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를 돌아보게 되는 연말이다. 올해는 베이징 겨울올림픽, 항저우 아시아경기, 카타르 월드컵 등 세계 3대 스포츠 빅 이벤트가 한꺼번에 열렸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면서 프로 스포츠도 활기를 되찾았다. 프로야구는 607만 명의 관중을 모아 코로나 첫 해인 2020년 33만 명, 지난해 123만 명에서 수직 상승했다. 역대 최고인 2017년 840만 명에는 못 미치지만 완연한 회복세다. 프로축구도 110만 명으로 다시 100만 시대를 열었다.
수(數)포츠는 ‘스포츠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이란 관점에서 기획한 칼럼이다. 특종이나 단독까지는 아니더라도 현장의 취재 기자들이 쓰지 않는 콘텐츠를 다루고자 했다. 숫자뿐 아니라 스포츠 속에 담긴 사회 현상을 짚어내려고 했다. 마침 연말이니 올해 출고한 수포츠를 바탕으로 한 해를 되돌아본다. 아이디어가 떨어져 한 주를 날로 먹으려는 건 결코 아니다. 실제로 업데이트가 필요한 칼럼도 꽤 있다. 수포츠도 애프터서비스가 필요하다.
●손흥민보다 연봉이 많은 한국 선수가 한둘이 아니라고?
6월에 쓴 칼럼이다. 답은 그렇다. 한둘이 아니고 셋이나 된다. 올해 팬들은 손흥민(토트넘) 덕분에 활짝 웃었다. 2021~22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에 오른 그는, 좀 흥분하자면 단군 이래 가장 축구를 잘 하는 순혈 아시아인이다. 그럼에도 손흥민이 역대 한국인 선수 피크 연봉(상금) 순위에서 4위에 머문 것은 미국 메이저리거들 때문이다. 손흥민은 지난해 7월 주급 20만 파운드(연봉 약 162억 원)에 4년 계약했다. 골든 부츠를 타기 전 일이다. 이 때문에 그는 추신수(SSG)가 2020년 텍사스에서 받은 2100만 달러(약 270억 원), 류현진(LA다저스)이 올해 받은 2000만 달러(약 257억 원), 박찬호가 무려 16년 전인 2006년 샌디에이고에서 받은 1550만 달러(약 199억 원)에 못 미쳤다.
손흥민은 한국인 첫 타이틀 홀더로 이제 유럽에서도 전국구 스타이다. 지난 월드컵 때 그와 악수를 나누러 오는 상대 팀 선수들이 줄을 이었다. 반면 추신수 류현진 박찬호는 그 정도는 아니다. 스즈키 이치로처럼 MVP는커녕 타이틀 홀더나 올스타 베스트9도 아니다. 그럼에도 이들이 더 많은 연봉을 받은 것은 시장의 규모 차이 덕분이다. 그렇다고 손흥민이 이들보다 전체 소득은 적을 것 같지 않다. 프로축구는 정규리그 외에도 챔피언스리그, FA컵 등의 출전 수당과 보너스가 있다. 손흥민은 방탄소년단, 임영웅을 제치고 경제적 파급 효과 1위에 오른 만큼 경기장 밖 소득까지 합하면 세 선수를 능가하는 것은 시간 문제로 보인다.
역대 한국 선수 피크 연봉(상금) 톱5
선수
팀
연봉
추신수
텍사스(2020년)
2100만 달러(약 270억 원)
류현진
LA다저스
2000만 달러(약 257억 원)
박찬호
샌디에이고(2006년)
1550만 달러(약 199억 원)
손흥민
토트넘
주급 20만 파운드(약 162억 원)
임성재
미국프로골프
1232만 달러(약 158억 원)
●임성재가 손흥민과 동급이라고?
지금 칼럼을 쓴다면 이런 제목이 나올 것 같다. 임성재 때문이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항상 꾸준한 성적을 내는 그는 미국프로골프 페덱스컵 최종전에서 역대 아시아 선수 최고인 공동 2위에 오르면서 단숨에 575만 달러의 보너스를 챙겼다. 정규시즌 상금도 557만 달러(13위)로 2007년 최경주(459만 달러)를 처음 넘어섰다. 여기에 정규시즌 직후 페덱스컵 순위 톱10(1위 400만 달러)에게만 주어지는 10위 보너스 100만 달러를 합해 총 상금은 1232만 달러(약 158억 원)가 돼 지난 시즌까지 한국 선수 10위였던 순위를 다섯 계단이나 끌어올렸다. 손흥민과 차이는 4억 원으로 달러 강세에 따라선 역전이 가능할 정도다. 만약 임성재가 페덱스컵에서 로리 맥길로이에 1타 차로 내준 우승컵(보너스 1800만 달러)까지 차지했다면 그의 이름은 추신수 위에 새겨졌을 것이다.
