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클라호마시티전 3쿼터 종료 전… 39년간 아무도 넘지 못했던 기록
압둘자바의 3만8387점 넘어서
39세 나이에도 평균 득점 30점대
쉽게 넘기 힘든 기록 남길 가능성
‘킹’ 르브론 제임스(39·LA 레이커스)가 팀 동료인 러셀 웨스트브룩(35)에게 공을 건네받은 건 3쿼터 종료 18.2초를 남겨둔 상황이었다. 자유투 라인 오른쪽을 밟은 채 코트를 살피던 제임스를 켄리치 윌리엄스(29·오클라호마시티)가 막아섰다. 제임스는 세 차례 펌핑 동작으로 윌리엄스를 밀어낸 뒤 순간적으로 방향을 바꿔 뒤로 점프하며 슛을 날렸다. 3쿼터 종료를 10.9초 남겨 놓고 이 슛이 림을 가르면서 제임스는 미국프로농구(NBA) 역사상 가장 많은 점수를 올린 선수가 됐다.
8일 미국 로스앤젤레스(LA) 크립토닷컴 아레나에서 열린 이 경기 시작 전까지 제임스는 통산 3만8352점을 기록하고 있는 상태였다. NBA 통산 득점 선두였던 카림 압둘자바(76)의 3만8387점과는 35점 차이. 이번 시즌 경기당 평균 30득점을 기록 중이던 제임스가 압둘자바를 넘어서려면 한 경기가 더 필요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그러나 3쿼터에 이미 압둘자바를 넘어서는 데 성공한 제임스는 4쿼터 종료 1분 51초 전에도 레이업을 성공시키면서 개인 통산 득점을 3만8390점까지 늘렸다. 제임스는 앞으로 점수를 올릴 때마다 NBA 최다 득점 기록을 새로 쓰게 된다.
NBA 사무국은 제임스가 기록을 달성한 뒤 곧바로 경기를 중단한 채 기념식을 진행했다. 1984년 통산 득점 1위에 오른 뒤 39년 동안 이 자리를 지키고 있던 압둘자바도 기념식에 참석해 제임스에게 이날 경기구를 전달하며 축하 인사를 건넸다. 제임스는 이날 경기장을 채운 만원 관중(1만8997명)을 향해 “‘캡틴’(압둘자바)에게 기립박수를 쳐달라”고 부탁한 뒤 “20년 넘게 도와주신 여러분이 없었다면 지금의 내가 되지 못했을 것이다. 모두의 열정과 희생이 나를 여기까지 오도록 도왔다.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제임스는 2003년 10월 30일 새크라멘토 방문경기로 열린 NBA 데뷔전에서 1쿼터 시작 3분 3초 만에 골대 오른쪽에서 중거리 점프슛을 성공시키면서 자신의 첫 득점 기록을 남겼다. 데뷔 첫해 평균 20.9점을 넣으며 신인상을 받았던 그는 NBA에서 20번째로 맞이한 이번 시즌에도 경기당 평균 30점을 넣으며 건재를 과시하고 있다. 현재 리그 7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압둘자바도 지금 제임스의 나이(39세)였던 1985∼1986시즌에는 평균 23.4점에 그쳤고,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60)조차 33세였던 1995∼1996시즌(평균 30.4점) 이후에는 평균 득점 30점을 넘긴 적이 없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장남 브로니(19)와 NBA에서 함께 뛰는 게 꿈”이라고 밝힌 제임스는 이제 NBA 역사상 첫 통산 4만 득점을 향해 뛴다. 제임스의 독일 출신 팀 동료 데니스 슈뢰더(30)는 최근 자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제임스가 앞으로 5∼7년은 더 뛰고 싶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인터뷰가 화제가 되자 제임스는 “정확한 숫자는 생각하고 있지 않다”면서도 “다만 나는 일단 마음만 먹으면 계속 이 수준의 경기력으로 뛸 수 있는 몸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은 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대기록 달성을 앞두고 올 블랙 슈트 차림으로 경기장에 ‘출근’한 그의 왼쪽 가슴에는 ‘현재에 집중하라(Stay Present)’고 쓴 금빛 브로치가 빛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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