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프로배구 여자부에서는 연속 신기록이 2개나 쓰이고 있다. 같은 신기록이긴 하지만 내용은 정반대다. 선두 현대건설은 13연승으로 개막 후 최다 연승 신기록을 썼고, 최하위 페퍼저축은행은 14연패로 개막 후 최다 연패라는 불명예 신기록을 갖게 됐다. 종전 개막 후 최다 연승 기록은 12연승, 최다 연패는 11연패였다. 둘 다 현대건설이 보유했던 기록이다.
마음이 급한 쪽은 아무래도 페퍼저축은행이다. 창단 첫해인 지난 시즌 5연패 뒤 시즌 6번째 경기에서 창단 첫 승을 수확했던 페퍼저축은행은 올 시즌에는 2라운드가 끝나도록 단 1승도 수확하지 못하고 있다. 연패 기간 풀세트 경기도 단 한 번밖에 하지 못해 승점도 1이 전부다. 시즌 전 목표로 내걸었던 10승은커녕 지난 시즌 거둔 3승은 따낼 수 있을지 막막하다.
기록을 봐도 총체적 난국이다. 공격, 수비 주요 지표에서 대부분 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속공, 시간 차, 이동공격 등에서 4위를 하고 있지만 팀의 주요 공격 옵션은 아니다. 외국인 드래프트 1순위로 선발한 니아 리드(26·미국)가 그나마 득점 5위, 공격 11위 등을 하고 있지만 승수를 쌓기엔 역부족이다. 시즌 전 이적 시장에서 외부 자유계약선수(FA)로는 유일하게 세터 이고은(27)을 영입했지만 팀 색깔이 확연히 달라진 모습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몽골 출신의 염어르헝(18)을 귀화 시험까지 도와가며 신인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선발했지만 11월 무릎 부상으로 수술대에 올랐다. 올 시즌 출전이 불투명하다. 지난 시즌 우선지명으로 선발했던 2년차 선수들도 아직 가능성을 보여주는 데 그치고 있다. 지난달 29일 초대 사령탑인 김형실 감독이 성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크게 달라진 모습은 없다. 복귀 예정 선수 등 마땅한 반등 요소가 없는 것 또한 현실이다.
반면 현대건설은 여전히 흔들림 없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흥국생명 김연경의 복귀 등으로 지난 시즌보다 선두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는 전망과 달리 오히려 지난 시즌(개막 후 12연승)을 넘어 13연승으로 1강 자리를 굳게 지키고 있다. 지난 시즌 정규리그 1위를 하면서 버티는 힘이 강해졌다는 게 안팎의 평가다.
교체 선수들도 제 몫을 해내고 있다. 외국인 선수 야스민(26·미국)이 오른쪽 어깨 통증으로 경기 소화가 어려울 경우 같은 포지션(오퍼짓 스트라이커)의 베테랑 황연주(36)가 빈틈을 채워주고 있다. 15일 GS칼텍스전을 앞두고는 미들블로커 양효진(33)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으로 출전하지 못하자 시즌을 앞두고 트레이드로 영입한 나현수(23)가 깜짝 활약하며 연승을 이어갔다.
공교롭게도 두 팀은 18일 광주에서 맞붙는다. 최근의 분위기만 놓고 봤을 때 두 팀의 연속 기록이 모두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전력 불균형이 리그 흥행에 미치는 악영향을 고려했을 때 페퍼저축은행의 연패 탈출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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