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기용 등 놓고 감독-구단 갈등설
구단측 “방향 안맞아” 해명도 의문
쌓였던 선수단 불만 터져 일파만파
“김연경이 ‘아무리 윗선의 지시라 해도 이해되지 않는다’고 했다고 한다.”
프로배구 여자부 흥국생명의 권순찬 감독과 김여일 단장이 2일 동반 사퇴한 뒤 선수 기용 문제를 두고 감독과 구단 고위층 사이에 마찰이 있었다는 증거가 드러나고 있다. 흥국생명이 경질 소식을 전하면서 “구단이 가고자 하는 방향과 부합하지 않아 부득이하게 권 감독과 헤어지기로 결정했다”고 밝힌 배경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3일 본보 취재를 종합하면 김 전 단장은 문자메시지로 누구를 넣어라, 누구를 써라는 등 선수 기용에 개입했다. 또 로테이션 순번을 바꾸라는 지시까지 권 전 감독에게 내렸다.
실제로 권 전 감독은 이번 시즌 초반 구단 지시에 따라 선발 라인업을 구성한 경기가 있었다. 권 전 감독은 경기 중반부터 주전 선수를 투입했지만 한번 넘어간 흐름을 되돌릴 수는 없었다. 권 전 감독이 이 경기 패배 후 선수 기용에 대해 해명하자 김연경을 비롯한 선수단이 반발했다. 그러나 권 전 감독 입장을 고려해 더 이상 문제 삼지 않기로 했다.
이후로 권 전 감독은 윗선의 지시를 따르지 않았고 결국 구단 눈 밖에 나게 됐다. 한 배구계 관계자는 “권 전 감독이 지시를 계속 따르지 않자 ‘이건 요구 사항이 아니라 오더(명령)’라는 메시지를 받기도 했다”면서 “남자부 (KB손해보험) 감독 등 지도자 경험이 있는 권 전 감독도 ‘이런 경우는 처음 봤다’며 어이없어 했다”고 전했다.
권 전 감독의 경질 소식이 전해지면서 김연경을 비롯한 흥국생명 고참급 선수들은 경기 출전 ‘보이콧’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권 전 감독의 설득으로 이영수 수석코치가 감독 대행을 맡았지만 팀 훈련도 제대로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이다. 선두 현대건설(승점 45)에 승점 3이 뒤진 2위로 시즌 반환점을 돈 흥국생명은 5일 안방 인천삼산월드체육관에서 GS칼텍스와 4라운드 첫 경기를 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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