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심 줄고, 재미도 줄었다”…반자동시스템 반응 엇갈려

  • 뉴시스
  • 입력 2022년 11월 23일 16시 43분


# 아르헨티나와 사우디아라비아의 조별리그 1차전 경기가 열린 22일. 전반 23분 라우타로 마르티네스(아르헨티나)의 발 발끝에 걸린 공이 사우디의 골망을 흔들었다. 메시의 페널티킥 골에 이어 아르헨티나의 추가 골이 터진 것이다. 아르헨티나 팬들은 크게 환호했다. 하지만 아르헨티나의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반자동 오프사이드 시스템(SAOT)’에 의해 추가 골이 무효 처리된 것이다. 골 세레머니까지 끝낸 마르티네스는 이내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2022 카타르 월드컵에 새로 도입된 반자동 오프사이드 시스템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오심을 줄여 공정한 경기를 보장한다는 의견이 대다수인 가운데 일부에서는 오프사이드 판독에 오랜 시간이 걸려 재미를 반감시킨다는 목소리도 있다.

반자동 오프사이드 경기장 지붕 아래 설치된 12개의 추적 카메라가 공과 그라운드 위 선수들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체크하면, 심판진이 오프사이드 여부를 판정하는 것이다.

이는 추적 카메라가 선수의 관절 움직임을 29개 데이터 포인트로 나눠 인식하고, 초당 50회 빈도로 선수의 몸 동작을 읽어내는 기술 덕분에 가능해졌다. 또 이번 월드컵 공인구 ‘알 릴랄’ 안에는 관성측정센서(IMU)가 장착됐다. 이 센서는 공의 움직임을 초당 500회 측정해 심판진의 판정을 돕는다.

경기 진행 중 심판은 오프사이드 여부가 문제 된다고 판정될 경우 비디오판독 심판실(VAR)에 사안을 넘긴다. 비디오판독 심판실은 2명의 부심과 영상전문가 1명으로 구성됐다. 국제축구연맹(FIFA)에 따르면 비디오 판독에 걸리는 시간은 평균 1분 미만이다. 과거 오랜 판독 시간으로 경기에 지장을 둔다는 지적에 따라 기술을 보완했다는 것이 FIFA의 설명이다.

이번 ‘반자동 오프사이드 시스템’ 도입이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일부 축구 팬들은 다만 해당 시스템이 경기 흐름을 끊고, 재미를 반감시킨다고 지적한다. 한 축구팬은 유튜브 댓글을 통해 “오심이 줄어든 것은 맞다”라면서도 “하지만 너무 칼같이 판정하니 재미까지 줄었다”라고 토로했다.

이어 “오심으로 억울한 입장이 생겨도 그 상황 자체가 스포츠의 묘미”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축구 팬은 “빨리 (판독) 결과가 나와야 하는데, 선수들이 세레머니까지 다 해놓고 골이 취소되는 경우가 많았다”라며 “VAR 판독에 신속한 절차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반자동 오프사이드 시스템의 판독 기준이 엄격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 축구 팬은 “손이 팔까지 오프사이드 기준에 넣는 것은 너무 하다”라며 “기준을 몸이나 발에 둬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경기마다 무효 골이 많이 나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일부 팬의 우려와 달리 반자동 오프사이드 시스템은 앞으로 여러 팀에서 주효하게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사우디가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아르헨티나를 꺾는 이변을 연출했기 때문이다.

사우디는 알리 알 불라이히(알 힐랄), 하산 알 탐박티(알 샤바브 FC) 등으로 수비진을 구성하고, 아르헨티나 공격에 맞서 오프사이드 트랩을 짰다. 아르헨티나 공격수들이 세 차례 사우디의 골망을 갈랐지만 모두 오프사이드 판정을 받았다. 반자동 오프사이드 시스템을 영리하게 활용한 사우디의 승리였다.

오는 26일 오후 10시 사우디는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폴란드를 상대로 조별리그 2차전을 벌인다. 달라진 환경을 적절하게 활용한 사우디의 돌풍이 2연승을 달성할 수 있을지 전 세계 축구팬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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