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966 잉글랜드 대회에서 아시아 팀 최초로 월드컵 토너먼트에 진출한 이래 아시아 팀의 조별리그 통과 사례는 손에 꼽을 정도다.
아시아에서 최초로 개최된 2022 한일 대회에서 처음으로 복수의 아시아 팀이 토너먼트에 올랐으나 이후 아시아 팀은 세계의 높은 벽을 절감하며 뚜렷한 족적을 남기지 못했다. 16강 진출이 한계였고 이마저도 쉽지 않았다.
하지만 아시아에서 열리는 2번째 월드컵인 2022 카타르 대회에서는 아시아 돌풍이 점점 거세지며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일본이 각각 아르헨티나, 독일을 제압하는 이변을 일으키며 2010 남아공 월드컵 이후 12년 만에 복수의 아시아 팀이 16강 진출을 넘보고 있다.
이번 카타르 대회에는 월드컵 역사상 가장 많은 아시아축구연맹(AFC) 가맹국이 출전했다. 개최국 카타르를 비롯해 한국, 일본,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호주 등 6개 팀이 본선 무대에 올랐다.
아시아 팀의 출발은 좋지 않았다. 홈 이점을 가진 카타르가 개막전에서 에콰도르를 상대로 무기력한 플레이를 펼친 끝에 0-2로 졌고, 아시아 팀 중 FIFA 랭킹(20위)이 가장 높은 이란도 잉글랜드에 2-6 참패를 당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아시아 팀을 향한 시선은 긍정적이지 않았다. ‘승점 제조기’가 될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도 쏟아졌다.
그러나 그런 우려는 곧 사라졌다. 사우디아라비아가 22일(이하 한국시간) A매치 36연속 무패를 달리던 아르헨티나를 2-1로 이기더니 23일에는 일본이 독일에 2-1 역전승을 거뒀다. 두 팀 모두 완벽한 상대 분석과 치밀한 전략으로 월드컵 역사에 남을 승리를 따냈다.
아시아 팀 중 유일하게 아직 경기를 치르지 않은 한국도 24일 오후 10시 ‘월드컵 통산 2회 우승’ 우루과이를 상대로 첫 승에 도전한다.
이번 카타르 대회 12경기를 치른 현재 아시아 팀의 성적은 2승3패로 유럽(5승4무1패) 다음으로 많은 승리를 거뒀다. 아직 1승도 없는 북중미(2무2패), 아프리카(2무1패)보다 월등히 좋은 성과다. 특히 북중미는 1득점, 아프리카는 무득점으로 승리는커녕 한 골 넣기도 벅찬 상황이다. 남미도 1승1패로 주춤한 편이다.
아시아 돌풍이 거세지면서 역대 월드컵 아시아 최고 성적을 거둘 지도 관심이다.
우선 아시아 팀의 조별리그 최다승 경신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종전 기록은 한일 대회와 남아공 대회, 2018 러시아 대회에서 거둔 4승인데 앞으로 3승만 더하면 이를 깰 수 있다.
아시아의 역대 월드컵 최고 성적은 한국이 4강, 일본이 16강에 오른 한일 대회다. 변방으로 치부 받는 아시아 팀이 4강 신화를 쓰는 게 쉽지 않은 일이지만 아시아에서 3개 팀 이상이 16강에 오른다면 의미 있는 이정표를 세우게 된다.
지금껏 아시아에서 2개 팀이 조별리그를 통과한 경우도 한일 대회와 남아공 대회, 두 번 뿐이다. 브라질 대회에서는 아시아 팀이 모두 조별리그 탈락했고 러시아 대회에서는 일본만 유일하게 토너먼트에 나가는 등 16강 진출은 쉽지 않았다.
이번 카타르 대회는 다른 모습이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일본이 주도하며 아시아 축구의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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