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동원상 이어 일구상도 패싱…환영 못 받는 ‘학폭 가해자’ 안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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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년 11월 15일 10시 50분


안우진. 2022.11.7/뉴스1
안우진. 2022.11.7/뉴스1
올 시즌 KBO리그를 대표하는 에이스로 발돋움하고 키움 히어로즈의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끈 안우진(23)이 시상식에서는 철저히 외면받고 있다. 학교폭력 처벌 전력이 발목을 잡는 모양새다.

안우진은 오는 17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릴 2022 신한은행 SOL KBO 시상식에 참석해 평균자책점 및 탈삼진 부문 트로피를 받는다. 그는 최우수선수(MVP) 후보에도 이름을 올렸지만 타격 5관왕(타율·안타·타점·출루율·장타율)을 차지한 ‘1년 선배’ 이정후(키움)의 수상을 막기는 어려워 보인다.

KBO 시상식은 안우진이 올해 초대 받을 몇 안 될 행사가 될 전망이다. 시즌이 끝나면 언론사, 일구회, 한국프로야구은퇴선수협회 등 주최로 수많은 프로야구 시상식이 열리는데 이미 몇몇 행사는 안우진을 수상자 명단에서 제외했다.

최동원기념사업회가 지난 10일 안우진을 최동원상 후보에서 제외한데 이어 프로야구 OB모임인 일구회도 14일 안우진이 빠진 채로 최고 타자상·최고 투수상 등 수상자 명단을 공개했다.

SSG 랜더스의 통합 우승에 일조한 김광현이 최동원상을 받았고 42세이브를 올린 고우석(LG 트윈스)이 일구상 최고 투수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안우진. 2022.10.22/뉴스1
안우진. 2022.10.22/뉴스1
기록만 따지면 안우진은 올 시즌 KBO리그 투수 중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세부 기록만 살펴도 15승8패, 평균자책점 2.11, 224탈삼진, 이닝당 출루허용률(WHIP) 0.95, 피안타율 0.188,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 이하) 24회 등으로 압도적 투구를 했다.

아울러 안우진은 포스트시즌에서도 손가락 물집 부상에도 투혼을 발휘하며 키움을 한국시리즈까지 이끌었다. 안우진의 포스트시즌 성적은 5경기, 1승, 평균자책점 2.03, 32탈삼진이었다.

성과만 본다면, 안우진이 시즌 종료 후 시상식에서 투수 관련 각종 상을 독식해도 이상할 것이 없다. 하지만 휘문고등학교 시절 학폭 가해자로 징계를 받은 ‘주홍글씨’가 선명하게 남아있다는 것이 문제다.

최동원기념사업회 측은 “안우진은 올 시즌 성적만 보면 강력한 수상 후보 가운데 한 명이지만 학폭 가해자로 징계를 받았다는 것을 외면할 수 없었다”고 했다.

이어 “최동원상은 객관적 기준 뿐 아니라 페어플레이(정당한대결), 희생정신, 헌신과 동료애 등 숫자로 표현할 수 없는 ‘최동원 정신’을 수상자 선정 기준으로 삼아왔다”면서 “올해도 예외가 아니었다. 이사진은 스포츠계에서 폭력을 추방하고, 선수 간 차별을 철폐하려 노력한 최동원 정신에 안우진이 부합하지 않는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일구회도 안우진에게 최고 투수상을 주기엔 무리가 있었다고 했다. 일구회 측은 “일구상 수상자 선정은 안우진을 후보에서 제외한 최동원상보다 먼저 진행됐다. 기록만 따지면 안우진이 최고 투수상을 받아야 할 것”이라며 “하지만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지난달 메이저리그 월드투어-코리아시리즈에 나설 팀 코리아 명단을 확정하면서 학폭 처벌 전력 등으로 부정적 여론이 강한 안우진을 뺀 것을 고려해 고우석을 최고 투수상 수상자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과거에도 시즌 최고의 활약을 펼친 선수가 ‘오점’으로 시상식에서 외면 받은 사례가 있다. 2018년 KBO리그 MVP를 받은 김재환이 조아제약 프로야구대상 시상식에서 대상과 최고 타자상을 모두 놓친 바 있다. 김재환의 과거 금지약물 복용 논란이 당시 대상과 최고 타자상 선정에 영향을 끼쳤다.

다만 김재환은 4년 전 다른 시상식에서 올해의 선수 등 대상을 받기도 했다. 안우진도 일부 시상식에서는 트로피를 들 가능성이 있다. 선수들이 직접 뽑는 동아스포츠대상이나 아직 투표가 진행되지 않은 KBO 골든글러브 등에서는 수상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분명한 것은 안우진이 모든 시상식에서 환영받는 손님이 아니라는 것이다. 여전히 그를 향해 불편한 시선이 적지 않고 호의적이지 않은 여론도 있다. 안우진이 대단한 활약을 펼치는 것과 별개로 학폭 가해자라는 꼬리표는 길게 따라붙을 수밖에 없어 보인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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