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도하 알 비다 파크에서 열린 현대자동차 국제축구연맹(FIFA) 박물관 개관식에 참석한 박지성(41)에게 ‘온전치 않은 몸으로 큰 대회에 나서야 하는 심정이 어떻겠냐’는 질문을 던지자 박지성은 2006년 이야기를 꺼냈다. 당시 독일 월드컵에서 박지성은 발목이 좋지 않았지만 투혼을 발휘해 조별리그(G조) 2차전 프랑스와의 경기에서 1-1 동점을 만드는 골을 넣었다.
박지성은 “100%의 몸을 갖지 못한 채 경기에 나섰던 기억이 있다. 손흥민 역시 100%가 아니기에 심리적 부담을 갖고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역시절 산전수전 다 겪은 박지성이다. 그는 “어쨌든 프로 선수다. 다른 핑계를 댈 수 없고 경기장에서 보여주는 모습만으로 평가를 받아야 된다”고 했다. 덧붙여 다시 “그런 만큼 더 힘들 거라 생각하기 때문에 주변 선수들이나 또 더 많은 팬들이 같이 더 응원을 해준다면 그게 선수에게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 한다”고 말했다.
손흥민은 한국 축구대표팀의 가장 믿을만한 옵션이다. 그만큼 한때 대표팀에서 지금의 손흥민 역할을 했던 박지성도 그런 손흥민이 더 책임감을 갖고 대표팀을 이끌기를 바란다. 손흥민이 16일 마스크를 끼고 훈련을 시작한 상황에 대해 박지성은 “개인적으로 그런 부분이 가장 아쉽다. 마스크를 쓰고 훈련을 하고 경기를 한다는 게, 마스크를 쓰지 않은 100%의 손흥민이 아니라는 점에서 너무나 아쉽다. 그나마 다행인 건 월드컵에 참가해 대표팀을 위해 경기를 할 수 있을 정도라는 점이다”라고 말했다. 덧붙여 “(마스크) 적응만 잘 된다면 우리로서는 (손흥민이) 아주 훌륭한 무기고 대표팀의 가장 위력적인 선수다”라고 했다. 손흥민의 심적인 부담감에 대해 공감을 하면서도 ‘그렇지만 이겨내자’는 속마음을 건네는 것이다.
우루과이와의 첫 경기를 앞둔 24일 오후 10시(한국시간)의 24시간 전까지는 앞서 대한축구협회가 12일 발표됐던 최종명단을 불가피한 경우 수정할 수 있다. 한국에게 ‘불가피한 경우’는 손흥민의 부상 정도가 심해 월드컵에 도저히 뛸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런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오현규(21·수원)를 27번째 예비선수로 대표팀 선수단과 함께 동행시켰다. 각국 대표팀 선수들의 등번호가 공개된 이후 첫 날인 16일 오현규는 등번호가 없는 채 훈련을 했다. 같은 날 있던 단체사진 촬영에 빠질 뻔 했지만 선배들이 “현규도 이리 와”라고 해서 함께 사진을 찍었다.
이런 오현규에 대해 박지성은 “어린 선수고 충분히 발전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다. 이번 최종명단에 끝내 들지 못하더라도 이곳에서의 또 다른 경험이 분명 오현규의 미래에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배운다는 마음가짐으로 이 상황을 즐겼으면 좋겠다”고 했다. 덧붙여 “다음 월드컵에서 오현규에게 앞으로 좋은 기회가 올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뒤집어 말하면 ‘손흥민이 빠지는 상황이 오지 않으면 좋겠다’다.
선배의 마음을 이해한 걸까. 이날 카타르에서의 첫 훈련을 소화한 손흥민은 “운동을 쉰 건 열흘 정도밖에 안 된다. 재충전을 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수술이라는 게 몸을 망칠 일인데 수술도 잘 됐다. 다칠 수 있는 위험이 있음에도 이 자리까지 왔다. 토트넘에서도 스프린트까지 큰 문제없이 했다”고 말했다. ‘매번 상황을 지켜보고 차근히 준비해야 될 것 같다’는 원론적인 이야기가 중간 중간 섞였지만 카타르에 온 이상 끝장을 보겠다는 각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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