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세 최고참 김태환의 첫 월드컵
울산 붙박이 오른쪽 풀백 맹활약… 엄청난 스피드 장점 별명도 ‘치타’
근력 키워 몸싸움선 단단한 ‘탱크’… A매치 19경기 중 벤투호서 14경기
한국 수비수의 새 모델 보여줄 것
“‘늦게 핀 꽃이 더 아름답다’는 말을 좋아한다. 봉오리를 늦게 터뜨리지만 아름답게 피는 꽃이 되겠다.”
9월 16일 만난 김태환(33·울산)은 카타르 월드컵에 출전할 26명의 국가대표 최종 엔트리에 뽑히면 얘기하고 싶은 소감이 있느냐고 묻자 “‘영광스럽다’고 표현하는 게 가장 적합할 것 같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리고 두 달 뒤 김태환은 26명의 최종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고 14일 카타르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A매치(국가대항전) 데뷔전을 치른 이후 월드컵 무대에 나서기까지 9년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1989년 7월생인 김태환은 카타르 월드컵 대표팀 중 최고참이다. 동갑인 정우영(33·알사드)과 함께 유이한 1980년대생인데 김태환의 생일이 다섯 달가량 빠르다. 대표팀 가운데 유일하게 2000년 이후 출생자인 막내 이강인(21·마요르카)과는 열두 살 차이가 난다. 대표팀 주장은 손흥민(30·토트넘)이지만 김태환이 누구보다 팀 분위기에 신경을 많이 쓸 수밖에 없는 것도 최고참 선수이기 때문이다.
팀에서 가장 맏형이긴 하지만 김태환도 이강인과 마찬가지로 이번 카타르 대회가 월드컵 첫 출전이다. 김태환이 미리 말하는 소감으로 ‘늦었지만 더 아름다운 꽃’을 꺼낸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동안 기회가 없었던 건 아니다. 지금 소속 클럽인 울산의 홍명보 감독이 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있던 2014년 1월 A매치 데뷔전을 치른 이후로 같은 해 브라질과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을 앞두고 대표팀을 오갔지만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지는 못했다. 포지션 경쟁자들을 넘어설 만한 인상적인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김태환은 “그동안 월드컵에 출전하지 못한 걸 아쉬워한 적은 없다”고 했다.
울산에서 뛰던 김태환은 군 복무를 위해 입대한 국군체육부대(상무)에서 2017, 2018년 두 해를 보내면서 변신에 가까운 진화를 했다. 원래 갖고 있던 빠른 스피드를 유지한 채 근육량을 늘리면서 누구와 맞붙어도 밀리지 않는 탱크 같은 수비수가 됐다. 여기에다 상대 선수가 질릴 정도로 따라붙는 독기(毒氣)까지 장착하면서 K리그에선 가장 피하고 싶은 수비수로 꼽히고 있다. 초등학교 때 육상 선수였던 김태환은 100m를 11초에 뛴다. 그래서 붙은 별명이 ‘치타’다.
김태환은 지금까지 A매치 19경기를 뛰었다. 이 중 14경기가 파울루 벤투 감독 부임(2018년 8월) 이후 출전이다. 그만큼 벤투 감독이 믿고 쓰는 선수라는 의미다. 김태환의 포지션은 오른쪽 풀백이다. 벤투호에서 가장 약하다고 평가받는 자리이기도 하다. 벤투 감독이 26명의 최종 엔트리 중 골키퍼를 제외하고 3명이나 뽑은 포지션은 왼쪽 풀백뿐이다. 그만큼 고민이 많은 자리라는 의미다.
‘한국에도 이런 오른쪽 측면 수비수가 있습니다.’ 김태환은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첫 상대인 우루과이와의 경기가 끝난 뒤 이런 경기 소감을 말하고 싶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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