남자 골프는 그동안 여자 선수들에게 밀렸지만 올해 어깨를 나란히 했다. 여자는 4승에 머물러 2011년(3승) 이후 최악의 한 해를 보냈다. 반면 남자는 20세 김주형이 임시회원 자격으로 나가 2개월 만에 2승을 거뒀고, 이경훈은 한국인 첫 타이틀 방어에 성공했다. 무관의 임성재보다 더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김주형은 타이거 우즈보다 빨리 2승을 달성한 선수가 됐다. 순수 상금도 김주형이 283만 달러(약 36억 원·45위), 이경훈이 335만 달러(약 43억 원·30위)에 이르렀다.
●스포츠는 복지가 아니다…윤석열 정부의 체육 정책은 무엇인가
잘 모르겠다. 보수의 가치를 세우겠다고 해서 잔뜩 기대하고 7월에 던진 질문인데 대통령 당선 9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명확한 대답은 없다. 체육인을 폄하하고 체육계의 자율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는 스포츠혁신위원회의 비현실적 권고안을 수정하는 것은 만시지탄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체육 전문가 토론회, 교육부는 학교체육 토론회를 열었다고 전해진다. 장애인 체육부터 손보겠다는 말도 들려온다. 성과도 없고, 방향도 틀렸다.
윤석열 대통령이 월드컵 16강에 오른 태극전사들을 격려하는 과정에선 구설만 생겼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축구협회에 지급한 배당금을 선수들에게 모두 몰아주는 건 오히려 공정과 상식에 위배되는 일이다. 대통령은 좋은 뜻으로 한 말로 들리지만 밑에선 불똥이 튀었다. 다른 분야와는 달리 스포츠에선 이런 일이 잦은 편이다. 스포츠 마니아가 전문가는 아닌데 말이다.
●장효조와 이종범-정후 부자의 대를 이은 경쟁
프로야구 출범 40주년을 맞아 9월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선정한 역대 최고 선수 40명은 순위까지 발표돼 관심을 끌었다. 선동열 최동원 이종범 이승엽 송진우 장효조 양준혁 구대성 순. 수포츠는 투고타저(1982~96년)와 타고투저(1997~2009년), 타자 천국(2010~18년), 공인구 도입(2019~22년)에 따른 상대적 핸디캡을 감안한 최고 선수를 추려봤다. 희한하게 장효조와 이종범 부자, 그리고 장종훈 류현진 등이 눈에 띄었다.
장효조는 올해 4월 이정후가 규정 타석인 3000타석을 채우기 전까지 40년간 통산 타율 1위(0.331)를 지켰다. 이 부문 순위를 보면 20위까지 투고타저 시대에 잠깐이라도 뛴 선수는 장효조를 빼면 양준혁(0.316‧8위)이 유일하다. 이종범은 일본 진출 전 데뷔 5년간 타율 0.332로 장효조를 앞섰다. 이 기간 평균 홈런도 2위를 달렸다. 그러나 주니치에서 부상 후 복귀한 뒤 통산 타율을 0.297까지 까먹었다. 이정후가 놀라운 것은 공인구 시대임에도 올해 타율 0.349로 마치면서 타격 5관왕에 MVP를 차지했다. 6년간 평균 타율은 0.342로 끌어올려 마침 베이브 루스(메이저리그 6위)와 동률을 이뤘다.
장효조 vs 이종범 부자 통산 성적
장효조
1983~88(삼성) 1989~92(롯데)
타율 0.331 54홈런 1009안타 437타점 485득점 110도루
이종범
1993~97(해태) 2001~11(KIA)
타율 0.297 194홈런 1797안타 739타점 1100득점 510도루
이정후
2017~22(넥센·키움)
타율 0.342 59홈런 1076안타 470타점 531득점 63도루
●카타르 월드컵과 베이징 겨울올림픽
월드컵을 앞두고 세계 주요 스포츠 베팅업체의 예상을 모아 16강 예상 대진과 징크스 분석을 곁들여 우승 전망을 했다. 워낙 이변이 속출한 대회였지만, 아르헨티나의 우승만큼은 맞춰 다행이었다. 겨울올림픽에선 국뽕과 상업주의, 스포츠 우먼파워를 다뤘다.
이밖에 △남자가 여자 대회에 나간다면 △이대호의 은퇴 시즌 성적은 세계 기록 △공 크기와 승률 사이에 숨은 비밀 △월드컵 승부차기, 그 살벌한 카타르시스 △골프여왕 잔혹사 등이 기억에 남는다.
끝으로 2024년 미국과 러시아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와 블라디미르 푸틴이 압승할 것이란 영국 스포츠 베팅업체 스마켓의 3월 배당률을 전했는데, 지금은 어떻게 변했을까. 트럼프 전 대통령은 11.1%로 공화당의 젊은 피인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33.6%), 조 바이든 현 대통령(24.4%)에 이어 3위로 내려앉았다. 푸틴은 지지부진한 우크라이나 전쟁에도 56.2%로 변화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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