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대표팀을 지휘했던 파울루 벤투 감독이 향후 유럽 클럽 사령탑으로 부임해 태극전사들을 영입, 재회할 수 있을까? 너무 이른 추측일 수도 있지만 아예 가능성이 없는 이야기는 아니다.
2018년부터 한국을 이끌어왔던 벤투 감독은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브라질과의 16강전을 마지막으로 4년 4개월의 동행을 마쳤다. 한국 감독으로서의 모든 일정을 마무리한 그는 13일 밤 인천공항을 통해 고국 포르투갈로 출국했다.
긴 시간 한국 축구와 함께했던 벤투 감독은 “지난 4년 동안 성원해주신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드린다”고 운을 뗀 후 “특히 선수들이 보여준 프로페셔널리즘, 자세와 태도에 감사드린다. 선수들은 제 인생에서 절대 잊지 못할, 가장 아름다운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줬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과거 한국 축구를 이끌었던 주요 외국인 감독들은 한국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유럽 무대에 진출한 뒤, 자신이 잘 알고 있는 태극전사들을 한 두명 데리고 갔다. 이는 당시 쉽지 않았던 한국 선수의 유럽 무대 진출에 큰 힘이 됐다.
2002 월드컵 4강 신화의 영웅인 거스 히딩크 감독은 대회 이후 PSV에인트호번(네덜란드) 사령탑으로 부임했는데, 이후 국가대표팀에서 지휘해 잘 알고 있던 제자 박지성과 이영표를 영입해 적극 활용했다.
둘은 PSV에서 맹활약을 펼친 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토트넘 홋스퍼(잉글랜드)로 각각 이적, 한국 축구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진출사의 씨앗이 됐다.
2006 독일 월드컵에서 한국 축구대표팀을 맡았던 딕 아드보가트 감독 역시 이후 제니트(러시아) 감독으로 부임한 뒤 대표팀에서 전술의 핵심으로 썼던 이호와 김동진을 그대로 데려갔다.
아드보가트 감독의 신뢰 속에 유럽에 진출한 둘 역시 러시아 무대를 누비며 한국 축구 발전에 큰 힘이 됐다.
벤투 감독도 향후 프로 팀을 맡을 가능성이 적지 않고, 그럴 경우 4년 동안 함께해 장단점을 잘 알고 있는 태극전사들을 찾을 수 있다.
물론 아직 벤투 감독은 새 둥지도 정해지지 않았다. 벤투 감독은 월드컵을 마친 뒤 영국 매체 ‘풋볼 데일리’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당분간은 휴식에 집중하겠다”고 말을 아꼈다. 하지만 동시에 “EPL은 누구나 감독을 맡고 싶어하는 좋은 무대”라는 말로 EPL 진출 가능성도 열어뒀다.
실제로 벤투 감독은 한국을 이끌고 경기력과 결과를 모두 잡는 성과를 낸 덕에 유럽 무대에서도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는 지도자 중 한 명이다.
만약 벤투 감독이 EPL 혹은 유럽 주요 클럽으로 이적할 경우, ‘황태자’ 황인범(올림피아코스)을 포함해 조규성, 김문환(이상 전북), 나상호(서울), 이재성(마인츠), 황의조(올림피아코스) 등 주요 선수들을 영입 리스트에 올릴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아울러 어떤 리그의 어떤 팀을 맡느냐에 따라 손흥민(토트넘) 혹은 황희찬(울버햄튼) 등 제자들과 적으로 상대하게 되는 날도 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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