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영웅’ 이봉주 “金은 없지만, 올림픽 4회 출전이 가장 뿌듯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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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년 11월 29일 17시 19분


‘국민 마라토너’ 이봉주가 29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2022 대한민국 스포츠영웅 헌액식’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2022.11.29/뉴스1
‘국민 마라토너’ 이봉주가 29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2022 대한민국 스포츠영웅 헌액식’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2022.11.29/뉴스1
“가장 뿌듯한 기록은 올림픽 4회 연속 출전이 아닐까요.”

대한민국 스포츠 영웅에 헌액된 ‘국민 마라토너’ 이봉주(52)가 이렇게 말하며 활짝 웃었다.

도합 16년 동안 기량을 유지하며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겨루는 올림픽에 나설 수 있었던 자체가 가장 보람있었다는 설명이다. 성실함과 꾸준한 자기 관리로 도전을 멈추지 않았던 그의 선수생활을 정확히 드러내는 단면이기도 했다.

‘국민 마라토너’ 이봉주가 29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2022 대한민국 스포츠영웅 헌액식’에서 상패를 받고 있다. 2022.11.29/뉴스1
‘국민 마라토너’ 이봉주가 29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2022 대한민국 스포츠영웅 헌액식’에서 상패를 받고 있다. 2022.11.29/뉴스1
이봉주는 29일 오후 서울 송파구 서울올림픽파크텔 1층 올림피아홀에서 열린 ‘2022 대한민국 스포츠영웅 헌액식’에서 올해의 스포츠영웅으로 선정됐다.

헌액식 후 취재진과 만난 이봉주는 “최종 4명 후보에 올랐다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라 생각했는데, 실제 영웅으로 선정될 것은 전혀 생각지 못했다”면서 “함께 후보에 오르신 선배들 모두 대단하신 분들인데 내가 영웅에 선정됐다는 것이 아직도 실감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봉주의 역사는 곧 대한민국 마라톤의 역사다. 그는 1990년 10월 전국체전에서 데뷔해 2009년 10월 전국체전까지 정확히 19년을 마라톤 선수로 살아왔다. 그 기간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한 것만 41회로 거리로는 1730㎞, 지구 네바퀴 반에 달한다.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 난 것은 아니다. 학창시절 그를 지켜본 이들은 입을 모아 “달리기에 소질이 있지는 않았다”고 했다. 여기에 평발까지 가지고 있어 육상선수로는 부적합한 조건을 가졌다고 봐도 무방했다.

그런 그를 세계적인 마라토너로 이끈 것은 끊임없는 노력이었다. 이봉주는 “선수 생활 때 가장 부족했던 것이 스피드였다”면서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다른 선수들이 잘 때 일찍 일어나 운동했고, 운동이 다 끝나고 들어갈 때도 남아서 더 운동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어렸을 때부터 그렇게 해오던 것들이 쌓이면서 선수생활 내내 큰 힘이 됐다. 어느 순간부터는 스피드가 약점이 아닌 강점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봉주는 단순히 ‘롱런’하기만 한 것이 아닌, 최고의 자리에서 오랫동안 활약했다.

2001 보스턴 마라톤 우승 당시의 이봉주. (대한체육회 제공)
2001 보스턴 마라톤 우승 당시의 이봉주. (대한체육회 제공)
데뷔 이후 일찌감치 국내 정상의 자리에 오른 이봉주는 1996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차지하며 세계적인 마라토너로 주목받았다. 이후 몇 차례 부침을 겪으면서도 1998, 2002 아시안게임 2연패를 차지하며 아시아 레벨에서는 당할 자가 없었다.

2001년에는 세계 4대 마라톤 대회 중 하나인 보스턴 마라톤에서 우승하며 1947년 서윤복, 1951년 함기용 이후 한국인으로는 세 번째 쾌거를 달성했다.

2000년 도쿄 마라톤 대회에서 세운 2시간7분20초의 한국기록은 2022년 현재까지도 깨지지 않고 있다.

수많은 입상과 기록들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이봉주 스스로 가장 뿌듯한 기록은 ‘올림픽 4회 연속 출전’이다. 그는 1996 애틀랜타 올림픽을 시작으로 2000 시드니, 2004 아테네, 2008 베이징까지 빠짐없이 출전했다.

이봉주는 “비록 금메달 없이 은메달만 하나 있지만 끊임없이 올림픽에 도전했다는 그 자체가 보람차고 뿌듯하다”면서 “다른 입상과 기록들도 있지만 돌아보면 그게 가장 큰 영광이고 업적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봉주가 은퇴한 현재 한국 마라톤은 큰 침체기를 맡고 있다. 세계 수준은 점점 올라가는데 한국 마라톤은 오히려 퇴보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날올 정도로 격차가 벌어지는 현실이다.

이봉주 역시 이를 크게 안타까워했다. 그는 “현장 지도자들 말을 들어봐도 선수 배출이 쉽지 않다고 하더라”면서 “나도 그랬지만 불굴의 정신력이 없으면 안 된다. 운동하는 조건이 다소 열악하더라도 긍정적인 생각으로, 끊임없이 노력하고 도전해야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2년째 깨지지 않는 자신의 한국기록도 빨리 깨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그는 “기록은 조건만 맞으면 언제든 깰 수 있다. 우리 후배들도 나 못지 않은 친구들이 많다고 생각한다”면서 “결국 한계를 어떻게 극복하느냐의 차이일텐데, 후배들이 분발하고 노력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편 이봉주는 지난 2019년 허리 부상을 당한 이후 많은 이들의 걱정을 받고 있기도 하다.

그는 의지와 관계없이 근육이 수축하여 뒤틀리거나 반복적으로 움직이는 난치병 진단을 받고 투병 중이다. 최근엔 많이 호전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날 자리에서도 이봉주의 허리는 많이 굽어 있었다.

그는 건강 상태에 대해 “원인을 잘 찾지 못하다 보니 치료가 더디다”면서 “그래도 재활 치료를 꾸준히 받으면서 조금씩은 좋아지고 있는데, 여전히 배가 당기다 보니까 허리를 펴는 것에는 어려움이 있다. 좀 더 치료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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