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첫해 양효진 누르고 신인왕
개인 부문 1위에 한번도 못올라
올시즌 세트당 블로킹 0.814개 선두
“기록 욕심… 기회는 왔을때 잡아야”
프로배구 여자부 한국도로공사의 미들블로커 배유나(33)를 대표하는 별명은 ‘배구천재’다. 배유나는 미들블로커는 물론이고 날개 공격수 역할까지 두루 소화해 ‘배구 지능지수(IQ)’가 빼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다. 팬들 사이에서 배유나의 성은 ‘배구 배씨’(실제 경주 배씨)일 것이란 이야기도 나올 정도다.
수원한일전산여고(현 한봄고) 2학년이던 2006년 일찌감치 성인 대표팀에 발탁된 배유나는 2007∼2008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GS칼텍스에 지명돼 그 시즌 신인왕을 거머쥐었다. 리그를 대표하는 미들블로커 양효진(33·현대건설)이 당시 신인왕 투표 2위로 배유나에게 뒤졌다.
하지만 입단 동기 양효진이 11시즌 연속으로 ‘블로킹 퀸’ 자리를 차지한 반면 배유나는 데뷔 후 16번째 시즌을 맞도록 득점, 서브, 블로킹 등 어느 부문에서도 1위를 차지한 적이 없다. 2015∼2016시즌 올스타전 최우수선수(MVP)와 2017∼2018시즌 베스트7 미들블로커 부문 수상자로 뽑혔을 뿐이다. 라운드 MVP 수상조차 한 번도 없다.
올 시즌 드디어 기회가 왔다. 배유나는 20일 현재 세트당 블로킹 0.814개로 IBK기업은행 김수지(0.764개), 도로공사 정대영(0.741개) 등을 제치고 이 부문 선두를 달리고 있다. 흥국생명에 1-3으로 패한 지난달 22일 2라운드 맞대결 때는 한 경기 개인 최다 블로킹(8개)을 기록하기도 했다.
배유나는 21일 통화에서 “나이도 한 살 한 살 먹다 보니 욕심을 부려야 몸 관리도 제대로 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동안 개인기록에 많은 욕심이 없었는데 이젠 기회가 왔을 때 잡아야 한다는 생각이 강해졌다. 블로킹 1위를 꼭 해내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 시즌까지 통산 세트당 블로킹이 0.492개였던 배유나는 올 시즌 기록이 좋아진 이유로 리베로 임명옥(36)의 도움을 꼽았다. 배유나는 “명옥 언니가 뒤에서 코스 한쪽을 전부 막아주다시피 해주니 나는 ‘내 코스만 막는다’는 생각으로 블로킹을 한다”면서 “말이 쉽지 믿음이 없다면 나도 흔들릴 텐데 서로 약속한 플레이를 해주니 기록이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배유나는 또 새 외국인 선수 카타리나(23·세르비아)가 적응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공격 비중이 늘어나면서 “전반적인 플레이의 리듬감도 좋아졌다”고 전했다. 배유나가 버팀목 역할을 해주면서 블로킹 라인에 나란히 서는 세터 이윤정(25)의 블로킹 수도 지난 시즌 세트당 0.047개에서 올 시즌 0.390개로 늘었다.
외국인 선수 교체 등으로 시즌 전 중하위권 전력으로 구분됐던 도로공사는 현재 3위를 달리고 있다. 분위기 전환 차원에서 지난 시즌 등번호 1번에 도전했던 배유나는 올 시즌 예전에 달던 10번으로 다시 돌아왔다. 배유나는 “매번 시즌 초반 어려운 시작을 했는데 올해는 출발이 좋은 것 같다. 일단 플레이오프를 목표로 최대한 높이 올라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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