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의 타일러-테일러 로저스(이상 32)가 역대 네 번째 ‘한 팀 쌍둥이 형제’로 이름을 올릴 전망이다. 둘은 각각 팀 승리를 책임지는 필승조와 마무리 투수 보직을 맡은 만큼 MLB 역사상 최초로 ‘쌍둥이 형제 승리’란 진기록이 나올 가능성도 열렸다.
메이저리그 공식 사이트 MLB.com은 샌프란시스코가 샌디에이고에서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테일러 로저스와 3년 3300만 달러(약 423억 원)의 입단 계약에 합의했다고 24일 전했다. 샌프란시스코에는 2019년부터 그의 쌍둥이 형제인 타일러 로저스가 뛰고 있다. 테일러가 메디컬 테스트를 통과하면 33년 만에 쌍둥이 형제가 한솥밥을 먹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된다.
로저스 형제 전까지 MLB 한 팀에서 쌍둥이가 함께 뛴 사례는 세 차례뿐이었다. 1915년 보스턴 브레이브스(현 애틀랜타)에서 같은 유니폼을 입었던 조 섀넌(1897~1955)과 레드 섀넌(1897~1970)이 첫 번째였고, 1953년과 1955~1958년 에디 오브라이언(1930~2014)과 조니 오브라이언(93)이 피츠버그에서 동시에 활약했다. 직전인 1990년에는 오클랜드에서 호세 칸세코와 오지 칸세코(이상 58) 형제가 함께했다.
로저스 형제가 MLB 무대에서 만나게 된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둘은 올해 4월 12일 캘리포니아주 오라클파크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와 샌디에이고의 맞대결에서 함께 마운드를 밟았다. 타일러는 2-2로 맞선 7회 1이닝 2피안타 1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당시 샌디에이고 소속이던 테일러가 4-2로 앞선 9회말 등판해 1이닝 1피안타 무실점으로 세이브를 챙기면서 형제간 맞대결은 테일러의 판정승으로 끝났다.
하지만 MLB 통산 커리어로 볼 때 앞서 있는 선수는 타일러다. 타일러는 2019년 빅리그에 데뷔해 4년간 15승 8패 평균자책점 2.94를 기록했다. 타일러보다 3년 빠른 2016년에 미네소타에서 데뷔전을 치른 테일러는 7년 동안 21승 26패로 5할에 못 미치는 승률을 남겼다. 통산 평균자책점도 3.42로 비교적 부진하다.
같은 팀 소속이 된 두 선수는 이제 서로가 아닌 새로운 기록과의 경쟁을 시작한다. 그간 MLB에는 로저스 형제를 포함해 열 쌍둥이 형제가 있었지만 이들 중 동일한 경기에 같은 유니폼을 입고 뛴 사례는 1956년 8월 1일 세인트루이스전에 출전한 오브라이언 형제 한 차례뿐이었다. 그간 불펜 투수 보직으로 뛰어온 로저스 형제가 2023시즌 한 경기에 동시 출격하면 이는 67년 만의 역대 두 번째 사례가 나오게 된다.
쌍둥이 형제가 팀 승리를 함께 일구는 빅리그 역사상 최초의 기록이 쓰일 수 있다. 과거 오브라이언 형제는 세인트루이스에 0-7로 뒤진 6회초부터 각 2이닝씩을 책임져 추격조 역할을 했지만 이후 팀 타선이 한 점도 내지 못하며 패전의 아픔을 함께해야 했다. 반면 타일러는 샌프란시스코의 필승조, 테일러는 샌디에이고의 마무리로 활약해온 만큼 함께 승리를 따낼 가능성이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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