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웨아 라이베리아 대통령(56)은 축구 역사상 월드컵 무대를 밟지 못한 가장 위대한 축구선수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웨아 대통령은 현역 시절 AS 모나코, 파리생제르망(PSG), AC밀란 등 유럽 명문구단에서 14시즌 동안 스트라이커로 뛰며 1995년 발롱도르, 국제축구연맹(FIFA) 올해의 선수로 선정됐다. 유럽, 남미 국적이 아닌 선수가 발롱도르, 올해의 선수로 뽑힌 건 그가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그러나 아프리카 소국 라이베리아는 월드컵 본선에 한번도 진출한 적이 없다. 더욱이 웨아 대통령의 현역 시절 라이베리아에서는 내전이 이어졌다. 당시 웨아는 2000년부터는 선수 겸 감독으로 라이베리아 각지에 있던 선수들을 모아 대표팀을 꾸리고 2002년 한일월드컵 본선 진출에 도전하며 국민적 영웅으로 떠올랐다. 훈련과 대회 출전에 든 비용 약 200만 달러(26억원) 모두 사비로 부담했다. 당시 아프리카 예선에서 라이베리아는 최약체라는 평가와 달리 최종라운드까지 진출했으나 나이지리아에 승점 1점이 뒤져 월드컵 티켓을 놓쳤다.
웨아 대통령은 결국 월드컵 무대에 서지 못한 채 2003년 은퇴했지만 아버지의 꿈은 아들이 대신 이루게 됐다. 웨아 대통령의 아들 티모시 웨아(22)는 현재 프랑스 리그앙 릴에서 뛰고 있는데 이번 카타르 월드컵에 미국 국가대표로 출전한다. 티모시는 16일 훈련 후 인터뷰에서 “아버지는 라이베리아를 대표해 월드컵에 나가고 싶어 하셨지만 기회가 없었다. 이제 나를 통해 한을 푸셨다”며 “엄청난 선수들도 월드컵에서 뛸 기회조차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나에게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은 축복이다. 그저 여기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말했다.
웨아 대통령의 부인 클라르 여사는 프랑스계 자메이카인으로 유년기에 미국으로 이민을 간 3중 국적자다. 웨아 대통령과는 미국에서 만나 결혼했고 아들 티모시 역시 미국 뉴욕에서 나고 자랐다. 아들에게 축구를 처음 가르친 건 웨아 대통령이 아니라 클라르 여사였다. 티모시는 12세 때부터 미국 유소년 대표팀에 선발돼 이후 연령별 유소년 대표팀을 거쳐 2018년 성인 대표팀에 데뷔했다.
티모시는 빠른 발과 부드러운 볼터치로 수비하기 어려운 선수로 미국의 공격 다양성을 살려준다는 평을 듣고 있다. 2017년 PSG에서 데뷔한 이래 지금까지 윙어, 포워드로 뛰었으나 최근 소속팀에서는 수비수로 뛰기도 했다. 티모시는 “팀에서 필요하다면 수비수든, 골기퍼든 다 뛸 수 있다”고 말했다. 소속팀 릴에서 최근 두 경기 연속 90분 풀타임을 소화하고 카타르로 온 티모시는 첫 월드컵 데뷔전이 될 21일 미국-웨일스전에서도 풀타임 출전이 목표다.
웨아 대통령 역시 크라르 여사와 함께 현지시간 15일 카타르에 도착했다. 이들은 아들이 뛸 미국-웨일스전을 관람하는 등 카타르에서 9일간 머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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