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동안 서방 국가를 중심으로 개최되던 월드컵이 중동 카타르에서 개최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걱정이 많았다. 음주, 동성애 등 21세기에 금기시된 것들이 많고 겨울에 개최되는 경기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피파(FIFA)와 카타르 미디어 포털 사이트 가입, 비자를 대신하는 하야(Hayaa) 카드 신청, 미디어 포털 국영 통신사가 요청한 공문 등 수 차례 여권과 개인 신상을 기입해야 하는 복잡한 절차들이 출발도 전에 기자의 진을 빼게 했다.
그러나 비행기를 타고 10여 시간 후 도착한 카타르 도하는 불편한 부분도 있었지만 좋은 점도 많았다.
우선 도착하자마자 공항 곳곳에 월드컵의 흔적이 보여 축제를 앞두고 들뜬 느낌이 들었다. 카타르 시간 기준 새벽 6시임에도 곳곳에 배치된 자원봉사자들은 FIFA라는 문구를 든 채 취재진을 안내했다.
하야 카드 소지자들에게 통신사 우레두(Ooredoo)에서는 3일 동안 자국 내 통화 2022분, 데이터 2022mb, 메시지 2022개를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유심도 나눠주고 있었다. 오일 머니가 풍부한 나라답다.
상시 에어컨이 가동되고 있어 공항은 시원했으나 밖을 나오는 순간 덥고 건조한 바람이 얼굴을 때렸다. 그늘이 아닌 곳에선 태양볕이 너무 따가워 모자를 써야 했다. 우버를 타고 숙소로 가는 길에 보는 카타르의 첫 느낌은 ‘무미건조’였다. 대부분 흰색으로 페인트칠 된 낮은 건물들은 굉장히 재미없는 모습이었다. 무엇보다 주변에 행인들이 적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기자가 도착한 금요일은 아랍인들에겐 ‘안식일’로 일요일과 같은 휴일이었다. 그러다보니 근처 커피, 음식점 등이 오전에 문을 열지 않아 애를 먹었다. 다행히 미리 예약했던 숙소 관리자의 배려로 오후 3시로 예정돼 있던 입실 시간을 앞당겨 9시에 숙소에 짐을 풀 수 있었다. 이 숙소는 카타르 월드컵 공인 숙소로 1층엔 24시간 경비원 대기와 각 호실 앞에 CCTV가 설치돼 있어 보호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먼저 도착 첫 날, 기자는 AD 카드를 받기 위해 전 세계 취재진이 몰릴 예정인 ‘미디어센터’를 미디어 전용 순환 버스를 타고 갔다. 미디어 센터는 카타르 외지 황량한 곳에 요새처럼 설치돼 있었다. 가끔 보도사진으로 접하는 카타르의 화려한 고층 빌딩은 경기장과 굉장히 멀리 떨어져 있었다. 주변이 외곽 도로로 막혀 있어 순환 버스 또는 지하철만이 유일한 진입 통로였다.
지하철에는 월드컵 트로피 모양의 철 손잡이와 축구 선수 광고판들이 월드컵 분위기를 내 주었다. 지하철에는 앞서 만들었던 하야 카드를 보여주자 따로 요금을 내지 않고 통과시켜줬다. 한국의 9호선처럼 굉장히 깔끔했다.
앞서 말했듯이 중동 특유의 문화로 인해 평소와 같은 월드컵이 치뤄질 지 고민되는 부분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하철이나 숙소에서 보여준 친절함은 조금은 기대하게 만든다. 맥주는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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