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화 이글스의 슈퍼루키로 꼽히는 우완투수 김서현(19)은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비공개 계정에 남긴 글을 게재한 사실이 들통나 곤욕을 치렀다. 한화 구단은 지난 8일 이를 이유로 김서현을 3일간 단체훈련에서 배제하는 징계를 내렸다.
김서현은 전면 드래프트로 진행된 2023년 KBO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1순위에 한화의 지명을 받은 기대주다. 시속 150㎞대 후반의 빠른 공을 지닌 데다 배짱도 두둑해 스프링캠프 초반부터 호평받았다. 특히 첫 불펜투구부터 직구 최고 구속 151㎞를 찍으며 잠재력을 증명했다. 싱싱한 어깨로 거침없이 강속구를 던지는 신인 투수를 향한 기대치는 한없이 올라갔다.
그러나 전혀 예기치 못한 변수가 발생했다. 김서현이 자신의 SNS 부계정에 일부 코치의 지도 방식과 자신에 대한 여론을 두고 험담을 했다. 요약하자면, 지각과 식사를 하지 않은 것을 두고 자신을 나무란 코치에 대한 험담이었다. 그뿐 아니라 팬들을 중심으로 형성된 여론에 대해서도 강한 어조로 비난했다. 문제가 되자 김서현은 잘못을 인정했다.
김서현 입장에선 억울할 수 있다. 공개된 계정이 아닌, 비공개 계정에 올린 글이 자신의 팔로워로 인해 공개된 탓이다. 비공개 계정의 경우 본인이 팔로우 요청을 수락해야만 자신의 글이 공개되는 만큼, 믿었던 사람에게 뒤통수를 맞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철저히 본인 입장에서 생각한다면 억울함을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일기장이 아닌 SNS라면, 부적절한 글이 어떤 경로로든 공개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했어야 한다. 팔로워가 한 명이라도 있는 SNS 계정은 자물쇠로 걸어 잠글 수 있는 비밀 일기장이 아니다. 김서현은 이 사실을 간과했다.
한화는 선수들의 SNS 사용과 관련해 철저하게 교육하는 구단이다. 서산 2군 훈련장에도 관련 자료가 비치돼 있다. 그러나 비공개 계정이라는 사실만 믿고, 본인의 생각을 여과없이 표현한 결과 데뷔하기도 전에 오점을 남기게 됐다. 지금으로선 ‘슈퍼루키’라는 호칭 대신 SNS로 문제를 일으킨 선수라는 인식이 더 강한 게 사실이다.
억울할 수 있다. 그러나 일찌감치 이 사실이 알려진 게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비공개 계정이라는 사실만 믿고 코치진을 비난하는 것 이상의 심각한 글을 올렸다가 추후 들통났을 경우에는 감당할 수 없는 후폭풍을 맞을 수밖에 없다. 6년 전 한화에서 뛰었던 김원석도 부적절한 SNS 대화 내용이 공개돼 곧바로 방출됐고, 다시 프로 무대를 밟지 못하고 있다.
한번 실수는 병가지상사라고 했다. 이번 실수를 발판 삼아 실력과 인성을 모두 갖춘 선수로 거듭난다면 여론을 바꿀 수 있다. 모든 것은 본인 하기에 달렸다. 다른 선수들도 김서현의 사례를 교훈 삼아 SNS 활용에 얼마나 큰 책임이 뒤따르는지 느껴야 한다.
일단 김서현은 징계 후 복귀 첫날인 11일 훈련에 앞서 코칭스태프와 동료들에게 고개 숙여 사과했다. 주장 정우람 등 동료들도 그를 따뜻하게 안아줬다. 더 이상의 논란 없이 성실하게 선수 생활을 해 나간다면 이번 일은 실력과 인성을 모두 갖춘 선수로 성장하기 위한 자양분이 될 것이다.
댓글 0