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선수 조규성(24)은 경기에 나서기 전 늘 피아노 연주곡을 듣는다. 일본의 유명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인 히사이시 조(久石讓·72)의 곡이다. “상대 골문 앞에서 마무리를 확실히 하려면 마음이 항상 차분해야 한다.” 피아노 연주곡을 듣는 이유를 조규성은 이렇게 설명했다. 운동선수들이 말하는 이른바 ‘루틴’이다.
조규성은 28일 가나와의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2차전에서 상대 골망을 찢을 듯한 강력한 헤더 두 방으로 확실한 마무리를 보여줬다. 한국 선수 최초의 월드컵 한 경기 2골이라는 기록도 남겼다. 2-3의 패배에도 조별리그 최종 3차전에 희망을 갖게 했다.
경기 후 조규성은 “(내가) 골을 넣는 것 보다는 승리를 원했는데 경기 결과가 아쉽다”면서도 “나는 보잘 것 없는 선수였는데 월드컵 무대에서 골을 넣어 믿기지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 자신을 믿고 끝까지 꿈을 위해 쫓아가면 이런 날이 오는 것 같다”고 했다.
카타르 월드컵 대표팀 26명 중 14명이 한국 프로축구 K리그에서 뛰고 있다. K리그1(1부 리그) 전북 소속인 조규성도 그 중 한 명이다. 조규성은 2부 리그에서 프로 데뷔를 한 선수다. 2019년 K리그2(2부 리그) 안양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이듬해인 2020년 전북으로 옮겼다. 올해 K리그1 득점왕(17골)에 올랐고 축구협회(FA)컵 최우수선수(MVP)로도 뽑혔다.
2년 전까지만 해도 조규성은 공격수 치고는 마른 편이었다. 키 189cm, 몸무게 77kg로 ‘멸치’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했다. 지난해 국군체육부대(상무) 입대 후 근육량과 체격을 키우는 ‘벌크업’을 시작해 지금은 82kg의 탄탄한 몸을 가졌다.
조규성은 월드컵 대표팀 최종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긴 했지만 원래 주전은 아니었다. 유럽리그에서 뛰는 황의조(30·올림피아코스)를 받치는 백업 자원이었다. 우루과이와 조별리그 1차전에서도 후반 29분 황의조와 교체돼 그라운드를 밟았다. 하지만 가나전에선 선발 출전의 기회를 잡았다. 파울루 벤투 대표팀 감독(53)이 우루과이전에서 부진했던 황의조 대신 내보낸 것이다. 조규성은 풀타임을 뛰면서 멀티 골로 벤투 감독의 선택에 화답했다.
이번 카타르 월드컵 출전 이후로 조규성의 많은 것이 달라졌다. 대회 개막 전 2만 명이던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우루과이전 직후 70만 명으로 늘더니 가나전이 끝나자 140만 명을 넘어섰다. 훤칠한 키의 조규성은 평소 그라운드 밖에선 ‘옷 잘 입는 선수’로도 알려져 있다.
조규성이 카타르 월드컵에서 인상적인 경기력을 발휘하자 유럽 리그에서도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영표 대한축구협회 부회장(45)은 29일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유럽의 아주 괜찮은 구단 테크니컬 디렉터가 우루과이전이 끝나고 (조규성) 스카우트와 관련해 연락이 왔다”며 “그만큼 유럽에서 관심을 받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