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시즌 종료 후 메이저리그(MLB) 진출을 선언한 이정후(25·키움 히어로즈)가 ‘슈퍼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와 손 잡은 사실이 밝혀지면서 벌써부터 계약 규모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지난해 타격 5관왕(타율·안타·타점·출루율·장타율)을 차지했고 정규 시즌 최우수선수(MVP)와 골든글러브(외야수 부문)까지 휩쓸며 KBO리그 최고 타자로 군림한 이정후는 일찌감치 MLB 도전을 선언하고 본격적인 해외 진출 준비에 착수했다.
미국에 건너가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과 함께 훈련하면서 현지 분위기를 익히는 데 힘쓰고 있으며 동시에 선수들에겐 ‘천사’ 구단엔 ‘악마’라고 불리는 보라스와 에이전트 계약을 체결하면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정후의 계약 조건이 관심을 모으는 건 보라스의 탁월한 협상 능력 때문이다.
보라스는 그간 수많은 MLB 슈퍼스타들을 고객으로 두면서 대형 계약을 성공시켰다.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 추신수(SSG 랜더스), 박찬호(은퇴) 등 전·현직 한국인 메이저리거들도 보라스의 협상 능력 아래 돈 방석에 앉았다.
이정후가 어떤 조건에 MLB에 입성할지 아직은 알 수 없다. 하지만 대략적인 계약 규모를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는 존재한다. 바로 요시다 마사타카(보스턴 레드삭스)다.
요시다는 일본 야구를 대표하는 외야수다. 2016년 일본프로야구(NPB) 오릭스 버팔로스에서 프로 데뷔해 리그 최고의 타자 중 한 명으로 성장했다. 정교한 타격 능력을 바탕으로 NPB 통산 7시즌 동안 타율 0.327, 133홈런, 출루율 0.421, 장타율 0.539을 기록했다. 포지션과 타격 스타일 등 여러모로 이정후와 닮은 면이 많다.
요시다는 지난 시즌 종료 후 MLB 진출을 타진했고, 보스턴과 5년 9000만달러(약 1100억원)에 입단 계약을 체결했는데 요시다의 에이전트도 보라스였다.
한국과 일본의 시장 규모, 그리고 리그 수준을 고려했을 때 이정후가 요시다와 비슷하거나 더 좋은 조건의 계약을 따내긴 쉽지 않다.
하지만 이정후가 요시다보다 5살이나 어린 것은 분명한 이점이다. 그리고 지난 시즌을 상회하는 성적으로 가치를 끌어올린다면 요시다를 뛰어넘는 ‘잭팟’이 마냥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여기에 요시다가 MLB 첫 시즌을 성공적으로 보내면 비슷한 유형의 선수인 이정후의 몸값도 덩달아 상승할 수 있다.
일단 이정후로선 올해를 잘 보내는 게 중요하다. 3월 열리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 첫 쇼케이스다. 수 많은 MLB 스카우트 앞에서 자신의 기량을 온전히 뽐내 눈도장을 찍는다면 가치는 수직상승한다. 이정후의 협상을 담당할 보라스에겐 금상첨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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