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전 6시, 카타르 도하의 하마드 국제공항에서 입국수속을 마치고 나선 공항 출구에서 빨간색 옷을 입은 스태프들이 무료로 유심 칩을 나눠주면서 하는 말이다. 카타르 최대 이동통신사인 오레두(Ooredoo)에서 2022 카타르 월드컵을 찾는 방문객들을 위해 진행하고 있던 이벤트다. 카타르에 입국하기 전 비자를 대신해 발급받은 ‘하야(HAYYA)’ 카드를 제시하고 간단한 신원확인을 거친 뒤 이벤트 물품을 받았다는 서명만 하면 된다. 유심 소개를 하는 스태프의 입에서 나온 ‘투앤티 투앤티투’라는 말을 약 세 번 빠르게 반복해서 듣다보니 2022년에 이곳 카타르에서 열리는 월드컵이 코앞임을 새삼 느낀다.
인천공항에서 탄 월드컵 공식 항공사인 카타르항공 비행기 안에서부터 월드컵을 향한 ‘빌드업’이 시작된다. 비행기가 이륙하기 전 독일의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34·바르셀로나), 브라질의 네이마르(30·파리 생제르맹) 등 월드컵 무대에서 볼 ‘슈퍼스타’들이 안전벨트를 착용하는 등의 안내방송의 배우로 등장한다. 월드컵 기간 동안에는 기내에서 실시간 스트리밍으로 경기를 볼 수도 있다고 한다.
입국수속 과정은 마치 월드컵의 열기 속으로 방문객들을 빨리 보내겠다고 작정한 듯 하다. 앞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중에 치러진 2020 도쿄 올림픽, 2022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입국과정부터가 까다로웠다. 일본 도쿄에서는 타액으로 코로나19 검사를 한 뒤 공항 내 별도 공간에서 코로나19 음성이 확인될 때까지 대기하느라 2시간이 넘게 걸렸다. 중국 베이징에서도 마찬가지로 서우두 공항에서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받고 전용버스를 타고 숙소로 이동한 뒤 로비에서 음성 확인 안내 전화를 받을 때까지 약 4시간 동안 자유롭지 못했다. 하지만 코로나19 관련 검역과정이 사라진 카타르에서는 하야 카드만 있다면 자동입국 심사를 받는 등 수속이 간단히 끝났다. 비행기가 ‘착륙’하고 수속을 밟아 수하물을 찾고 공항 출구로 나가는 데까지 느긋하게 움직여도 40분도 안 걸렸다. 물론 월드컵 성수기의 절정시간대에는 사람이 많아 시간이 더 걸리겠지만.
올해 2월 열린 베이징 올림픽 당시에는 베이징 서우두 공항의 모든 관계자들이 착용한 ‘방역복’이 신 스틸러 역할을 해 올림픽 분위기가 당장 느껴지지 않았다. 반면 하마드 공항에서는 코로나19에 대한 경계심이 낮아져 마스크조차 안 낀 공항 관계자를 찾는 게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좀 더 편한 마음으로 공항 곳곳에 놓인 월드컵 현수막, 조형물, 국제축구연맹(FIFA) 팻말을 들고 서있는 자원봉사자들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공항 출구에서 수차례 ‘2022’를 반복하며 유심 칩을 공짜로 나눠주는 후한 인심을 맞이했다.
산유국의 후한 인심은 유심에만 그치지 않았다. 하야 카드만 있으면 월드컵 관계자뿐 아니라 일반 월드컵 방문객들까지 무료로 버스와 지하철을 이용해 경기장 및 시내 곳곳을 이동할 수 있다. 세계 각국 취재진들이 주로 이용할 메인미디어센터(MMC), 숙소, 경기장 등을 오가는 셔틀버스는 월드컵이 아직 개막도 하지 않았지만 시스템이 100%처럼 가동되고 있었다. 그래서 사람 없이도 코스를 순환하고 있는 셔틀버스가 부지기수였다.
하지만 월드컵을 준비하는 과정 곳곳에 구멍은 있다. 숙소 문제는 이미 여러 외신들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다. 인구가 300만 명이 안 되는 카타르는 이번 월드컵 방문객이 약 100만 명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숙소 확충에 나섰다. 하지만 팬 빌리지에 마련된 숙소가 카라반이나 컨테이너박스로 급조한 모습이라 ‘난민캠프’라는 비아냥을 듣고 있다. 공짜 교통수단으로 갈 수 있는 곳도 제약이 많아 결국 ‘우버’ 등 유료 교통수단을 병행해야할 확률도 높다. 금요일 휴일이었던 11일만 해도 지하철은 오후 2시부터 운행됐고 일반 버스 노선도 거의 없어 공항에서 숙소까지의 첫 이동부터 ‘하야 찬스’를 이용할 엄두를 못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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