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LG 트윈스 주장 오지환(32)이 ‘이태원 핼러윈 참사’로 세상을 떠난 팬의 빈소를 직접 찾아 조문했습니다.
이 사실은 오지환의 아내 김영은 씨(33)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알려졌습니다. 김 씨의 인스타에 따르면 고인의 지인 한 사람이 김 씨에게 “오지환의 열렬 팬이었던 고인과 딸이 사고를 당했다. 오지환이 (이들을 위해) 기도해 주면 많이 좋아할 것”이라는 내용으로 DM을 보냈습니다. 메시지에는 고인이 오지환과 함께 찍은 사진도 들어 있었습니다. 김 씨는 오지환에게 이 소식을 전했고 오지환은 “사진을 보니 어떤 분이었는지 기억이 난다”면서 1일 부인과 함께 서울에 마련된 빈소를 찾아 고인의 남편 등 유족을 위로했습니다. 엄마와 함께 세상을 떠난 딸은 이번 참사로 세상을 떠난 156명 가운데 유일한 중학생이었습니다. 오지환과 함께 빈소를 찾은 사진도 함께 올린 김 씨는 “남편을 좋아해 주셔서 감사했다. 따님과 하늘에서 평안하시길 기도 드리겠다”고 애도를 표했습니다.
프로야구 선수가 팬의 빈소를 찾아 조문하는 것은 아주 이례적인 일입니다. 더구나 오지환의 현 상황이 썩 좋은 것도 아닙니다. 정규시즌 2위로 플레이오프에 직행했던 LG는 키움과의 시리즈에서 1승 3패로 충격적인 패배를 당하며 한국시리즈 진출에 실패했습니다. 힘든 시즌이 끝나서 쉬고 싶고, 한국시리즈에 못 올라가 아쉬움이 컸을 텐데도 오지환은 선뜻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오지환의 조문 소식이 알려진 뒤 야구 커뮤니티 등 각종 온라인에서는 그의 인성을 칭찬하는 글들을 올라오고 있습니다. “멋있다” “다시 보게 됐다” “앞으로 응원하겠다” 등등의 글이 많이 눈에 띄었습니다. 오지환의 행동은 팬들의 사랑을 받는 프로야구 선수가 보여줄 수 있는 훌륭한 모습이었습니다.
그런데 오지환의 이 같은 태도는 일회적인 것이 아닙니다. 신인 시절부터 오지환을 10년 넘게 보아온 구단 관계자로부터 들은 오지환의 인성에 대한 이야기 한 토막을 들려드리고자 합니다.
시즌 중 많은 타자들이 경기 전 일찍 운동장에 나와 특타를 하곤 합니다. 타격감이 좋지 않거나, 추가 훈련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선수들이 특타를 합니다.
그런데 특타 훈련은 해당 선수만 나와서 되는 게 아닙니다. 베팅 케이지를 설치하고, 공을 준비하고, 그라운드 사정을 살피기 위해서는 훈련 보조 요원들이 함께 나와야 합니다. 선수들의 출근이 빨라질수록 이들의 출근도 빨라질 수밖에 없지요.
적지 않은 선수들이 이 과정을 당연하게 생각합니다. 자신의 특타 훈련이 끝나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그냥 라커룸으로 들어간 뒤 경기를 준비합니다.
그런데 오지환은 달랐습니다. 자신을 위해 일찍 출근하고, 훈련을 도와준 보조 요원들에게 꼭 사례를 했다고 합니다. 특타 훈련이 끝나면 꼭 “수고했다”는 말과 함께 “식사나 하라”며 수십 만 원씩의 돈을 건네곤 했다는 겁니다. 이 구단 관계자는 “지환이는 연차가 낮은 선수였을 때부터 그런 식으로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곤 했다. ‘참 괜찮은 친구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습니다.
올 시즌 중에는 이런 일도 있었지요. 9월 29일 KT 위즈와의 경기에서 오지환은 상대 투수 김민수가 던진 공에 오른손 손등을 맞았습니다. 워낙 아픈 부위였기에 타석에 주저앉아 고통을 호소하자 김민수는 안절부절 못했습니다. 하지만 곧바로 스스로 일어나 김민수에게 미소를 보이며 괜찮다는 사인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하루 뒤 김민수는 SNS를 통해 오지환에 대한 존경심을 드러냈습니다. 김민수는 “왜 KBO 탑 클래스인지 또 한 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어제 제가 불미스러운 사고를 쳤는데도 정말 아찔한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저에게 안심을 시켜주시는 선수가!! 실력은 당연하지만 인성 또한 남다르기에 그 높은 위치에서 있는 거라 생각이 듭니다”라고 썼습니다. 김민수가 보낸 사과 문자에 오지환은 “올해 잘하고 있는데 괜히 신경쓰지 말고, 다음에 또 맞춰도 되니까 편하게 해”라고 답장을 보냈습니다.
오지환은 2009년 LG 입단 후 팬들로부터 가장 많은 욕을 먹은 선수 중 하나입니다. 신인 시절에는 익숙치않은 유격수 수비를 하던 도중 많은 실책을 저질러 비난을 받곤 했습니다. 2018년 아시안게임 전후에는 대표팀 승선과 경기 출전 여부 등으로 비난의 중심에 서기도 했지요. 하지만 그 모든 어려움 속에서도 그는 자신만의 따뜻한 마음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올 시즌 그는 25홈런-20도루로 생애 첫 20-20 클럽에 가입했고, 잠실구장을 쓰는 유격수로는 처음으로 20홈런을 넘으며 최고의 한해를 보냈습니다. 수비에서도 국내 톱 클래스로 올라섰지요. 무엇보다 그는 주장을 맡으며 후배들을 잘 이끌었고, LG는 정규시즌 2위라는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있었습니다. KBO리그에 오지환처럼 야구도 잘하고, 인성도 좋은 선수가 더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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