2000년대와 2010년대에 이어 2020년대에도 월드시리즈 경기에서 선발 등판하는 기록을 남기게 됐다. MLB 역사상 이렇게 세 차례 10년대(decade)에 걸쳐 월드시리즈 선발 등판 기록을 남긴 건 벌랜더와 로저 클레먼스(60) 둘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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